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人]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최하영 “첼로의 무궁무진한 매력”

내년 4월·11월 무대 올라…바로크부터 현대 음악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

김금영 기자 2024.12.04 12:45:14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김금영 기자

첼로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눈빛이 돌변했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최하영이 연주한 것은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악장. 방금 전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그가 들려주는 첼로의 묵직한 선율이 커다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연주가 끝나자 그는 다시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오를 무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최하영은 롯데콘서트홀의 2025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롯데콘서트홀이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겸비함과 동시에 음악 안에서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2020~2021 시즌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메 콰르텟으로 시작해 2022년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첼리스트 문태국, 2023년 피아니스트 이진상,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올해 첼리스트 한 채민 등이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무대를 선보였다.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롯데문화재단

그리고 이 타이틀 계보를 최하영이 잇는다. 1998년 독일 빌레펠트 태생인 그는 전 세계를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2011년 13세에 출전한 오스트리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크로아티아 안토니오 야니그로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18년 폴란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특히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화제가 됐다. 당시 최종 결선에서 콩쿠르 역사상 단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과감히 선택해 대담한 표현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이 밖에도 크론베르크 첼로 매스터클래스에서 란트그라프 폰 헤센상과 라이다 웅거러 음악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서울시향, 부천필, 수원시향, 성남시향과 협연했고 해외에선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포즈난 필하모닉, 보스턴 필하모닉, 크라코프 필하모닉 등과 협연했다. 이번 시즌에는 뉴욕 카네기홀 리사이틀, LA 필하모닉,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터, 유러피언 유니언 유스 오케스트라(EUYO)와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다음 시즌에는 안트워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이 예정돼 있다.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팀 서유진 팀장(왼쪽),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롯데문화재단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팀 서유진 팀장은 “국내외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드러내 온 최하영은 무대 매너도 좋다”며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보여줄 실험적이고 다양한 레퍼토리가 기대되는 연주자”라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최하영은 “아티스트들이 선망하는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서게 돼 기쁘고 기대가 된다”며 “롯데문화재단으로부터 개성 넘치는 무대를 꾸몄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 최송하 바이올리니스트와 국내 첫 협연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왼쪽),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롯데문화재단

최하영은 내년 4월 30일, 11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오른다. 최하영은 “4월 공연에서는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4월 공연 1부에선 최하영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등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솔로 무대로 꾸린다.

2부는 특별한 구성이 기다린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의 특징을 드러내는 장이기도 하다. 서유진 팀장은 “인 하우스 아티스트가 타 공연장의 상주 아티스트와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리사이틀 무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연주자 개인의 역량과 음악적 상상력, 예술적 성취를 위한 모험을 시도할 수 있는 음악의 장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최하영 또한 이에 맞춰 멋진 프로그램을 준비해줬다”고 말했다.

앞서 인 하우스 아티스트는 단독 리사이틀을 넘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 미디어 아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음악적 지음(知音)들과 함께 꾸미는 조화로운 실내악 연주 등 아티스트가 여러 환경적 제약으로 평소에 시도해보지 못한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고, 롯데콘서트홀은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하영은 4월 2부 공연에서 이 시도를 이어간다. 동생 최송하와의 협연 무대로,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최하영의 언니 최하임, 동생 최송하는 각각 첼리스트, 바이올리니스트다. 최하임은 런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이고, 최송하는 2023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2위, 세미파이널 최고 소나타상, 캐나다 작품 최고 공연상, 청중상 등을 휩쓸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신예 연주자다.

첼리스트 최하영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서는 롯데콘서트홀 무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롯데문화재단

2부에서 최하영은 최송하와 함께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외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2중주 G장조, KV 423을 선보인다.

롯데문화재단 측은 “가족 구성원이 각각 음악을 하는 사례는 많고, 부부, 형제, 부모와 자녀 등의 조합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선보이는 연주는 때로는 진정한 음악적 호흡과 완성도 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진 형식적인 멤버의 조합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인 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최하영과 최송하의 무대는 각자의 분야에서 20대에 가장 눈부신 비약적 성장을 이뤄가는 ‘현악 스타 자매’의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점이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최하영은 “베를린에서 동생과 4년 정도 같이 살았는데 싸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연주 호흡도 정말 잘 맞는다”며 “해외에서는 동생과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는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 그동안 서로 바쁘기도 하고, 함께 연주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무대가 마련돼 기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11월 26일 공연은 유럽에서 활동하고 피아니스트 요아힘 카르와 함꼐 드뷔시, 쇼니트케, 야나체크, 그리그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하영은 이 중에서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를 기대하는 레퍼토리로 꼽았다. 그는 “요아힘 카르의 집이 그리그의 생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며 “그리그의 노르웨이 음악적인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없이 배우고 발전하는 음악가 되겠다”

첼리스트 최하영은 "끝없이 계속 배우면서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롯데문화재단

최하영의 음악 인생은 7살부터 시작됐다. 가족 중 음악가는 없었지만, 클래식을 좋아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삶에 자연스럽게 음악이 녹아들었다고 한다. 최하영은 “매일 잠이 들 때마다, 또는 거실에서 쉬거나 차로 이동할 때도 항상 클래식을 들었다”며 “어머니가 취미로 첼로를 배웠는데, 그걸 보고 나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7살 때부터 첼로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우리 세 자매가 음악을 전공할지 상상도 못했겠지만, 결국 셋 다 음악을 하게 됐다 첼로뿐 아니라 뮤지컬도 했었고, 하프와 피아노도 다뤘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 중 특히 첼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최하영은 “첼로는 정말 무궁무진한 소리를 지녔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에서도 ‘첼로에서 이런 소리도 날 수 있구나’ 하며 깜짝 놀랄만한 첼로의 새로운 매력들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배움은 7살 첼로를 손에 잡았던 그 순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하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각각 정명화와 장형원을 사사했다. 영국 퍼셀 음악학교에서 알렉산더 보야스키에게 배웠고,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로 진학해 프란스 헬머슨 문하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볼프강 에마누엘 슈미트 사사로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 과정을 졸업했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베를린 예술대에서 같은 교수 밑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소피아 왕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서 이반 모니게티에게 수학 중이다.

롯데콘서트홀 내부. 사진=롯데문화재단

최근엔 고음악 공부도 시작했고, 재즈드럼의 매력에도 빠졌다. 최하영은 “6개월 전 쯤 재미로 바로크 첼로와 거트현으로 연주를 한 번 해봤는데 바로크 첼로와 거트현, 바로크 활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색이 너무 매력적이더라. 꼭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음악뿐 아니라 고음악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며 “재즈에도 관심이 많아 어쩌다 틈이 날 때마다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한다. 끝없이 계속 배우면서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문화재단 측은 “최하영과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내년에 꾸려가게 돼 기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길이 없다면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철학을 갖고 스스로의 무대를 개척해나가는 최하영이기에 그가 보여줄 인 하우스 아티스트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를 통해 공연장은 상주아티스트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프로그램 확보할 수 있고, 아티스트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연주함으로써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평소에 시도하기 힘든 과감한 음악적 도전을 펼칠 수 있다”며 “나아가 보다 세분화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 안에서 일반 대중부터 클래식 애호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 하우스트 아티스트 시리즈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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