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탈 많았던 을사년, 올해는 다르길

정의식 기자 2025.01.07 17:01:28

을사년 첫날인 1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해맞이 등산객들이 일출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빌거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0간지(干支)에 따르면, 지난 2024년은 갑진(甲辰)년이었고, 올해는 을사(乙巳)년이다. 을사년을 맞는 한국인의 감정은 대부분 ‘불길함’이다. 120년 전인 1905년 일본에 의해 강압적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조선이란 국가 자체가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1910년 한일합병(일명, 경술국치)를 기준으로 하지만, 이에 앞선 을사년 늑약으로 이미 나라가 망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일제강점기가 ‘35년 혹은 36년’이 아니라 사실상 ‘40년’이라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후 60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을사년인 1965년엔 일본과 새로운 외교관계를 정의하는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됐지만, 이 역시 동등한 두 나라의 일반적인 국교 성립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때문에 조약 체결 과정부터 수많은 논란이 뒤따랐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양국 갈등의 불씨가 됐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바로 60년전 을사늑약에 대한 해석 차이다. 한국 정부는 을사늑약을 비롯한 모든 조약과 식민통치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며, 현재도 이 입장에 변화가 없다.


다시 60년이 지난 2025년 대한민국은 다시 격랑의 파도에 휩쓸리려 하고 있다. 120년 전과 유사한 흐름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 자칫 어렵게 쌓아올린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임에도 무책임한 대통령이 유발한 ‘비상계엄·탄핵사태’로 인해 국내 정치권은 ‘리더십 공백’ 상황에 빠져버렸다. 글로벌 경제여건 악화에 맞설 추진력을 확보해야 할 소중한 시기에, 수많은 국민들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새해를 맞아 문화경제는 ‘푸른 뱀(靑蛇)’이 가져올 을사년의 희망을 짚어봤다. 특집 ‘을사년 스타트’는 뱀이 내포한 여러 의미와 전설을 소개하며 올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한다. 여기에 경제계 주요인사들의 신년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위기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또,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부산의 모습을 소개했다. 

과연 이번 을사년도 과거의 을사년처럼 대내외적 위기상황이 발생할까? 미래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가 시작되며 세계적 규모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국내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과에 따라 정치적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위기와 혼란이 잘 수습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푸른 뱀’처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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