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 유통업계 또한 고전 중이다. 이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각 계열사를 통해 총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가성비 전략’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델리 바이 애슐리’ 누적 판매량 300만 개 돌파
코로나19 침체기 겪었던 애슐리퀸즈는 화려한 부활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클럽 내에 선보인 ‘델리 바이 애슐리’가 누적 판매량 300만 개(2024년 3~12월)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최근 전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3월 킴스클럽 내에 ‘마트 안의 뷔페’를 콘셉트로 하는 델리 바이 애슐리를 론칭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는 이랜드그룹에서 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퀸즈에서 선보이는 메뉴를 ‘즉석조리식품’으로 상품화해 집에서도 애슐리 뷔페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전략이 통했다. 3990원 가격대에 일원화해 200여 종 메뉴로 선보였고, 델리 바이 애슐리 론칭 이후 이랜드 킴스클럽의 즉석조리식품 카테고리의 지난해(2024년 1~12월) 매출은 전년 대비 818%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침체기를 겪었던 애슐리퀸즈도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이랜드이츠는 자연별곡(한식뷔페)·피자몰(피자)·로운(샤브샤브) 등 19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애슐리퀸즈도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불거졌던 2020년대 애슐리퀸즈는 이랜드이츠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기도 했다. 감염병 우려로 외출을 줄이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패밀리레스토랑 사업은 특히 어려움을 겪었고, 2019년 95곳이었던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 59곳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이랜드이츠 매출 또한 2018년 4759억 원에서 2021년 2008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가격대 및 구성에 따라 ‘클래식’과 ‘W’로 나뉘었던 브랜드를 2022년 ‘애슐리퀸즈’로 통합하고, 비빔밥 한 그릇이 1만 원에 육박하는 고물가 시대에 1만 9900원(평일 점심 기준)으로 한식·양식·바비큐·샐러드·초밥 등 200종의 식사와 후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가성비 뷔페’로 주목받으며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금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애슐리퀸즈는 이랜드이츠의 다른 브랜드인 이랜드팜앤푸드와 협업해 공동 구매로 구매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성과에 힘입어 이랜드이츠는 지난해에만 애슐리퀸즈 신규 점포를 33곳 오픈, 매장을 110곳으로 늘렸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또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이츠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한 3359억 원을 기록했다. 동 기간 당기순이익은 46.1% 늘어난 156억 원에 달했다.
‘착한 가격’ 내세운 스파오·미쏘
고물가 속 가성비 주목 받아
식(食)뿐 아니라 의(依) 부문에서도 이랜드그룹은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스파오’와 ‘미쏘’가 대표적이다. 고물가에 의류 소비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SPA 브랜드에 관심이 쏠린 것.
실제로 스파오는 지난해 10월 ‘착한 가격’을 선언하며 가성비 전략을 강화했다. 특히 발열 내의(웜테크) 제품을 9900원에 선보였는데, 이는 20009년 출시가인 1만 2900원보다도 3000원 낮은 가격으로 고물가 시대에 주목받았다. 웜테크는 지난 12월 23일 기존 32만 장이 팔려나갔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스파오의 대표 상품인 베이직 푸퍼(패딩), 플리스(아우터)도 2023년과 동일한 가격인 6만 9900원, 2만 9900원에 각각 내놨다.
이랜드월드의 여성복 브랜드 미쏘 또한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난다’는 콘셉트의 가성비 프리미엄 라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의 판매량을 예측, 사전에 대량으로 발주해 원가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파오 매출액은 전년(4800억 원) 대비 25% 증가한 600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 21일까지 티셔츠와 데님 라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7%, 10% 증가했으며, 동 기간 전체 의류 매출은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파오는 지난해 19개 매장을 오픈하며 127개까지 몸집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롯데백화점의 핵심 점포인 잠실 롯데월드몰점에 입점했는데, 오픈 3일만에 매출 1억 5000만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오픈 매장 중 최고 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쏘 또한 2023년 매출 1400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지난해 1500억 원 매출을 목표한 바 있는데 이를 순조롭게 달성할 전망이다.
올해 첫 마케팅도 ‘가성비’로 문 열어
이랜드그룹의 가성비 전략은 올해도 가열 차게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첫 마케팅에서도 가성비 전략이 눈에 띈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맞아 이랜드킴스클럽은 2025 ‘새날 드림’ 설 선물 세트 본 판매를 진행하는데 고물가에 가성비 높은 금액대별 선물 세트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금액대별 베스트 선물 세트는 1~2만 원대부터 7만 원 이상으로 가격대를 구성해 고객 부담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가장 저렴한 가격대는 오일·기름 품목에서 아브릴 카놀라유-해바라기유 1L 세트를 회원가 7990원으로 선보이는 등 1만 원대 미만 가격대부터 선보인다. 과일 선물 세트는 ‘상주 실속 곶감 세트’, ‘정성가득 사과 세트’, ‘제주 한라봉 선물 세트’ 등을 2~3만 원대에 마련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새 먹거리 사업에도 본격 나선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올해 1분기 편의점 ‘킴스 편의점’ 직영점 5곳 가운데 1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운영할 예정이다. 2023년 6월 킴스 편의점 서울 봉천점을 시작으로 신정점, 염창점, 신촌점, 도곡점을 운영하고 있다. 킴스편의점은 이랜드킴스클럽의 강점인 산지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집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 불황 속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떠오르는 가운데 이랜드의 가성비 마케팅은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랜드 측은 “앞으로도 불황 속 고객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과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