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이 을사년 (乙巳年) 새해 신년사를 통해 ‘위기 극복 DNA’와 ‘본원 경쟁력 확보’를 역설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등 대외적 경영 여건 악화에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 요소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에 전방위적 혁신을 통해 극복하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초격차 기술 리더십” 강조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별도 신년사를 내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 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2일 공동명의의 신년사를 내고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두 부회장은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품질 경쟁력과 준법경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두 부회장은 “우리 사업의 근간인 기술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AI와 품질 관련 조직을 한층 더 강화했다. 미래 기술 리더십과 철저한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한 뒤, “법과 윤리 준수를 최우선 경영원칙으로 하고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자. 올해가 삼성전자의 역사 속에 도약과 성장의 한 해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최태원 “본원적 경쟁력 확보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시도와 혁신은 언제나 어렵다.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릴 것이니 함께 나아가자”며 다가올 미래에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꼽았다. 이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의미한다.
그는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며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으로는 ‘AI’를 꼽았다.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의선 “위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2025년 신년회를 열고 새해 메시지를 통해 위기에 맞서는 관점과 자세,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변화와 혁신, 위기극복 DNA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피해갈 수 없는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하고,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회장은 “지속적으로 체질을 바꾸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온 우리는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광모 “도전과 변화의 DNA 있다”
구광모 (주)LG 대표는 지난해 19일 가장 먼저 신년사 메시지를 발표했다. 구 대표는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도 분명하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와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해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고, 헬스케어와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며,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모두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첨단 산업 솔루션으로 고객이 고민의 벽을 넘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등 LG가 꿈꾸는 미래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총수들 “힘 모아 위기 극복” 한 목소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위기 극복을 통한 초일류기업 도약을 강조했다. 그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국내외 수요 산업 부진으로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포스코 그룹은 당면한 위기를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임직원들의 마음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담대한 희망의 여정을 힘차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위기 극복 DNA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올해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다.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우리는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 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DNA를 축적했다. 변화와 혁신은 두려움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실행력으로 한화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지금의 위기는 더 강한 한화를 만들 뿐”이라며 “올해 우리는 민간 주도로는 처음으로 발사하는 누리호 4차 발사를 비롯해 한화의 역사에서 최초로 기록될 내용들을 빼곡히 함께 써내려 갈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행, 준비가 아닌 성과로 증명할 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함께 더 뜨거운 열정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안전’과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안전은 모든 생산의 근본”이라며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인력과 예산 투입에 주저함이 없도록 각사 사장들이 각별히 신경써주길 바란다. 협력업체의 안전도 우리 일처럼 직접 챙기라”고 당부했다. 이어 “올해는 특히 국내외에서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의사결정의 순간순간마다 원칙을 생각하자”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지만, GS그룹은 보다 긴 호흡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왔다. 내실을 견고히 다지는 동시에 미래 사업과 M&A(인수합병) 기회에는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앞에 위기와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좋은 투자의 기회기도 하다”며 “기존 사업에서 성장을 위한 역량을 쌓고 변화 속 기회에 과감히 도전한다면 다가올 호황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 정신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불확실한 환경과 격화되는 경쟁의 파고를 헤치고,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성과를 돌려주는 최고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힘을 합치고 협력하여야 한다”며 “먼 길은 함께 가야 힘이 덜 들고, 거친 풍랑은 모두가 노를 저어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