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 “카페느티, 예술로 소통하는 선물 같은 공간 되길”

사옥에 전시 공간 마련하고 신진 작가에 전시 기회 제공…“지원의 폭 넓힌다”

김금영 기자 2024.11.12 14:40:53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 사진=김금영 기자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 곳곳을 작품이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 작품을 자유로이 감상했고, 카페는 커피향뿐 아니라 예술의 향기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대상그룹의 공익법인 대상문화재단이 마련한 문화예술 전시 공간 풍경이다.

대상문화재단 사옥에 위치한 ‘카페느티’가 전시의 장으로 변했다. 대상문화재단은 7월 이곳 벽면 전체에 전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해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도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들에게는 작업 세계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느티가 문화예술의 장으로 변모하게 된 계기를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에게 들어봤다. 그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는 바쁜 일상 속 힐링을, 신진 작가들에게는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카페느티'에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전시공간이 마련된 카페느티는 본래 어떻게 운영되던 공간이었나요?

“카페느티가 운영된 지는 약 10년이 됐고요.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느티나무’와 북카페를 콘셉트로 한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소담스럽고 정겨운 분위기로 지역 주민이 많이 찾는 대표 명소였고요.”

- 카페느티를 전시의 장으로 만든 목적은?

“북카페 콘셉트도 좋았지만, 실효성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 중 회사원과 관광객도 많은데, 실질적으로 방문했을 때 책을 읽을 만큼 카페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공간을 방문했을 때 좀 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선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다가 여러 회의를 거쳐 예술작품 전시를 기획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를 통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작가들에게는 전시 기회를 제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카페느티' 곳곳을 채우고 있는 작품들. 사진=김금영 기자

- 본래 대상문화재단은 주로 장학사업 쪽에 중심을 두고 활동을 전개해 온 것으로 아는데요. 미술 전시 분야에 관심을 둔 계기는?

“당 재단은 장학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예술 분야에도 많은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995년부터 매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후원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국악 영재 발굴을 위해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를 중점적으로 후원해왔어요. 또한 1986년 창단한 호남오페라단의 창단 기념공연 도니제티의 오페라 ‘류치아’를 시작으로 30여 년 넘게 후원해왔고요. 그룹에서는 청룡영화상 등 다양한 문화 예술단체와 교육기관 및 학술연구단체를 비롯해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미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는 "'이 공간을 방문했을 때 좀 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선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카페느티 전시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특히 카페느티는 신진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대상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지원할 때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며 국악, 오페라도 많이 대중적이 됐지만, 앞서 언급한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호남오페라단 후원을 시작할 당시엔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후원도 많이 없었던 실정이었죠. 문화예술 활동이 서울, 수도권에 편중된 측면도 있었고요.

하지만 현재 호남오페라단의 경우 400회 이상의 공연을 전개했고, 이중 ‘녹두장군 전봉준’, ‘동녁’, ‘논개’ 등 수많은 창작 오페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최우수 창작오페라’에 8회 연속 이름을 올리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페라단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소통해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현재 미술 분야에서는 신진 작가들이 유명 작가들에 비해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실정입니다. 특히 전시를 열기 위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고 더더욱 도움이 필요한 신진 작가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 작품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혹시 참고한 사례가 있었나요?

“어디를 참고하기보다는 ‘작가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습니다. 예술인협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작품 전시 공간 확보에 대한 니즈가 가장 많았고, 이에 집중해 공간을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 카페느티 전시 참여 작가 선정 기준은?

“대상문화재단은 오랜 시간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전개해오며 이를 통해 맺어온 소중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이중 예술인협회 등 유관단체, 작가들 등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있고요. 또한 자발적으로 재단 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작가 중 작품 콘셉트나 기존 활동 경험 등을 토대로 재단 내부 기준에 의해 전시 작가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발 기준으로는 작품을 보는 모두가 힐링되고 작은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전시 초기 때와 비교해 점점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0월 '향기로운 꽃'을 주제로 한 '선물' 전시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작가 선정이 끝나고 이후 전시 준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작가 선정 과정이 끝나면 어떤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면 좋을지 작가와 소통합니다. 아울러 공간 콘셉트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매 전시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전시에서 작품 판매도 이뤄지는데, 판매는 재단이 개입하지 않고, 전시기간 중 작가와 고객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열린 전시들을 소개하자면?

“매월 새로운 주제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7월엔 ‘4개 행성에서 온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우주인 4명이 만난다’는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하얀우주’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사회에 나오기 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뿌듯했다’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8월엔 민화작가 6명이 결성한 호구아트팀의 ‘21세기 팝아트’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뜻의 ‘호구아트’를 주제로 작품 34점을 소개했어요. 작가를 비롯해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 모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고, 다수의 작품들이 판매되는 결과까지 있었습니다.

9~10월엔 ‘향기로운 꽃’을 주제로 한 ‘선물’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김진영, 박미나, 박선주, 홍수빈, 김선진 등 작가 5명의 향기로운 선물 같은 작품 총 66점을 선보였습니다. 작가마다 화법은 제각각 다르지만, ‘꽃’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카페를 찾는 지역 주민에게 향기로운 선물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특히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었나요?

“어느 한 전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매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노력하는 모습 하나하나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연말엔 어떤 전시들이 이어질 계획인가요?

“11~12월엔 ‘사랑의 형태(SHAPE OF LOVE)’를 주제로 조안나 작가의 개인전이 이어집니다. 다채로운 사랑의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들로,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가 될 거라 기대합니다. 또한 주 캐릭터인 곰의 사랑스러운 표정과 따뜻한 색감 등이 돋보이는 포근한 느낌의 작품들로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선물' 전시는  김진영, 박미나, 박선주, 홍수빈, 김선진 등 작가 5명의 작품 총 66점을 선보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 대상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연계 전시의 가능성도 있을까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구체화된 것이 없지만 추후 가능한 기회가 있다면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문 갤러리가 아닌 카페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카페를 찾는 고객이 스스로 주의를 많이 하는 등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의 작업세계를 존중하는 태도가 매우 성숙합니다. 이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진 덕이라고 봅니다. 전시 작가 또한 전시 공간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수시로 현장을 찾아 작품 상태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카페느티' 입구쪽에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현재는 추천, 신청을 통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공모전 계획은 없나요?

“공모전을 하게 되면 상업성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순수 지원으로 공익성을 추구하는 재단의 방향과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와 작품을 전시할 공간 그리고 전시 포스터, 액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지원해 이들의 작업세계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 각 기업의 문화재단에서 전문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은데, 관련한 계획이 있나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경험을 쌓고 작가들 지원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지원의 기반을 다져 지금은 신진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전개하고 있지만, 추후엔 보다 폭넓게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대상문화재단 나광주 상임이사는 카페느티 전시 계획을 밝히며 "꾸준히 문화예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앞으로 카페느티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나요?

“커피를 마시러 온 분들에게 ‘밝은 기운의 작품을 감상하니 힐링됐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하는 모두가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선물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7월부터 시작해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현장에서의 좋은 반응으로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일부 전시가 예정돼 있는데요. 꾸준히 문화예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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