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리즈①] 체험·현지화·카테고리 다변화로 훨훨나는 K-김치

대상·CJ제일제당·풀무원, 김치 세계화에 앞장

김금영 기자 2024.11.04 09:31:18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수 로제 노래 ‘아파트’의 전 세계적 열풍 등 K-문학, K-팝을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K-시리즈’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K-푸드의 대명사인 김치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식품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체험, 현지화, 카테고리 다변화 전략이 눈에 띈다.

대상 ‘종가’, 체험 내세운 ‘김치 블라스트’ 팝업 등 호응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룹 세븐틴 멤버 호시는 지난해 9월 종가 앰버서더로 발탁돼 활약 중이다. 사진=대상

국내 김치 시장 점유율 1위 대상은 ‘종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김치를 국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다. 종가는 ‘종가집’으로 시작한 대상의 포장김치 대표 브랜드다. 대상은 2022년 10월 종가집과 종가로 나뉘어 있던 국내외 김치 브랜드를 ‘종가(JONGGA)’로 통합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브랜드 통합 이후 김치를 더 이상 필수 밑반찬으로 찾지 않는 국내외 MZ세대를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룹 세븐틴 멤버 호시가 지난해 9월 종가 앰버서더로 발탁돼 활약 중이다. 대상 측은 “호시는 평소 ‘김치러버’, ‘김치 앰버서더’, ‘김치 소믈리에’ 등으로 불릴 만큼 김치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고, 그룹 세븐틴 멤버로 막강한 글로벌 파급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종가의 지향점과 부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모델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대상은 호시와 함께 종가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전개해 왔는데, 대표적으로 체험을 내세운 ‘김치 블라스트’ 팝업이 있다. 김치 블라스트는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김치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한 색다른 형태의 김치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올해 7월 부산에서 열려 약 1만 1000명의 국내외 방문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했다.

특히 올해 정식으로 선보인 ‘HOXY? KIMCHI!(혹시? 김치!)’ 파우더와 김치 스프레드는 종가 김치 국물을 그대로 분말화한 김치 파우더와 잼이나 소스처럼 즐기는 스프레드 등 김치의 색다른 변화를 직접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해 방문객의 호응을 얻었다. ‘김치 블라스트 부산 2024’ 팝업과 ‘HOXY? KIMCHI!’ 파우더 및 김치스프레드 제품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만 건에 육박했다.

오프라인 팝업 흥행 열기는 8월 4일까지 네이버 종가 브랜드스토어에서 열린 온라인 팝업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사전 예약 기간인 7월 18일부터 28일까지의 온라인 팝업 누적 방문 고객 수는 약 2만 명을 기록했다.

'종가 김치 블라스트' 김장버무림 행사 현장. 사진=대상

김치 블라스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현재 종가는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데, 이중 매년 프랑스, 영국, 미국 등 3개국에서 ‘종가 김치 블라스트’를 열고 있다. 김치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글로벌 인지도와 김치 종주곡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근 미국 뉴욕과 뉴저지에서 행사를 열었다.

