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 ‘사이 어딘가에’(Somewhere in Between)를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리움미술관 M2, 강당, 컨퍼런스룸 등에서 연다고 밝혔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통해 미술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포용성(Inclusivity), 다양성(Diversity), 평등(Equality), 접근성(Access)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리움미술관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고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선도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설정하고, 학제 간 연구 기반의 강연, 대담, 워크숍 등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첫 번째 아이디어 뮤지엄은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심포지엄, 필름 스크리닝, 리딩 세미나 등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성찰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 가능성을 탐색했다.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와 ‘에어로센 서울’ 프로젝트를 대구, 부산, 제주, 대전, 수원, 광주, 용산 등 10개의 지역사회의 미술관과 함께 진행했다.
올해 두 번째 아이디어 뮤지엄은 ‘젠더와 다양성’을 키워드로 선정하고, 이를 논의하는 ‘사이 어딘가에’를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진행한다. ▲타자와 함께하기 ▲젠더적 전환, 유동적 정체성 ▲기존 서사의 해체와 재구성 ▲다종 간의 공생을 위한 생태적 사유와 실천에 주목하는 강연, 토크, 필름 스크리닝, 퍼포먼스 등 19개 프로그램을 페스티벌 형식으로 연다.
이를 통해 인류가 마주한 생태·환경적 위기가 불러온 새로운 언어와 인식의 지평을 심층적으로 사유하고, 여성과 남성,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장애와 비장애 등의 고착화된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에서 펼쳐질 무수한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는 강연자와 토론자가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구성을 통해 각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한 동시대 예술의 확장을 시도해 온 ‘옵/신 페스티벌’과 공동기획해 젠더와 다양성의 근간인 ‘신체성’을 탐구하는 퍼포먼스와 워크숍을 선보인다. 강연 시리즈에서는 한·영 동시통역 외에 문자 통역, 수어 통역을 마련해 접근성을 강화했다.
프로그램은 신체적 가변성을 바탕으로 타자와 얽히고 변용되는 사유의 장을 여는 기조강연과 퍼포먼스로 시작한다. 여성과 비인간의 다중적 정체성을 다루고 공동체적 사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시인 김혜순의 기조강연 ‘희(稀)’와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세실리아 벵골레아의 퍼포먼스 및 영상 ‘베스티에르’를 상영해 상호 변형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과 연대의 도모를 탐색한다.
젠더적 전환, 유동적 정체성을 주제로 하는 강연, 스크리닝, 퍼포먼스도 만날 수 있다. 젠더학 교수 멜 Y. 첸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인종, 장애, 화학 물질과의 관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강연, 작가이자 철학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폴 B. 프레시아도의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필름 스크리닝,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안젤라 고의 ‘토털’ 퍼포먼스로 전통적 구분과 정체성의 경계를 해체하는 시도를 선보인다.
기존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강연과 스크리닝도 이어진다. 미술사가 김홍희의 기존 미술 서사의 한계를 넘어 페미니즘 미술의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는 강연,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장 킴벌리 핀더의 남성 중심 미술사에서 소외된 예술가들의 투쟁 과정을 조명한 강연, 시각 미술가 우 창의 ‘모비 딕, 혹은 고래’ 필름 스크리닝을 통해 전통적인 서사를 해체하고 각색하는 사례를 나눈다.
다종 간의 공생을 위한 생태적 사유와 실천을 모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현대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의 ‘분해’ 개념을 통한 인간 사회와 생태계의 연관성을 재조명하는 강연, 위스콘신대 교수 그레타 가드의 에코페미니즘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 ‘지구 타자’에 귀 기울이는 방법론을 제안하는 강연, 큐레이터 필리파 라모스의 큐레이토리얼 실천과 전시를 매개로 한 강연을 비롯해 재생산 노동과 돌봄에 대해 고민하는 안무가 서영란의 ‘함께 짓기’ 워크숍, 시각예술가, 미술사가, 문화인류학자가 모여 바다 생물과의 관계를 예술적 실천 안에서 사유하는 개더링 토크가 진행된다.
아이디어 뮤지엄을 기획한 구정연 교육연구실장은 “아이디어 뮤지엄은 동시대 현안을 둘러싼 사유와 논의의 장소로써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며, 학제 간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퍼블릭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4 아이디어 뮤지엄 ‘사이 어딘가에’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내 ‘배움·연구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별로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