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탈모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최신 바이오 약물 및 치료법으로는 약물 전달 시스템(DDS), RNA 간섭(RNAi),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세포), 윈트 신호전달 경로(Wnt), 모유두세포 이식, 자가 줄기세포 주사 등이 있다.
이 중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탈모 부위에 주사하는 자가 줄기세포 주사다.
줄기세포란 뿌리가 되는 세포로 우리 몸의 어떠한 세포로도 변신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을 이용해 노화 또는 기능이 떨어진 장기나 조직에 줄기세포를 주입함으로써 건강한 세포로 변신시켜 질병을 치료하거나 기능을 되찾도록 하는 게 줄기세포 치료다.
인체에서 줄기세포를 다량으로 채취할 수 있는 곳은 골수와 지방조직이다. 하지만 골수 줄기세포(조혈모 줄기세포)를 탈모 치료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골수에 있는 조혈모 줄기세포만 분리 추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방에는 골수에 비해 줄기세포가 많아 시술이 간단하며, 입원할 필요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방 줄기세포에는 세포분열을 촉진시키는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 등을 함유한 SVF가 있어 치료 효과를 향상시킨다.
게다가 복부 지방을 줄이는 부수 효과까지 있는 게 지방 줄기세포 시술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지방 줄기세포를 탈모가 발생한 두피에 주사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 건강한 모발 세포가 증가한다. 줄기세포를 두피의 진피에 주입하면 모발 성장에 관련된 모유두 세포, 모모 세포, 모발 줄기세포로 분화하여 모발 수를 증가시키고 굵은 모발로 만든다.
모유두 세포(Dermal Papilla cell)는 모세혈관과 감각신경에 연결돼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 모모 세포(Keratinocyte)는 모발의 주성분인 케라틴 단백질을 만들어 모발의 형상을 돕는다. 벌지 구역에 있는 줄기세포는 모발에 관련된 모유두 세포, 모모 세포로 전환하는 뿌리세포다.
둘째, SVF의 파라크린 효과(Paracrine effect)다. 파라크린 효과란 특정한 세포에서 방출된 물질이 혈액을 거치지 않고 인접한 표적 세포에 전달됨으로써 그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방 조직에서 지방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지방 줄기세포뿐 아니라 섬유아 세포, 면역 세포, 미세혈관 내피 세포 등과 각종 성장인자, 사이토카인 등이 함께 추출되는데 이를 기질혈관 분획 또는 SVF(stromal vascular fraction)라 한다.
한마디로 지방 줄기세포를 주사할 때 줄기세포만 주입되는 게 아니라 다른 세포들이 포함된 ‘SVF’가 함께 주입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세포들의 집합체인 SVF가 주변 세포를 활성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모발을 잘 자라게 만든다.
성공적인 지방 줄기세포 시술의 핵심은 많은 양의 줄기세포와 오염되지 않은 줄기세포 확보에 있다.
필자의 병원에서 채취한 복부 지방을 줄기세포 전문기관으로 보내면 1cc당 100만 개 이상의 줄기세포와 다량의 SVF가 함유된 줄기세포 의약품으로 만들어져 돌아온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엄격한 품질 관리와 투명한 생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탈모 부위에 주입하는 시간은 10~20분 정도 소요된다.
자가 지방 줄기세포 주사의 또 하나 장점은 1회 시술로 끝나므로 병원에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고, 시술 후 과거 모발의 50~70%는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