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백 홈닉팀장 “홈플랫폼 ‘홈닉 2.0’ 전국 확대 꿈꾼다”

“건설사 홈플랫폼, 他社로 확대한 앱은 홈닉이 유일”… “내년엔 4만4000세대에 도입시킬 계획”

김응구 기자 2024.10.25 08:55:51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백 홈닉팀장은 “내년엔 10개 신축단지와 40개 기축단지, 약 4만4000세대에 ‘홈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SF(공상과학) 영화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리모컨 하나로 텔레비전이 켜지고 커튼이 젖히는 영화를 봤던 게 불과 20~30년 전이다. 꿈만 같던 일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의 탭 몇 번만으로 웬만한 가전제품을 움직이는 건 이제 구식(舊式)에 가깝고, 아파트단지 내 각종 시설까지 ‘조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듯 ‘스마트’한 생활은 세대를 넘어 단지로까지 확장됐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자동화된 삶이다. 우린 지금 ‘스마트홈’ 시대를 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8월 홈 플랫폼 ‘홈닉’을 선보였다. 디지털 스마트홈 서비스는 물론 문화생활이나 건강 관리 등 주거 생활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 최초로 적용한 이후 지금까지 3만3000여 세대가 사용 중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8월, 홈닉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홈닉 2.0’이 출시됐다. 삼성물산은 입주민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알렸다. 8월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선 홈닉 2.0을 알리는 팝업스토어도 운영했다. 그에 앞서 30일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이상백 홈닉팀장이 발표자로 나섰고, 이후 따로 인터뷰 자리까지 마련했다.

‘홈닉 2.0’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주택 생활에 필수적이면서도 입주민의 주거 가치를 높이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대거 보강한 점이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직접 체험해보기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간단한 예를 한번 설정해보겠습니다. 우리 아파트에 홈닉이 도입됐다 치고,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려 합니다. 집안시설(청소기·전등 등)도 콘트롤하고 싶고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실제 구현하듯 설명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커뮤니티 시설은 홈닉 앱에서 영화나 호텔 예약하듯이 이용권 구매, 이용시간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골프 연습장을 예로 들면 시설, 날짜, 이용시간, 타석을 지정해 예약하고, 해당 날짜·시간에 안면인식을 거쳐 연습장에 들어가면 골프 타석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헬스장이나 수영장도 홈닉 앱에서 일일권을 구매해 이용하면 되고요. 단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강좌도 예약할 수 있습니다. 홈닉으로 이용신청을 하면 (그 비용은) 관리비에 반영되고, 출입통제시설과도 연동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 집안시설도 마찬가지 방식이겠군요.
“그렇죠. 로봇청소기나 전등은 홈닉 앱 메뉴 중 ‘홈IoT’에서 끄고 켜기가 가능해요. 난방이나 에어컨의 온도, 조명 밝기 같은 것도 조절할 수 있고요. 기존에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사물인터넷 플랫폼)나 통신사의 홈IoT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홈닉 앱에서 해당 홈IoT 앱과 연동시키는 작업을 통해, 홈닉 앱으로 한 번에 제어할 수 있습니다. 관리비 역시 홈닉 ‘생활지원센터’ 메뉴에서 세부 내역과 에너지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파트아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관리비 결제나 월세 납부 방법도 개발해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입니다.”
※ 아파트아이는 현재 전국 3만여 단지 1200만 세대가 사용 중인 국내 최대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이다. 관리비 조회·납부, 택배 예약, 커뮤니티 등 입주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 ‘홈닉 2.0’을 이해하고 나서 보니 핵심 콘텐츠 중 ‘아파트케어’ 서비스에 가장 먼저 눈이 갔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라면서요?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에겐 여러 문제가 발생하죠. 간단한 못 박기부터 수리나 교체해야 할 사항도 아주 많잖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홈닉이 아파트아이와 협업해 개발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파트케어입니다. 기존에는 수리·교체가 필요하면 관리사무소나 외부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받아야 했죠. 하지만 관리사무소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외부 서비스는 가격 비교가 어렵거나 방문 인력의 서비스 수준 편차가 있어요. 사용자의 불편이 있었다는 얘깁니다. 홈닉을 이용하면 래미안의 CS(고객서비스) 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해 드려요.”

