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2023년까지 조호건축사사무소(대표 이정훈)와의 협업을 통해 면목을 일신한 강원도 양양 설해원(雪海苑) 골프 리조트.
지난 9년 간 매년 ‘한국 10대 골프 코스’ 중 하나로 선정된 설해원은 작년 골프장 속 단독주택 단지인 ‘설해별담(雪海別談)’을 개장하면서 ‘리조트의 예술화’라는 지향점에 한발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
우선, 설해원 방문자를 처음 맞이하는 ‘얼굴’인 클럽하우스는 대규모 리노베이션과 증축을 통해 면모를 일신했다. 대규모 목재를 동원한 캐노피, 그리고 목재의 아기자기함을 최대한 살린 회랑은 리조트의 첫인상을 단단히 잡아준다.
scene #1 - 설악산과 동해가 만나는 '설해원 박공'
설해원 곳곳에서 이른바 ‘설해원 박공’이 나타난다. 설악산(ㅅ자 모양)과 동해 바다(一자 모양)가 만나는 양양의 지형을 응용한 디자인이 바로 설해원 박공이다. 설해원 박공은 클럽하우스에서, 그리고 설해별담 단지의 A타입 주택과 B타입 주택에서 각기 달리 변주된다.
scene #2 - 서까래를 현대화한 힘찬 A타입
A타입 주택의 설해원 박공은 강렬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이정훈은 “삼각형 안쪽에 3차원 곡면의 구조체가 형성되는데, 이것들을 자연스러운 형태(shape)로 연결하고 싶었다. 이 측면의 곡면을 금속판으로 마감하는 공법(3차원 곡면 시공)보다는 직선 파이프를 벤딩(bending)해 루버 형태로 마감했다. 멀리서 보면 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직선 형태다. 해가 지면 루버 사이사이에서 조명 빛이 새어 나오도록 해 드라마틱함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3차원 곡면 시공’은 동대문 DDP 등에 적용됐지만 시공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건축가는 ‘3차원 곡면 시공’과 유사한 효과를 철재 루버를 이용해 간단하면서도 강렬하게 마감했다. 또한 이러한 ‘A타입 설해원 박공’은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현대화한 형태로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scene #3 - 목재 구조를 과감히 드러낸 설해별담 B타입
설해별담 A타입이 강렬하다면 B타입은 은은하면서도 힘차다. 이는 건축가가 ‘중목(重木)의 구조미’를 의도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정훈은 이에 대해 “그간 한국에서는 천장을 석고보드로 마감하면서 중목구조를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목구조 건물이라는 걸 드러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감출 부분은 감추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강하게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클럽하우스 리노베이션과 B타입 주택 설계에서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정훈은 또한 설해별담 건물 외벽에 ‘나뭇결을 품은 대리석’으로도 불리는 ‘주라 베이지 스톤’을 적극 채용함으로써 단지 전체에 일관성과 멋을 더했다. 설해별담에서는 나무와 돌이 이루는 조화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scene #4 - 골프장 주택의 새 흐름을 제시
골프 코스 사이사이에 들어서는 ‘골프장 단독주택 단지’는 미국에 많지만, 설해별담은 그런 미국식보다 훨씬 수준을 높였다. 대개의 미국식 골프장은 부지를 골프 코스 위주로 조성하기 때문에 주택이 자리하는 대지의 높이가 골프장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골프공이 집에 날아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설해별담 집들은 주택 입지를 고려하여 훨씬 높게 지어 이런 위험을 크게 낮췄다.
또한 골프 코스에서 플레이어가 집들을 바라보는 풍경도 고려했다. 이에 대해 이정훈은 “캐나다 등의 골프장에 가면 ‘야 정말 이쁘다’라며 감탄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풍경도 중시하며 단지의 자연, 배경의 설악산 대청봉 산세가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고급 리조트에서 ‘예술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설해원과 설해별담이 노력이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