재작년 9월 14일 ‘새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칠성음료로선 ‘처음처럼’ 출시 후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제품이다. 당시 이 회사는 신제품을 내보이며 “기존 소주와 달리 과당(果糖)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zero sugar) 소주”라고 소개했다. 그런 만큼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라고 했다. 덧붙여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고자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고, 주류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고 알렸다.
그저 ‘또 하나의 신제품’으로만 치부하기엔 공들인 흔적이 많았다. 병 모양도 그중 하나다. ‘소주병=초록’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국 도자기의 곡선 같은 병 모양에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는 듯한 세로형 홈을 적용해 한국미와 현대미의 조화를 잘 살려냈다. 게다가 초록이 아닌 투명한 병을 선택해 깔끔하고 산뜻한 이미지까지 더했다.
새로에 스토리를 입힌 건 ‘결정타’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데다 그간 드라마·영화에 수없이 등장한 ‘구미호’를 제품 캐릭터로 선택한 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자신 있게 내보였다.
당장 여러 산업에서 트렌드를 이끌던 MZ세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즈음 불어닥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잘 맞아떨어졌고, 여성 소비자는 예쁜 디자인에 환호했다.
출시 후 일주일 만인 9월 21일, 앞서 말한 캐릭터 ‘새로구미’(새로+구미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롯데칠성음료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새로의 탄생 스토리가 공개됐다. 사람의 간을 탐했던 구미호가 간담췌전문의 새로구미로 다시 태어난 모습을 그렸고, 이후의 에피소드를 예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새로구미 목소리는 가수 겸 배우 정은지가 맡았다.
올해 3월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떠오른 배우 이도현에게 남자 새로구미 역을 맡겼고, 그가 목소리로 출연한 광고 티징 영상을 그달 13일 공식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두 편으로 나눠 공개했는데 10일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돌파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 돌파
새로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을 돌파했다. 옆으로 줄 세우면 경부고속도로(416㎞)를 7.2회 왕복하고, 위아래로 세우면 롯데월드타워(555m)를 약 3만7000개 세울 수 있는 양이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를 4300만 명으로 잡았을 때 1인당 약 2.3병씩 마신 셈이다.
당시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출시 달인 9월에는 680만 병이 팔렸고 10월 700만 병, 11월 1400만 병에 이어 2023년 1월에는 5000만 병을 돌파했다. 마침내 4월 들어 1억 병을 팔아치우며 인기 소주로 자리 잡았다.
도심 속 동굴 콘셉트 팝업으로 인기 부채질
새로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는 첫돌을 맞은 새로를 위해 거나한 돌잔칫상을 차렸다.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데어바타테에서 ‘새로 02-57 동굴’이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팝업 이름 그대로 동굴 콘셉트다. 그 이름에는 나름의 뜻이 있다. 설정대로라면 새로구미가 태어난 곳이 강릉 동대굴(東臺窟)이다. 실제 옥계면 산계리에 있는 석회동굴이다. 이 동대굴의 지번(地番)은 257. 거기에 서울 전화 지역 번호인 02를 합쳤다. 이를 활용해 ‘서울 도심에 나타난 새로 02-57 동굴’로 표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팝업 콘텐츠 중에선 새로구미 소품들을 착용하고 360도 회전 카메라로 찍어보는 이색 포토존이 인기였다. 시음존에선 저당(低糖) 아이스크림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제로 슈거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새로 소주 칵테일을 페어링한 ‘새로 술상’이 큰 관심을 끌었다.
