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원 유상증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감원 제동 불구 하락 전환

상승 출발한 주가, 장 중 하락 전환

김예은 기자 2025.03.28 14:53:28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5일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6조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가운데 전날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반려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측이 금감원의 조치에 성실히 임하며 미비한 사항을 보완겠다고 한 만큼 이번 제동이 유상증자가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유상증자에 대한 당국의 제동 소식이 알려진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1.51% 오른 67만3천원에 거래됐으나 이후 하락 전환하며, 이날 1시 59분 기준으로 전거래일 대비 4.22% 하락한 6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전날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권신고서를) 대면협의 등을 통해 면밀히 심사한 결과,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 목적 등에서 기재가 미흡하다”며 유상증자 신고를 반려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증권신고서를 보완해 금감원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정정신고서 제출 시 정정 요구 사항이 충실히 반영됐는지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단기적인 주주 부담이 혼재하며 혼조세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유상증자 발표 이후 12.74%의 급락세를 기록하며 72만2000원에서 63만원으로 하락한 회사 주가는 24일부터 60만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장 마감 후 3.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공시된 주요 일정은 4월 24일 신주 배정 기준일, 5월 29일 발행가 확정, 6월 24일 신주 상장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신속 승인 의지를 밝혔으나,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조달 자금은 해외 방산(1.6조원), 국내 방산(0.9조원), 해외 조선(0.8조원), 무인기 엔진(0.3조원)에 투입된다. 해외 방산은 현지 공장 설립과 지분 투자, 국내 방산은 K9 외 제품군 강화와 스마트 공장 구축, 해외 조선은 거점 확보, 무인기 엔진은 양산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2025~2028년 집중 투자 후, 2035년까지 지상 방산 매출 30조원(영업이익 5조원), 해양·우주항공 매출 40조원(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첫째, 3.6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과 15% 할인율은 주주들의 희석 부담을 가중시킨다. 2024년 영업이익 1.7조원, 영업현금흐름 1.4조원, 수주잔고 32조원의 안정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최근 한화오션 지분 매입(1.3조원)과 오스탈 인수 등으로 현금 유출이 컸던 상황에서, 현금흐름 관리와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 밖에도, 연초 대비 주가가 131% 상승한 고점에서 발표된 증자는 시장에 ‘고점 매도’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한화 등 대주주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고, 과거 한화시스템 유상증자(2021년)보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희석 충격이 클 가능성이 지적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며, 투자 회수까지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동유럽·중동의 방산 수요 급증, 유럽 군비 확장, 미국 특수선 시장 확대 등은 투자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현지 설비와 합작투자(JV)를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리는 전략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분기 매출 56% 증가, 영업이익 222% 급등(영업이익률 25.9%)으로 입증된 성장세도 긍정적 신호다. 목표주가는 희석을 감안해 760,000원(PBR 5.5배, PER 21배)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나, 유럽 방산 피어(Peer) 대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쟁점은 투자 속도와 실효성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시설 자금(1.2조원)과 지분 투자(2.4조원)의 집행이 2026년 이후 집중되며, 해외 방산 JV 속도가 주가 회복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처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현실화되려면, 회사가 약속한 로드맵을 차질 없이 실행하는 모습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주주 부담, 현금흐름 관리 논란, 불확실한 투자 효과는 시장의 신뢰를 시험할 과제로 평가된다.

 

한편, 유상증자의 발행가는 20일 종가 722,000원 대비 15% 할인된 60만5,000원으로, 신주 595만500주(증자 비율 13.05%)를 발행한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 공모로 처리되며, 우리사주조합에 약 20%가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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