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vs GenZ①] 新舊 소비권력, GG와 Z가 이끈다

새로운 소비 주체 ‘GG세대’ : 내향형 소비 주도 ‘젠지세대’

김응구 기자 2025.03.24 16:10:12

GG세대와 젠지세대의 소비성향은 극명하게 갈린다. GG세대는 안정된 자산을 바탕으로 본인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이고, 고물가 시대를 반영하듯 젠지세대는 듀프 소비에 활발하다. 사진=픽사베이
 

황혼(黃昏)은 은색이다. 고급스러운 컬러다. 누구는 지금이 한창이다. 인생 봄날이다.

산 날보다 살 날이 적다고 꼭 슬픈 것만은 아니다. 앞길이 창창하다고 맘 놓을 것만도 아니다. 모두는 오늘도 각자의 방식대로 살고 즐긴다.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소비다. 무언가를 구매하며 욕망을 채우는 일이다. 젊은 층과 노년층은 소비성향이 다르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엔 소비에 인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겁이 많아졌다. 허나, 지금의 젊음과 늙음은 꼭 이렇지만은 않다. 젊다고 펑펑 쓰거나 늙었다고 아끼지만 않는다. 쓸 사람은 여전히 써대고, 아낄 사람은 여전히 욕구를 틀어쥔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 중심엔 젠지(GenZ)세대가 우뚝 섰다.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보통 Z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란 세대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아주 가깝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게 무척 자연스럽고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얼마 전부터는 GG(Grand Generation)세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각종 미디어는 ‘새로운 소비 권력’이라는 타이틀도 붙여줬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경제·사회·여가활동을 이어가는 1950년부터 1971년까지의 시니어를 말한다.

고물가가 바꿔놓은 Z세대 소비

고물가가 이어지자 현명한 Z세대는 소비의 흐름을 뒤바꿨다. 한때 명품으로 자신을 드러내던 플렉스(Flex) 소비를 멀리하고, 비슷한 품질이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듀프(Dupe) 소비로 방향을 틀었다. 쉽게 말해 가성비를 챙긴다는 얘기다.

아성다이소 화장품을 예로 들면 이해가 편하다. 3000원에 팔리는 ‘아티스프레드 컬러밤’은 6만원이 넘는 샤넬의 ‘립앤치크밤’과 비슷한 발색·질감으로 품절 사태까지 빚었다. 단돈 5000원짜리 맥세이프 충전기는 7만원 가까운 애플 정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소문이 번지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같은 소비성향은 패션업계도 두드러진다. 유니클로는 JW앤더슨·질샌더 같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한정판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는데, 고가 브랜드를 표방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 꽤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온·오프라인에선 빠르게 품절됐다.

이를 소비하는 이들은 엄연히 ‘짝퉁’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모조품은 명품인 샤넬·구찌·루이뷔통 등의 로고와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지만, 듀프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적게는 몇십 배에서 많게는 몇백 배까지 가격 차가 심해도 명품 분위기는 비슷하니, 최근의 Z세대에겐 딱 맞는 소비 트렌드가 아닐 수 없다.

듀프 열풍은 미국발(發)이다. 작년 말 미국의 월마트는 1000만원이 넘는 에르메스 버킨백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워킨백(Wirkin Bag)’을 판매했는데, 가격은 고작 10만원대여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젠지세대, 즉 Z세대는 한때 유행했던 플렉스 소비를 멀리하고, 최근에는 비슷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소비한다. 사진=픽사베이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부상한 GG세대

NH농협카드가 최근 공개한 ‘소비 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GG세대인 5060세대의 카드 이용액은 2023년 2분기 10조3545억원에서 2024년 2분기 11조1730억원으로 7.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고객의 이용액 증가율인 4.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용 건수 역시 2억9790만건에서 3억2590만건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수는 1024만4550명이다. 주변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라는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한편으로 이들은 국내 소비시장에서 이들은 ‘큰 손’이다. 재산 총액이 많고 교육 수준도 높다. 불과 10~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나이는 같을지언정 소비성향 등 모든 면에서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괜히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69만원, 개인소득은 2164만원, 금융 자산규모는 4912만원, 부동산 자산규모는 3억1817만원이었다. 항목별로 2020년 조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희망하는 재산 상속 방식’이다.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24.2%)하겠다는 답변이 두 번째였는데, 이는 2020년 17.4%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시니어 레지던스, 안티에이징, 시니어 특화 금융 서비스 등 최근 들어 앞다퉈 선보이는 GG세대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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