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 김춘미 개인전 ‘Ship Snow’ 개최

눈이 내포하는 낭만성 매개하여 작가가 안고 있는 정착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위치를 통과하는 시공간 추적

안용호 기자 2024.11.15 18:50:11

ship snow

N/A는 11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김춘미의 개인전 Ship Snow를 선보인다.

런던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이 공유하는 장소와 일상을 추적하며 주변을 소재로 동시대 추상 회화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김춘미는 캔버스 화면을 묽게 중첩하여 그리는 방식과 서체에 가까운 문자-이미지 드로잉의 회화적 실천을 이어오면서 ‘페인팅(회화)’을 ‘그리는’ 행위에 주목한다.

전시 Ship Snow에서는 약 열 다섯 점의 신작 회화를 소개하면서 산 등선과 나뭇가지 등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드럽고 날카로운 선적인 요소를 통해 기존 추상적 회화 방식과 더불어 화면에서 구상적인 태도를 가져온다.

전시 제목 ‘Ship Snow’는 2023년 어느 작품의 제목이었던 것과 함께, 눈을 배달하는 어느 한 업체명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동하고 쉬이 소멸하는 속성의 눈의 감각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의 장소들을 작업으로 소환한다.

이렇듯, 작가는 눈이 내포하는 낭만성을 서울과 런던의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서 특정 계절을
연상케 하는 눈을 매개하여 작가가 안고 있는 정착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위치를 통과하는 시공간을 추적한다.

캔버스 위에 드로잉 하듯이 켜켜이 쌓아가는 투명하고 얇은 표면은 작가가 붓 끝으로 신체와 눈의 감각을 따라 긴장감 있는 화면을 축적해 나갔다. 나무의 형(形)과 닮아 있는 붓질은 점차 자연과 사물의 한 ‘장면’을 짐작할 수 있도록 작가가 탐구해왔던 추상성 위에 날 것의 이야기가 덧입혀진다.

Spring Onions and Mountains

기존에 구체적인 사건과 장면을 참조하지 않았던 작가는 자신의 기억에 기대어 캔버스 위에 쌓아가는 공간 안에서 즉각적으로 종이 표면을 대하듯이 회화적 그리기를 시도한다. 나아가, 수채화와 유사한 농도의 얇은 회화를 했던 작가는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에서 보다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붓질의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더 이상 거주하지 않은 자신의 터에 대한 장소적 감각이 회화의 형식과 태도로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감각은 흔히 해석되어지는 서정성과 향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가장 익숙했던 곳이 가장 미지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김춘미는...
1983년 인천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거주하고 작업하고 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ACID—FREEEE (2023, Ginny on Fredrick, 런던, 영국)와 Darling Diagonal (2014, Gallery 175, 서울, 대한민국)이 있다. 최근 그룹 전시로는 FRAGMENT I (2024, Commune
Gallery, 비엔나, 오스트리아), AWAY (2023, VIN VIN, 비엔나, 오스트리아), Next Christie’s x GoodEye Project (2023, Christie’s, 런던, 영국) 등이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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