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향유 공간②] '지속 가능한 예술적 탐구의 장' 금융사의 다채로운 문화공간 기획 실험

공간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다변화된 예술의 확장 가능성 모색

김예은 기자 2024.12.03 17:12:51

문화는 특정 사회나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행동 양식이나 사고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예술과 혼용되기도 한다. 예술은 '메스티지(masstige, 대중적인 제품과 명품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제품)'와 같은 흐름을 통해 일부 대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화의 한 부분으로 창의적인 소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고급 작품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을 활용한 문화 마케팅은 기업이 문화를 매개로 고객의 감성에 호소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의 고유 가치를 높이는 상호 관계를 통해 양자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기업은 문화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제품의 고품질 인식을 높이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사회적 공헌 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를 설득한다.


특히 국내 금융 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영업장 환경 등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각 기업이 보유해왔던 고유의 기업 이미지도 상당 부분 희석되면서, 이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가와 공연, 전시회 등을 후원할 뿐만 아니라, 자체 화랑을 운영하거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영업장에 예술품을 전시하는 등 VIP 고객을 위한 서비스와 예술품 자체에 대한 투자까지 다양한 형태로 문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공간과 작품 사이의 상호작용을 능동적으로 탐구

박소정, 윤장호, 채병훈 작가의 '가변 부피(Variable Capacity)' 전시 포스터. 사진=신한갤러리

신한은행이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 신한갤러리는 오는 12월 21일까지 ‘2024 Shinhan Young Artist Festa’ 그룹 공모전에 선정된 박소정, 윤장호, 채병훈 작가의 '가변 부피(Variable Capacity)'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신한갤러리는 국내 미술 저변 확대와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설립된 공간으로, 1997년 광화문에 이어 2011년 역삼점 오픈 이후 2020년부터 역삼에서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공모전 ‘Shinhan Young Artist Festa’를 통해 신진 예술가들에게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지역 사회와 대중의 예술적 관심을 끌어왔다.


‘가변 부피’는 박소정, 윤장호, 채병훈 작가로 구성된 창작 컬렉티브이자 전시 제목으로, 현대 예술에서 작품의 확장성과 물성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공간과 작품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물리적 구조를 넘어 감각적이고 사유적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 공간은 설치미술과 입체 작업을 통해 작품과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며, 정적인 전시 공간을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예술적 장으로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고정된 전시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재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드레이핑 천은 관람객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 공간에 우연적이고도 인위적인 변화를 가하며, 전시 공간을 동적으로 재구성한다.


박소정 작가는 신체 감각과 물리적 공간의 연결성을 주제로, 관람객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주변 환경을 새롭게 인지할 수 있도록 조형적 요소를 활용했다. 윤장호 작가는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재적 불안과 방어적 태도를 3D 설계를 통해 시각화하며, 작품 속에서 관람객의 다양한 움직임과 반응을 이끌어낸다.


채병훈 작가는 기획자이자 연구자로서, 이번 전시에서 키네틱 아트와 설치미술의 관점에서 신체적 움직임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한 작업을 렉처 퍼포먼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이는 관람객이 시각 예술의 추상적 논리를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한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예술이 지닌 확장성과 다층적인 관계를 조망하며, 작품과 공간, 관람객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창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한갤러리 관계자는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신진 작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며 대중과 예술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예술과 사회가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지향적 감각과 K-아트의 융합

하나은행, 하나아트뱅크X갤러리 호튼 'RIGHT NOW SEOUL 2024' 전시회 개최. 사진=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행장 이승열)은 오는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PLACE1에서 'RIGHT NOW SEOUL 2024'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호튼과 협력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대표작을 선보이며, 미래지향적인 감각과 예술적 시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유화수, 이영욱, 유아연, 한성우, 최윤정, 김윤섭, 에디람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며, 국내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10여 명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다양한 맥락과 스타일을 가진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시공간적 해석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음악 아티스트 비와이(BewhY)가 도슨트 영상에 참여해 작품 해설과 함께 풍성한 감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맨하탄 포티지와 더즈니 작가가 함께하는 라이브 드로잉 전시도 진행돼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은정 하나은행 WM본부장은 “하나아트뱅크는 자산관리와 예술을 결합하여 금융의 경계를 넘어 자산가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아트뱅크 선도은행으로서 지속적으로 유명 전시를 개최하고 다양한 아트 콘텐츠를 손님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은 예술적 체험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시 작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작품의 관리, 보관, 처분까지 가능한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술품 전용 수장고 서비스인 ‘H.art1’을 통해 고객의 미술품 보관을 지원하며, ‘하나아트뱅크’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괴한 상상력에 더해진 유머러스한 시선이 만들어 낸 초현실적인 경험