미국에서 올해로 5회차를 맞은 김치 요리 대회인 ‘종가 김치 쿡 오프(JONGGA Kimchi Cook Off)’는 10월 24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뉴욕 소재의 요리학교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에서 열렸다. 올해는 미국 전역에서 총 381명이 참가해, 48:1의 경쟁률을 기록한 예선을 거친 결선 진출자 8명이 경합을 펼쳐다. 전문 셰프부터 교사, 회계사, 푸드 블로거 등 다양한 직업의 참가자들이 김치를 활용해 다양하고 예술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이경애 대상 김치글로벌사업본부장이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최종 우승은 캘리포니아주 산 마테오에 거주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마이아 보믹이 종가 맛김치를 활용해 만든 ‘옥수수 빵과 함께 먹는 김칠리’가 차지했다. 2년 연속 심사를 맡은 차야닌 교수는 “작년보다 늘어난 참가자 수와 높아진 레시피의 수준을 보며 한국 김치의 인기를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10월 26일(현지시각 기준)엔 뉴저지주에 위치한 북동부 지역 쇼핑몰인 ‘아메리칸드림몰’에서 김장버무림 행사와 함께 뉴욕 현지 소비자가 K-푸드를 맛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종가 김치 블라스트 행사를 진행했다. 직접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한국의 김장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김장버무림 행사에는 약 200여 명의 현지인이 참여하며 김치의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K-푸드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대상의 글로벌요리센터장을 맡고 있는 지오바니 마우로 세우 셰프가 요리 시연을 통해 ‘김치 치킨 볶음’, ‘고추장 쿠스쿠스’ 등 특별한 퓨전 한식 요리를 선보여 뉴욕 현지인의 호응을 얻었다. 또, 종가의 백김치, 오푸드의 김자반, 허니갈릭맛 치킨 등을 활용해 직접 런치박스를 만들어보는 ‘JO 런치박스 만들기 체험’과 더불어 포토존 운영, 경품 추첨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0월 19~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 소개된 대상 종가의 제품들. 사진=대상

프랑스에서도 김치를 알렸다. 10월 19~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 참가해 종가 제품 중 ▲김치 스프레드 2종(달콤한 맛·고소한 맛) ▲김치 크런치 바이츠 ▲종가 백김치 ▲종가 ABC김치(사과·비트·당근 김치) 등 5개 제품은 ‘시알 혁신상 셀렉션’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경애 대상 김치글로벌사업본부장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미국 종가 김치 블라스트 행사,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에 단독 부스로 참여해 김치와 K-푸드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한국 대표 김치 종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활동을 통해 전 세계로 K-푸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 현지화 전략으로 ‘고급 김치’ 알려

CJ제일제당 호주 현지 생산 김치(왼쪽), 북미 현지 생산 김치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국내 김치시장 점유율 2위로 대상의 뒤를 바싹 뒤쫓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로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표방하며 CJ제일제당이 2016년 내놓은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다. 서울 및 경기식의 대중적인 김치 맛의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을 비롯해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 등 총 16개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비비고 김치는 미국, 일본, 베트남,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 수출하며 김치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비비고 김치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고, 일본 31%, 유럽 25% 등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62%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유럽에서는 안정적 품질의 상온김치를 기반으로 코스트코 등 주요 채널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임희정 CJ제일제당 김치 담당은 “비비고 김치의 인기 요인으로는 특허 받은 유산균과 엄선한 재료를 활용해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맛을 살린 것을 꼽을 수 있다”며 “고수 김치,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김치 등 각 국가별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해 다양한 현지화 제품군을 확보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는 베트남에서 62%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과 ‘현지화’ 전략을 중심으로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 일환으로 올해 4월 호주 현지에서 생산한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수출 김치 새단장에 나섰다. 이전엔 호주에서 한국에서 수출된 김치만 구매할 수 있었으나, 해당 제품 출시로 현지 원재료로 생산된 호주산 김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는 갓 담근 김치를 찾는 호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기존 수출 김치 10종도 새롭게 바꿨다. 김치의 신선함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발효 기술력을 적용해 식감을 살리고 최적의 숙성도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새 제품은 2월부터 현지 에스닉 마켓에 입점했고 4월부터 현지 대표 유통채널인 울워스 일부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북미에서도 현지 생산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김치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자체 생산 역량을 갖췄다. 비비고 김치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지 생산이 가능해진만큼 꾸준히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차유진 CJ제일제당 오세아니아 법인장은 “비비고 김치 세계화의 일환으로 오세아니아에서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며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식문화 전파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신세계면세점에 마련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단독매장. 사진=CJ제일제당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 또한 겨냥해 올 7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잇따라 비비고 단독 매장을 열었다. 김치 등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방문해 기념품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제품들 위주로 매대를 꾸렸다. 다양한 종류의 김치로 꾸린 ‘비비고 김치 선물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김보배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 매니저는 “외국인 관광객이 출국하기 전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꼭 들르는 장소로 비비고 매장을 자리매김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김치냉장고·뮤지엄김치간’ 등 카테고리 다변화

