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 ‘뱀띠 주식부자’ 86명
국내 상장사 가운데서 주식평가액 100억 원 이상의 뱀띠 주주(株主)는 8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분석 전문기관인 한국CXO연구소는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조사한 ‘주요 뱀띠 주식 부자 및 최고경영자(CEO) 현황’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억 원을 넘는 뱀띠 주주는 86명으로 집계됐다.
출생 연도별로 살펴보면 1965년생이 30명(34.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53년생 22명(25.6%), 1977년생 17명(19.8%), 1941년생 13명(15.1%) 순이었으며 1989년생도 4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주식재산 100억 원 이상 뱀띠 주주 중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총수에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788억원), 김윤 삼양 회장(244억원)도 포함됐다. 이들 모두 1953년생이다.
주식가치가 가장 높은 뱀띠 주주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1965년 4월생인 박지원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2383억 원 이상으로, 뱀띠 주주 가운데 주식재산이 가장 많았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1977년·1866억 원),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1953년·1323억 원), 이정훈 우리기술투자 사장(1977년·1128억 원),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1953년·1060억 원)은 1000억 원대의 주식재산을 보유했다.
MZ세대인 1989년생으로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814억 원), 담서원 오리온 전무(629억 원), 김희진 모토닉 사장(436억 원), 이승환 에코프로 전무(112억 원) 등 네 명이 주식가치 100억 원을 상회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이고, 담서원 전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김희진 사장은 범대성그룹가에 속하는 고(故) 김영봉 회장의 장녀이고, 이승환 전무는 이동채 전(前) 에코프로 회장의 장남이다.
여성 주식부자로는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1953년·225억 원),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1977년·778억 원),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1977년·229억 원), 정은아 수산아이앤티 대표이사(1977년·154억 원), 양성아 조광페인트 대표이사(1977년·147억 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임세령 부회장과 정지이 전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다.
한편, 1000대 기업 대표이사급 CEO 중 뱀의 해에 속하는 주인공은 110명가량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965년생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유통업계 뱀띠 인사 누구?
오리온그룹은 지난달 23일 2025년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인사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 담서원 씨의 승진이다. 담 씨는 2년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입사 이후 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1989년생으로 35세인 담 전무는 담철곤 회장과 오너 2세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이다. 뉴욕대에서 커뮤니케이션 학사학위,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21년 오리온 경영관리파트 수석부장으로 입사했으며, 지난해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했다.
담 전무는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를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오리온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담 전무는 오리온홀딩스 지분 1.22%와 오리온 1.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이번 승진으로 오리온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그룹은 지난해 11월 27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오너가(家) 4세 허서홍 부사장을 GS리테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1977년생으로 대일외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했다.
허 대표는 2002년 삼정KPMG 기업금융부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05년 GS홈쇼핑 신사업팀, 2009년에는 쉐브론(Chevron)과 GS에너지를 거쳤고, ㈜GS에서 미래사업팀장을 맡아 GS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으로 이동해 1년여간 경영지원본부와 전략부문, 신사업부문, 대외협력부문 등의 조직을 한데 모아 관장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방향과 동력을 모색해왔다.
이처럼 허 대표가 그룹 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온 만큼, GS리테일 역시 핵심 사업인 편의점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지난해 11월 18일 2025년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CJ지주, CJ ENM, CGV 등의 수장은 바뀌었지만, CJ올리브영은 이선정 대표 체제를 지속했다.
이 대표는 CJ올리브영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대표직을 유지했다. 지난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521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조7971억 원 대비 25.9% 증가했다.
1977년생인 이 대표는 비(非)오너가 출신이다. MD(상품기획자)로 15년간 근무했으며, MD사업본부장을 1년 역임한 후 영업본부장을 거쳐 2022년 올리브영 대표로 발탁됐다.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CJ올리브영 최초 여성 CEO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