현대카드 ‘Mika Rottenberg: NoNoseKnows’ 전시 작품 일부.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독특하고 위트 있는 상상력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Mika Rottenberg: NoNoseKnows’ 전시를 개최한다.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이태원에 있는 전시·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카 로텐버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상품 생산 과정과 신체·노동 간의 관계 등을 영상과 키네틱 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예술)로 표현해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Mika Rottenberg: NoNoseKnows’에서는 그가 지난 20여년간 작업해 온 대표 영상들과 영상 속 일부를 옮겨온 듯한 설치, 손가락과 입술 등 신체의 일부를 표현한 조각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명에 담긴 비디오 작품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NoNoseKnows’(2015)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낸 키네틱 조각과 설치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재채기라는 행위가 노동의 과정이 되는 기이한 형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Sneeze’(2012)와 ‘NoNoseKnows’(2015), 긴 손톱이 벽면에 돌출된 상태로 의미없이 회전하는 ‘Finger’(2019) 등이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시공간을 비틀어 물질과 현실을 비선형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작품 두 점을 상영한다. 먼저 인간의 이주 문제와 대규모 상품 유통 과정을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Cosmic Generator’(2017)와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CERN)의 실험실과 감자 농장, 몽골의 전통 가창 예술인 후미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 등 일관성 없는 장면이 이어지는 ‘Spaghetti Blockchain’(2019) 등이다. 두 작품 모두 다양한 국가에서 촬영된 장면들을 연결해 만든 작품으로 전 세계를 관통·교차하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혼재된 상태를 작품으로 담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미카 로텐버그는 끊임없이 진동하며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노동, 신체, 환경 등과 같은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탐구해 왔다”며 “기괴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시선이 더해진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통해 미카 로텐버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예술을 입고 재탄생한 산업단지

IBK예술路 2호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은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산업단지 공공미술 프로젝트 ‘IBK예술路 2호’를 완공했다고 밝혔다.


‘IBK예술路’는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환경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행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최대 피혁 제조업체인 해성아이다를 선정해 진행됐다. 해당 기업의 규모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결과, 대표 산업단지 기업으로서 프로젝트의 상징성을 갖췄다는 점이 선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작품 제작에는 부조기법으로 평면상에 입체적 형상을 표현하는 하명은 작가가 참여했다. 하명은 작가는 공장 외벽과 내부 공간에 경쾌한 붓의 움직임으로 화려한 색채를 표현한 작품 ‘BRUSH WAVE’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전년 대비 외부 시공 범위를 두 배 이상 확장했으며, 내부 유휴공간을 제품 쇼케이스 공간, 접견실 등이 포함된 ‘아트라운지’로 탈바꿈시켜 활용도를 한층 높였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성태 은행장은 “IBK예술路 프로젝트가 지역주민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상 속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소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PB센터에서 만나는 미술관

‘KB GOLD&WISE 갤러리뱅크’ 전경.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프라이빗뱅킹(PB) 브랜드인 KB GOLD&WISE의 ‘갤러리뱅크’의 새단장을 마쳤다고 밝혔다.


‘갤러리뱅크’는 KB GOLD&WISE에서 2005년부터 19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표 문화마케팅 프로그램이다. KB국민은행은 매년 다양한 미술작품 전시해 고객에게 아트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PB센터를 예술과 함께하는 고품격 자산관리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KB국민은행은 모든 PB센터에 통일된 콘셉트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고객은 같은 PB센터를 방문해도 새로운 미술관에 온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번 ‘갤러리뱅크’는 ‘컬러 인사이드(Color Inside)’와 ‘풍경유람(Healing)’를 주제로 기획했다. 고객은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색(Color)이 주는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바쁜 일상 속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이 주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치유(Healing)의 시간을 권두현, 유지희, 정인혜, 이동훈, 임선희, 허보리 등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전시 작품에 대해 관심이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감상하는 ‘아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PB센터 직원들에게도 작품 관련 정보들을 주기적으로 안내해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과 소통을 확대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은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Kiaf SEOUL 2024’에 리드 파트너로 참가했고, 지난 4일에는 고객과 함께 리움미술관의 수준 높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KB GOLD&WISE 뮤지엄 데이'를 개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갤러리뱅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의 문화 서비스를 기획해 KB GOLD&WISE 고객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시도들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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