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퍼플, 권아람 작가의 ‘트레일러’에 주목하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허구와 진실 경계 넘나드는 작업 선보여

김금영 기자 2025.04.02 15:24:58

권아람, ‘블랙 프리즈(Black Freeze) #1’. painted steel, black mirror, 27x15x10.3cm. 2021. 사진=갤러리퍼플

갤러리퍼플이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권아람 개인전 ‘트레일러(Trailer)’를 연다.

트레일러는 무언가를 담아 어딘가로 이동하는 대상, 즉 이동성을 내포하거나 장면을 연결해 움직이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4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이전 작업과 현재의 작업을 아우르며, 그간의 작품 세계와 앞으로의 변화를 함께 조망할 기회를 마련했다.

권아람은 디지털 세계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며, 미디어 설치 작업을 기반으로 미디어 생태 방식에 대한 고찰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초기 작품에서는 신체와 언어에 대한 심층적 사유와 구조를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했으며, 이후 ‘플랫(flat-)’ 연작을 통해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탐구했다.

특히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기점이 된 ‘월스(Walls)’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크린이 더 이상 이미지의 운반 매체가 아닌, 욕망이 순환되는 매개체로 기능함을 미디어 설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대표작 ‘플랫(flat-)’ 시리즈는 디지털 스크린이 현실을 평면적인 이미지로 변형시키며, 수용자가 자기의 언어와 사고 습관을 통해 이를 소비하고 발화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육체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만, 사고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계 속에 놓인 괴리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미디어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형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스크린과 거울을 선택했다. 이를 결합한 작품은 디지털 화면 너머로 확장된 허구적 공간과 허상의 이미지를 교차시켜 상품처럼 매끄럽게 포장된 욕망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권아람, ‘플랫 매터(Flat Matter) 2’. LED, acrylic mirror, painted steel, 가변크기. 2017. 사진=갤러리퍼플

특히 화면에 나타나는 색상은 ‘죽음의 블루스크린(Blue screen of death)’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가는 “개발자가 컬러 피커로 선택한 우연적 색이 디지털 오류를 대표하는 색상으로 지정된 점에서 미술이 개념의 시대로 변화한 일례와 유사한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가 누군가의 욕망이나 왜곡된 정보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만들며, 결국 미디어의 정치적 속성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권아람은 주변을 이루는 대상에 대한 개인적 사유와 더불어 그 대상의 물질적 형식에도 주목한다. 특히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 시리즈는 영상 화면을 정지시키는 기술적 특성에 착안해 화면을 조각적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유영하는 이미지를 물질화된 사물로 변환시킨다.

영상의 1/30초 단위를 지칭하는 ‘프레임(frame)’은 단면의 이미지와 거울을 통해 물성을 얻으며 다른 매체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는 영상 매체를 정지한 조각 혹은 물화된 ‘틀(frame)’로 탈바꿈하는 행위로써, 작가만의 방식으로 ‘프리즈 프레임’ 기법을 새롭게 해석한다.

‘이중벽(Double Wall)’은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로 가득 찬 기계적 벽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을 통해 정보와 상품, 기술과 자본이 밀접하게 결합된 기술 자본주의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채널을 반복적으로 넘나드는 현대인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비춘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정보에 몰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며, 미디어와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소비하는 디지털 미디어와 자아의 경계를 성찰해 볼 수 있다.

갤러리퍼플 측은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가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변형시키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며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재조명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과 미디어가 형성하는 내적·외적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아람,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 01’. Pigment print, mirror, 91x71cm. 2023. 사진=갤러리퍼플

작가 권아람 (b. 1987, 서울)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전공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영국 UCL 런던대학교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파인아트-미디어 전공 석사 학위를, 건국대학교 디자인조형대학에서 광고영상디자인 전공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1년 더 그레잇 컬렉션(서울, 한국)에서 프리즈(Freeze), 2018년 원앤제이 플러스원(서울, 한국)에서 납작한 세계(Flat Matters), 갤러리 도스(서울, 한국)에서 부유하는 좌표(Drifting Coordinates), 세움 아트 스페이스 (서울, 한국)에서 불화하는 말들(Words in Dissonance)이 열렸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4년 -Drector, 기체(서울, 한국), 밤 끝으로의 여행(뮤지엄한미 삼청, 서울, 한국), 2022년 DMZ 아트 프로젝트-평화공존지대(임진각, 서울, 한국), Port to the New Era(인천국제공항, 인천, 한국), 썸머 러브(송은, 서울, 한국), 투어리즘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21년 제 21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한국), 2019년 가능한 최선의 세계(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불안한 사물들(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한국), 2018년 + - ±(플러스 마이너스제로)(신한갤러리 역삼, 서울, 한국), 2016년 Seepferdchen und Flugfische (Arp Museum Bahnhof Rolandseck, 레마겐, 독일) 등 여러 곳에서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갤러리 퍼플 스튜디오 (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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