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케이, 새해 첫 전시로 양수연 ‘리미널 스페이스’ 선보여

15일까지 전시

김금영 기자 2025.01.06 15:15:52

양수연, ‘차고 기우는’. 비단에 수묵담채, 80x108cm. 2024. 사진=아르떼케이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의 전시사업부 아르떼케이가 새해 첫 전시로 양수연의 개인전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서울과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수묵 고유의 정서와 표현기법을 단련하며, 이를 현대적인 감각의 조형 언어로 시각화한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작가가 몰두해 오고 있는 삶과 죽음, 영원성이라는 화두가 생과 사 사이 연결된 순환 고리를 끊임없이 사유하는 양수연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며 특유의 몽환적인 이미지로 표출된다.

전시 ‘Liminal Space(리미널 스페이스)’에서 작가는 동명의 대표 연작 ‘Liminal Space’를 비롯하여 총 20여 점의 최근작을 선보인다. 리미널리티(liminality)는 ‘문지방’, 혹은 ‘현관’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파생한 것으로 경계가 허물어진 전환의 상태를 뜻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 1920-1983)가 정교화한 이 개념 위로 ‘문지방(threshold)’이 아닌 ‘문지방에 있음(being in threshold)’에 주목하는 작가의 시선이 더해져, 전시는 지나온 과거와 도래할 이후의 틈새에 위치한, 과도기적 시공간의 ‘상태’를 바라보게 한다.

양수연,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3’. 비단에 수묵담채, 88x61cm. 2024. 사진=아르떼케이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잘못 발을 헛디디면 떨어져버리는 낭떠러지처럼 위태롭게 생과 사의 경계에 서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양수연 화업의 바탕에는 늘 죽음이 자리해왔다. 양수연에게 죽음은 어쩌면 삶보다 명확히 인식되는, 손가락 피부 끝으로 민감하게 만져지는, 곧 일상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에게 본연적으로 내재된 죽음에 대한 자각성을 상실한 현대인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겪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러한 경험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로 이어져, 과거와 미래 사이를 매개하는 ‘현재’,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분기점인 ‘Liminal Space’에 대한 작업을 본격화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아르떼케이 측은 “작가의 공간은 죽음의 경계 위에 존재하는 것들, 혹은 어떠한 경계도 지을 수 없는 비정형의 대상들이 각자의 내러티브를 직조하고 또 해체하는 형태로 펼쳐진다. 대상의 불확정적 위치와 모습은 관람자로 하여금 알 수 없는 낯선 경험을 전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은 현재 과도기적인 상태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기대와 불안과 같은 종류의 경험이다. 규칙 없음만이 규칙으로 자리할 수 있는 리미널 스페이스는 우리가 세계에 던져진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함과 동시에, 우리를 일종의 사회적인 중간상태(social limbo)로 인도한다”며 “이곳에서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권태로운 관습의 틀을 깨고, 당면한 세계를 탐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전시는 아르떼케이에서 15일까지 열리고 관람은 무료이며, 전시는 기간 중 무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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