성수동 팝업은 큰 인기를 끌며 하루 평균 1000명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새로 팝업은 해외로까지 진출했다. 이른바 ‘새로 팝업스토어 월드투어’다. 첫 번째 나라는 베트남.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2주간 호찌민 부이비엔 거리에서 팝업을 운영했다. 유행에 민감한 베트남 젊은이들은 투명 병에 트렌디한 패키지 디자인, 구미호 캐릭터의 흥미로운 세계관, 새로와 탄산음료(밀키스·탐스)를 섞는 칵테일 체험에 호평을 쏟아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새로 팝업 월드투어는 새로를 중심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 소주의 매력을 알리고, 다양한 브랜드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등으로 월드투어를 확대해 해외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대전과 대구로도 진출했다. 지난 2월 1~21일 대전 둔산동에선 ‘대전 새로댁 신년 잔치’ 팝업이 열렸다. 콘셉트가 재밌다. 대전 캐릭터 ‘꿈돌이’가 새로구미를 초청했고, 이에 대전으로 옮긴 동굴에서 신년 잔치를 연다는 내용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로 활약했던 꿈돌이가 대전 팝업을 위해 소환됐다. 성수동 팝업과 비교했을 때 ‘새해 소원 폭포’, 대전 유명 베이커리와 협업한 술상이 새롭게 추가됐다.
8월 9일부터 25일까지는 대구 동성로에 ‘새로 얼음 동굴(새로 02.57℃)’ 팝업을 마련했다. ‘가장 더운 대구에서 만나는 가장 시원한 새로 동굴’이라는 콘셉트로 기획한 만큼 얼음 동굴 벽화, 얼음꽃 도술 통로, 얼음 정원 등의 체험 콘텐츠를 준비했다. 이때도 새로 살구 하이볼 3종, 롯데웰푸드와 함께 만든 ‘색고드름 하이볼’, 강원도 베이커리 브랜드와 같이 차린 ‘새로-감자밭’ 술상 등 새로운 즐길 거리를 선보였다.
살구 과즙 첨가한 ‘새로 살구’도 선보여
새로의 상승세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새로에 살구 과즙을 첨가한 ‘새로 살구’를 내놓았다. 소주 특유의 쓴맛을 줄이고 상큼함을 더한 알코올도수 12도의 일반 증류주다.
이 제품은 패키지 디자인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세로의 투명 병은 그대로지만 살굿빛 내용물 덕에 전체적으로 은은한 살구색 분위기가 연출된다. 라벨은 살구를 바라보는 새로구미의 모습을 크게 디자인했다.
새로 살구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도 선보였다. 새로구미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기획된 이 콘텐츠는, 새로구미 내부에 존재하는 캐릭터 중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하나의 구미호가 됐는지 알려주는 프리퀄 형식이다. 남자 구미호는 ‘워너원’ 출신의 가수 겸 배우 박지훈, 여자 인간은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배우 김혜윤이 각각 내레이션을 맡았다.
새로 살구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병을 넘어섰다.
‘새로’ 출시 2주년… 누적 4억 병 돌파
지난 9월 새로는 출시 2주년을 맞았다. 그에 앞서 2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억 병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약 58만 병이 팔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젊은 세대에 주목한 차별화된 마케팅이 이 같은 성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새로구미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광고 콘텐츠도 젊은 세대에 잘 어필됐다고 봤다.
새로의 새 광고 ‘새로구미뎐: 산 257’도 공개됐다. 새로의 탄생지인 산 257 동굴을 둘러싼 세 남녀의 쟁탈전을 다루는 내용이다. 1부 ‘새로운 시작 잊혀진 기억’ 편은 9월 30일, 2부 ‘시린 칼날 아래, 새로이 피는 혼’ 편은 10월 8일 각각 선보였다.
2부 공개 하루 전인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선 애니메이션 광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에는 광고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배우 천우희·변요한·이원정이 무대에 올라 광고의 주요 장면을 재연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했다. 광고에서 천우희는 여자 새로구미, 변요한은 적국 왕자, 이원정은 남자 새로구미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새로 애니메이션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더욱 강조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새로 매출은 1000억 원을 넘겼다. 올해는 얼마큼의 성적을 내고 내년을 맞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새로구미로 얻는 무형의 가치는 얼마나 클지도 기대된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