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조형의 여정’서 홍순모의 작업 세계 탐구한다

1980년대 무안점토 인물 조각부터 최신작 ‘드로잉’까지 아울러

김금영 기자 2025.02.07 13:19:25

가나아트 홍순모 개인전 ‘조형의 여정’전 전시장 일부. 사진=가나아트

가나아트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본질과 질박한 삶을 담아내는 조각가 홍순모의 개인전 ‘조형의 여정’을 이달 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연다고 밝혔다.

가나아트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홍순모를 대표하는 독특한 질감의 1980년대 무안점토 인물 조각부터 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2000년대 초반의 석조 두상 그리고 최근 건축자재 테라코트를 사용해 새롭게 매진하고 있는 부조 작업인 ‘드로잉’ 연작까지 홍순모의 조형 탐구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 50여 점이 출품된다.

홍순모는 주위 자연에서 작업의 재료를 찾고 그 본성을 끈질기게 탐구해 작업에 적용한다. 그는 목포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면서 1980년대 초 목포로 이주했는데, 그때 발견한 ‘무안점토’가 홍순모의 작업세계를 대표하는 재료가 됐고, 지금까지도 작업의 주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무안점토는 보통 반죽으로 만들어 도자공예의 원료로 사용하는데, 홍순모는 이 무안점토를 현대 조각의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해 예의 흙반죽으로 만드는 대신 분말 상태 그대로 적용했고 그 결과 분말의 물성을 살린 거칠거칠한 표면 질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가나아트 홍순모 개인전 ‘조형의 여정’전 전시장 일부. 사진=가나아트

그는 이 무안점토 분말에 모래, 폴리에스테르, 호마이카(Formica, 플라스틱 합성수지의 일종) 등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원료를 만들어 냈고,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 방식을 고안해 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홍순모가 최근 정진하고 있는 ‘드로잉’ 시리즈가 공개된다. 조각가에게 드로잉은 실제 작업을 하기 전의 밑작업 또는 구상 단계에서의 습작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홍순모가 이번에 선보이는 드로잉은 그런 개념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그가 베니어 합판과 한지라는 재료를 사용해 근래 새롭게 시도하는 부조 작업의 한 시리즈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종이에 드로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드로잉을 할 밑바탕부터 제작하기 때문이다.

홍순모의 새로운 부조 작업 드로잉 연작은 베니어 합판을 사용한 것과 염색 한지를 사용한 것 두 가지 종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합판을 사용한 작업은 부조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먼저 베니어 합판 위에 점토나 시멘트, 테라코트(건축 내·외부 마감재의 한 종류) 등을 섞어서 평평하게 바른 뒤 야외에서 말린다.

건조 과정에서 크랙이나 요철이 생기는데, 적절하지 못한 결과물은 모두 폐기하고, 우연의 효과가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결과물은 화면으로 선택된다. 염색 한지 드로잉의 경우는, 외형적으로는 부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지를 재료로 선택한 접근 방식은 앞서 설명한 베니어 합판 드로잉과 같다.

홍순모는 일반적인 종이가 가지는 본질적인 단점인 변색과 산화에 대한 고민에서 한지라는 재료를 떠올렸다. 한지는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의 보존과 수복에 사용되는 유연하고 질기며, 보존성이 좋은 종이이다.

가나아트 홍순모 개인전 ‘조형의 여정’전 전시장 일부. 사진=가나아트

홍순모의 드로잉 작업은 그가 조각가로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업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으며, 독특한 화판에 펼쳐진 단순화된 인물의 묘사와 그 바탕을 이룬 재료에 대한 부단한 연구는 조각 작업의 연장이다. 홍순모는 드로잉 작업을 그가 평생을 탐구한 재료의 질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재료에 탐구를 통해 재료 자체의 물성을 살린 화면을 만든 뒤 그 독특한 질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 위에 단순하고 절제된 표현의 드로잉을 더해 바탕의 마티에르를 극대화히는 동시에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대상의 본질을 재해석해 다양한 조형 언어로 변주해온, 홍순모의 조형에 대한 응축된 열정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며 “그의 여정을 따라, 조형의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홍순모의 예술 세계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순모는 196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뒤 1976년 동 대학원 조소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 현대 조각의 거장인 김종영과 최종태에게 사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홍순모는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목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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