풀무원은 김치를 신선하게 유지하고 식재료 보관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주방가전 '풀무원 김치냉장고'를 9월 출시했다. 사진=풀무원

원료 입고부터 생산, 배송 등 전 단계에 걸쳐 온도 및 습도를 관리하는 ‘김장독 쿨링 시스템’을 적용한 김치를 해외에 수출해온 풀무원은 최근 카테고리 확장이 눈에 띈다. 풀무원은 김치를 신선하게 유지하고 식재료 보관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주방가전 ‘풀무원 김치냉장고’를 9월 출시했다.

풀무원 측은 “최근 김치냉장고가 단순히 김치를 보관하는 용도뿐만 아니라 야채, 과일, 육류 등 식재료를 취향에 맞게 보관할 수 있는 주방 필수 서브가전으로 선택받는 등 다변화된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냉장고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풀무원 김치냉장고는 풀무원의 발효과학으로 구현한 ‘톡톡김치’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풀무원 고메 냉각 시스템’을 탑재해 내부 온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냉기 토출구가 칸칸이 적용돼 보관 위치에 상관없이 냉기를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다. 148L의 용량으로 4가지 온도전환 모드(김치, 냉장, 냉동, 풀무원 고메)를 제공해 가정 내 서브 냉장고로도 활용 가능하다.

강재훈 풀무원 리빙케어사업부장은 “풀무원의 김치 제조 및 보관 노하우를 집약해 선보인 김치냉장고뿐만 아니라 요리가전부터 주방가전까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가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에서 외국인들이 김치를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풀무원

김치를 알리는 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은 1986년 중구 필동에 문을 연 김치 박물관으로, 2015년 4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뮤지엄김치간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공간과 관련된 유물과 디지컬 콘텐츠를 결합한 전시를 통해 김치와 김장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보존해오고 있다.

뮤지엄김치간은 매년 약 7000명을 대상으로 김치학교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약 4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김치학교’를 비롯해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유학생들을 위한 ‘외국인 김치학교’, 장애인을 위한 ‘모두의 김치학교’,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를 위한 비건김치 만들기 프로그램 ‘2030 김치학교’ 등이 있다.

올해엔 외국인 대상 김치 프로그램을 기존 2개에서 4개로 확대하며 카테고리를 보다 다변화했다. 뮤지엄김치간 나경인 팀장은 “코로나 이전보다 뮤지엄김치간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김치와 김장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뮤지엄김치간을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 4000여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만 명 대비 약 40% 증가했다. 또, 2019년 전체 관람객의 30% 수준이던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작년에는 45%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김치를 직접 만들고, 먹어보며, 체험 전후로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꾸렸다. 나경인 팀장은 “앞으로도 뮤지엄김치간이 한국의 김치와 김장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 공간이 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풀무원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7월 미국 앨라배마주 마이너리그 몽고메리 비스킷츠 홈구장에서 열린 '한국 문화유산의 밤' 행사에 후원사로 참여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김치 시식 코너를 운영하고, 김치 신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풀무원

해외에서의 활동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풀무원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7월 26일과 28일 미국 앨라배마주 마이너리그 몽고메리 비스킷츠 홈구장에서 열린 ‘한국 문화유산의 밤(Korean Heritage Night)’ 행사에 후원사로 참여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김치 시식 코너를 운영하고, 김치 신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풀무원USA 마케팅사업부 박혜상 CM(Category Manager)은 “풀무원은 한국에서 제대로 만든 김치로 미국 메인스트림 마켓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미국 김치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국산 김치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미국 김치 넘버원 브랜드로서 현지 김치 시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량은 2만 39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해 역대 최대치다. 최근 10년간 상반기 김치 수출량은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 2015년 1만 1500톤의 두 배로 늘어났다. 식품업계는 미국과 유럽에서 K-콘텐츠 확산과 발효·비건 등 건강식품 수요 확대가 김치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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