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전폭적 지지 아래 AI 시대 고속 질주한다

'CES 2025' 3년 연속 찾으며 젠슨 황과 회동 등 신년부터 광폭 행보

김금영 기자 2025.01.16 09:31:13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AI의 발전은 각 나라의 경쟁력에 상당히 큰 변수가 될 것이고, 한 해 두 해가 아닌 10년, 20년을 좌우할 문제다.”
“AI 산업의 특화 없이 전반적인 성장을 추구하면 일개 기업이나 조직 단위 규모와 실력으로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올해 SK그룹을 연 공통된 키워드는 ‘AI’(인공지능)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년사부터 공식 일정에서 연신 AI를 강조하며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은 AI”

'CES 2025' 현장을 3년 연속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월 1일 신년사 서두에서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고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험했다”고 지난해를 평가했다. 그리고 이런 역경을 뚫기 위한 원동력으로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또 다른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으로 AI를 꼽았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AI 반도체 기술,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역량, 에너지 설루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은 AI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따로 또 같이’ 정신 아래 SK의 각 멤버사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제공하면 AI 밸류체인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강조 행보는 1월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서울시 신년인사회’에서도 이어졌다. 최 회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는 ‘미국발 관세폭풍’, ‘인플레이션’, ‘AI 발전’ 등 3가지 형태의 다른 폭풍을 만나고 있다”며 “AI 산업을 이끌 인프라스트럭처를 새롭게 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육 방법 등 모든 것이 바뀌어 AI 시대에 맞출 수 있도록 새롭게 가지 않는다면 현재 세계 10위라고 생각한 우리 경제 규모와 경쟁력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국가 AI 연구거점 설립, 자율주행 버스 및 드론택시 등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될 실험대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 2025' 개막 첫날인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이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SK그룹

이 말을 몸소 실천하듯 이어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5’를 찾았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참여로 관련해 최 회장은 “전부 AI화 돼가고 있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글로벌 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화제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의 최초 양산에도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SK 행사에 깜짝 등장한 젠슨 황은 “HBM 메모리의 기술 개발 및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다”면서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관련해 최태원 회장은 CES 2025에서 “(기존에는) 상대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엔비디아가) 컴퓨팅을 잘 이해해 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서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 황 CEO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CES 2025서 SK AI 역량 집결한 전시관 운영
엔디비아와의 새로운 협업 가능성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최태원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AI 토털 설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기조 아래 SK는 전사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시작의 중심에도 AI가 있었다. 1월 7~10일(현지시간) 열린 CES 2025엔 ‘혁신적인 AI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Innovative AI, Sustainable Tomorrow)’를 주제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 4개 관계사가 공동 전시관을 운영했다. 행사를 통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도모했다.

SK는 전시관 일부를 회의공간으로 마련해 AI 관련 선도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미팅 및 소통 창구로 활용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 경영진도 현장을 찾았다.

'CES 2025' 개막 첫날인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AI 데이터 센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사업 비전의 구체화’라는 취지 아래, 이번 SK 전시관은 ▲AI DC(데이터센터) ▲AI 서비스 ▲AI 에코시스템(Ecosystem) 등으로 구성돼 관람객이 실제 다양한 AI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 중심으로 꾸며졌다.

SK 전시관 입구에 마련된 ‘혁신의 문(Innovation Gate)’을 장식하는 21개 대형 LED 화면을 통해 SK가 보유한 AI 기술/서비스와 이를 통해 달라질 미래 모습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게 했다. 혁신의 문을 지나 ‘AI DC(AI 데이터센터)’ 테마로 구성된 전시 구역에선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핵심 노하우인 에너지 설루션, HBM3E 중심의 AI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CES 2025에 마련된 SK전시관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SK그룹

‘AI 서비스’ 테마의 전시 구역에서는 GPAA(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부터 AI 기반의 광고 제작 설루션(GenAd), 미디어 가공 및 콘텐츠 품질향상 플랫폼(AI 미디어 스튜디오) 등 AI 기반 기술/서비스 콘텐츠들을 공개했다. 특히 SK텔레콤이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올해 출시를 준비 중인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가 현장 시연됐다. 마지막으로 ‘AI Ecosystem’ 전시 구역에서는 SK와 함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사 다섯 곳(가우스랩스, 람다,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펭귄솔루션스)의 AI 설루션과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CES 2025에선 엔디비아와의 새로운 협업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젠슨 황과) 사업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며 “(젠슨 황이)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을 앞으로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코스모스는 젠슨 황이 이번 CES 기조연설에서 처음 발표한 로봇·자율주행 AI 개발 플랫폼이다. 양사 간 협업이 현실화하면 SK는 HBM에 이어 미래 AI 핵심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원인사·조직개편도 AI 중심으로…투자도 이어간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3년간 80조 원을 AI에 쏟아 붓는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SK그룹 서린 사옥. 사진=SK그룹

현제 글로벌 선두 업체들은 AI 키워드와 관련 시장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전 세계 AI 산업은 지난해 459억 달러(약 63조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오는 2027년 1253억 달러(약 17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또한 AI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HBM 반도체 등 AI 사업에서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술과 현장을 방점으로 한 젊은 인재를 발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1982년생으로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이 된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담당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그룹 지주회사 SK㈜는 CEO 직속으로 AI 사업의 콘트롤타워 격인 ‘AI혁신담당’ 조직을 각각 신설해 AI 관련 R&D와 신사업 발굴 등에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까지 3년간 80조 원을 AI에 쏟아 붓는다는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SK AI서밋’에서 최태원 회장은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부채 비율이나 순차입금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줄인 비용을 AI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SK그룹의 AI 사업 확대엔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SK그룹

SK는 AI를 그룹 핵심 화두에 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을 통해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복 사업을 통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며 지난해 초 716개에 달했던 SK의 종속기업 수를 지난해 말 660개로 줄였다.

이를 통해 실적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SK는 2022년 총 2조 4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18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가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HBM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2022년 7조 7300억원 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5조 4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SK의 AI 사업 확대엔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AI는 이제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AI는 선택사항이 아니고 인터넷 환경이나 증기기관처럼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산업이다. 가능하면 최전선에 서서 이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냐 따라갈 것이냐에 따라 경제적 부침이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지 남에게 영원히 의존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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