- 이미 시작됐죠?
“서울 일부 지역에 서비스가 시작됐고요, 이후 단계적으로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역상권과 상생하도록 향후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할 땐 홈닉의 플랫폼을 통해 신청받고, 지역별 파트너사에게 래미안의 CS 노하우를 전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으로 지역상권과 공존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백 홈닉팀장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홈 플랫폼 중 자사 아파트에 한정하지 않고 타사까지 확대한 앱은 ‘홈닉’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입주민 전용 공동구매 서비스도 있던데, 참여율이 꽤 높을 듯 보여요. 어떻게 진행하는 거죠?
“홈닉과 제휴한 파트너사들은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할 수 있어요. 홈닉의 공동구매 서비스는 홈닉이 발굴하고 기획한 것 외에도 아파트 주변 지역상권이나 입주민이 제안하는 방식도 가능한 양방향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제안형 진행 방식은 입주민 제안형과 업체 제안형 두 가집니다. 입주민 제안형은 입주민이 ‘공동구매 제안하기’ 게시판에 판매·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게시하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품목들을 삼성물산 직원이 해당 물건 판매업체와 협의해 공동구매 상품을 기획하는 형탭니다. 상품 판매업체는 당연히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야 하겠죠.”

- 업체 제안형은 말 그대로 아파트단지 주변 상권이 참여자가 되겠군요.
“맞습니다. 그와 더불어 좋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나 인지도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매력적인 상품을 제안하면, 삼성물산 직원이 검토한 후 기획해 입주민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죠. 제안형 공동구매는 입주민에겐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엔 입주민에게 좋은 상품을 노출하는 기회를 마련해줘요. 그렇듯 입주민과 소통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상생하는 홈닉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거죠.”

- 실제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홈닉 2.0 출시 후 공동구매로 판매한 제품은 환절기 의류 정리를 도와주는 의류보관함이나 입주 시즌에 맞춰 선보인 부엌 수납세트 등 생활 밀접 상품들을 위주로 진행했어요. 계획된 상품으로는 김장철 부담을 낮춰주는 배추·무·김치통, 따뜻한 겨울을 위한 침구, 조명 등이 있고요. 이렇듯 기간별 테마를 정해 입주민에 필요한 상품을 공동구매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 ‘홈니커스 클럽’ 서비스도 있어요. 특가 제안과 패키지 판매 등의 혜택을 얘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한마디로 홈닉 회원만을 위한 전용 몰이에요. 홈닉이 엄선한 상품을 홈닉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거죠. 시장에서 검증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물론, 규모가 작아도 높은 품질과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나 지속 가능 가치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별합니다. 상품 측면에선 일상에 필요한 생필품, 우리 집과 단지에 필요한 맞춤형 상품 그리고 트렌드에 부합하는 핫한 제품들을 홈닉이 발굴합니다. 현재 주간 단위로 ‘홈닉데이 핫딜’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어요. 가령 아파트에 최적화된 수납 용품을 한시적으로 인터넷 최저가로 제공하는 식이죠. 홈닉은 다른 이커머스처럼 판매 상품의 종류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보다 차별적인 제품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 홈닉이 적용된 단지에선 입주민 대상의 소모임이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죠? 홈 플랫폼의 진화가 인연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여서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홈닉이 입주민 전용 모임을 운영하는 만큼 다양한 모임이 자생적으로 조직되죠. 현재 200여 개의 단지 모임이 운영 중입니다. 이 모임들은 등산·러닝처럼 취미를 기반으로 하거나 연령대, 가족 구성 등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됐어요. 홈닉의 단지 모임과 ‘모두챗’(입주민 전용 게시판)은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소통 채널입니다. 믿을 수 있는 입주민들과 안심하고 소통하는 장인 만큼, 이웃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백 홈닉팀장이 8월 30일 서울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홈닉 2.0’ 출시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홈닉은 지난해 8월 전용 앱 출시와 함께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 처음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새로 건축하는 아파트엔 적용하기 쉽겠지만 오래된 구축에는 홈닉 적용에 한계가 있을 듯 보이는 데요.
“구축 아파트에서도 입주자로 등록만 돼 있으면 홈닉의 ‘라이프인사이드’ 서비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세대와 단지 공용부에 설치된 하드웨어와 연동돼야 하는 ‘홈그라운드’ 서비스들은 단지별로 연동이 필요합니다. 홈닉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축단지에 서비스 연동을 추진 중이에요. 먼저, 구축단지의 시설 리모델링과 시스템 리뉴얼 시점에 홈닉의 하드웨어 솔루션을 새롭게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커뮤니티 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설예약관리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월패드·로비폰 등 홈네트워크 시스템 전부 또는 일부를 교체하는 식이죠. 그다음은 개별 솔루션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홈닉은 각 솔루션이 모듈화돼 있어 필요한 솔루션만 단지에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구축단지 특성상 대수선 공사가 쉽지 않아 현재 신축단지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설치하면 홈닉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서버 간 연결입니다. 기존에 설치된 시설의 서버(클라우드·로컬서버)와 홈닉 클라우드 서버 간 연동을 통해 기기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도 기존 기능과 홈닉의 기능·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어요. 주차 관제, 엘리베이터 호출 등이 이런 방식으로 제공하는 거죠.”

