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거침없는 ‘K-방산’ 현장 경영

트럼프 2기 맞아 글로벌 방산 시장 선점 노린다

정의식 기자 2024.11.26 15:28:19

11월 20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의 연구개발 거점을 집중적으로 찾으며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럼프 시대를 맞아 ‘K-방산’의 대표주자 한화가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일 김승연 회장은 글로벌 해양방산 초격차 기술력의 핵심 거점인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이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했다.

현장을 둘러본 김승연 회장은 임직원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해양 탈탄소 시대를 선도할 그린십(Green Ship) 기술과 방산 기술 혁신을 통해 조선·해양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문한 것.

이날 행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도 참석했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업계 ‘최고·최초·최대·최신’의 수식을 받는 각종 시험 설비들이 즐비한 곳이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와 예인수조, 국내 유일의 음향수조 등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추고, 조선·해양·방산 분야 친환경 초격차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먼저 공동(空洞)수조(Cavitation Tunnel)를 방문해 연구진의 시연을 지켜봤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한화오션 공동수조는 길이 62m, 높이 21m의 대형 터널로, 최대 출력 4.5MW 모터와 3600톤의 물을 통해 최대 15m/s의 유속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의 추진력을 높이고 수중 방사 소음을 줄이는 연구 성과는 함정의 은밀성과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산 기술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11월 20일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이어 예인(曳引)수조(Towing Water Tank)를 방문한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수조 내 모형선을 끄는 예인전차에 탑승해 고품질 선박 성능 시험을 참관했다. 한화오션의 예인수조는 길이 300m·폭 16m, 담수량 3만 36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상선, 함정 등 다양한 선박의 저항, 운동, 조종 성능 등에 맞춤형 시험이 가능하다.

김승연 회장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된 프로펠러 모형을 제작해 다양한 성능을 예측·평가하는 모형제작워크샵(Model Workshop)에 들러 한화오션이 수출형 모델로 독자 개발한 2000톤급 잠수함 모형에 “K잠수함 수출로 글로벌 No.1 도약을 기원합니다”라고 적고 친필 서명했다.

한화오션의 2000톤급 잠수함은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장보고-III 플랫폼에 기반해 자체 개발한 중형급 잠수함으로 최신 기술과 다양한 요구사항을 적용한 모델이다.

이날 김승연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한화그룹의 자산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 기여한다’는 뜨거운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화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연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며 굳건한 신뢰의 뜻을 전했다.

“인공지능, 무인화 기술 개발에 집중”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한화그룹 72년 역사의 기반이자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보은사업장은 1990년대부터 탄약 생산을 시작해 다양한 유도무기까지 생산하는 대한민국 자주국방과 글로벌 안보를 지키는 전초기지다. 현재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의 탄도탄 요격미사일과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천검 유도탄 등 최첨단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인 김동관 부회장과 양기원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 주요 임원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승연 회장은 ㈜한화 글로벌부문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영 현황과 글로벌 시장개척 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11월 14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보은사업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한화 글로벌부문은 그룹의 모태인 화약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호주, 북 남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격려했다.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기술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화약 시장 선도 주자로 도약하고 친환경 고부가 핵심소재 사업의 리더로 성장해 나가기를 당부했다.

또한 김승연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이 대한민국 자주국방과 글로벌 안보의 핵심 생산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김승연 회장은 “인공지능(AI) 및 무인화 기술이 핵심이 되는 미래 방위사업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방명록에 “자주국방을 넘어 자유세계 수호 위한 글로벌 전초기지로 나아갑시다”라고 적고 친필 사인을 남겼다.

‘트럼프 2기’는 K-방산 도약의 기회

이처럼 김승연 회장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잇달아 찾으며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2기를 한화그룹이 방위산업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글로벌 시장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것.

이는 김승연 회장이 처음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생산·제조시설인 조선소가 아니라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춘 연구개발(R&D) 중심지를 선택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의 관심이 단순한 조선기술이 아닌 방산기술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조선 산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미 해군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했으며, 11월에는 두 번째 MRO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USNS YUKON’함. 사진=한화그룹

이미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함정 MRO 사업 분야에서 미국의 확고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해군의 MRO 사업은 물론 군함 건조 등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는 육·해·공 전반에 걸쳐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천검 유도탄 등 지상 방산부터 발사체 개발과 해상 플랫폼까지 다양한 방산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김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인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각국의 방산 수요는 한층 커질 전망”이라며 “김승연 회장이 최근 방산 분야 현장 경영을 강화한 것도 이같은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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