- 홈닉은 ‘래미안’을 넘어 다른 건설사 브랜드로까지 확장한다고 밝혔어요. 그럴 경우 다른 건설사의 홈 플랫폼과 충돌이 예상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방안도 마련돼 있겠죠?
“다른 건설사 플랫폼과의 충돌은 현시점이 아파트 플랫폼의 과도기여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대형건설사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내세운 아파트 플랫폼을 별도로 개발해 운영하는 상황이죠. 그러나 건설사가 제공하는 플랫폼 중 자사 아파트에 한정하지 않고 타사까지 확대한 앱은 홈닉이 유일합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이미 자사 플랫폼을 개발한 건설사는 매몰 비용과 브랜드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로 자체 앱 운영을 포기하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아파트 플랫폼의 수준과 사용률이 높아지면 사용자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갖춘 플랫폼을 요구할 것이고, 따라서 장기적으론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이 아파트 플랫폼이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홈닉은 그 과정에서 아파트 플랫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겁니다.”

- 앞선 질문과 연결되는 내용인데, 다른 건설사는 대략 몇 군데와 접촉 중이고, 실제 홈닉 설치가 추진 중인 아파트는 어느 정돈지요. 더불어 올해 혹은 내년까지 세워놓은 확장 계획은 어떻습니까.
“현재 협업 중인 업체들과 비밀유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지금까지 건설사 두 곳과 홈닉 도입 MOU(업무협약)를 맺었고, 중대형 건설사 네 곳과는 추가 MOU 체결을 위해 긴밀히 협의 중입니다. 현재 다른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 세 개 단지에서 홈닉을 사용 중이고, 10여 개 단지는 도입을 위한 세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고요. 내년에는 10개 신축단지와 40개 기축단지, 약 4만4000세대에 홈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한 가지 더 궁금한 건 해킹 등 보안 문젭니다. 보안 문제 해결에도 꽤 많은 공을 들였죠?
“최근 월패드 해킹 등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보안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죠. 홈닉은 출시 전에 모의 해킹 점검을 시행해요. 앱 역시 삼성의 보안 기준에 따라 내부 통합보안 점검을 시행하고요. 이렇듯 경쟁 플랫폼보다 한 차원 높은 보안 수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나 IoT보안인증(IoT 제품과 연동되는 모바일 앱의 보안 인증)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홈닉의 보안을 검증받았습니다.”

- 월패드를 말씀하셨는데 최근 공동주택에서 그 중요성이 꽤 커졌죠. 홈닉과 월패드의 연계성·연동성은 어떻습니까.
“말씀대로 최근 아파트에 IoT 기반의 스마트홈이 일반화되면서 세대 내 월패드의 중요성이 커졌죠. 홈닉은 단지 내 서버를 통해 앱과 세대 월패드가 연동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세대 내부의 조명이나 난방을 월패드로 제어할 수도 있지만, 홈닉 앱을 사용하면 아파트단지의 방재실을 거쳐 월패드가 신호를 받고, 이를 통해 조명과 난방을 제어하는 구조입니다. 현재까지는 통합 컨트롤러(controller)의 기능을 갖춘 허브로써 월패드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왔는데, 점차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익숙해지는 만큼 입주민들이 월패드보다 홈닉 앱을 사용해 집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해요.”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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