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의 경쟁을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까지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일찍부터 상하이, 베를린, 텍사스, 멕시코 등에 ‘기가팩토리(Gigafactory)’라는 명칭의 첨단 공장을 순차적으로 건립, 가동하고 있고, 현대차는 최근 미국 조지아 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이하 HMGMA)’의 가동을 시작했다.
2025년 4월 기준 두 공장은 전기차 생산을 위한 첨단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는 라이벌로 평가받는다. 두 공장 중에서 보다 이상적인 무인로봇공장을 구현한 곳은 어느 쪽일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주조 공법 ‘기가프레스(GigaPress)’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AGV(Automatic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 중심의 조립라인, ‘옵티머스’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투입 등으로 유명하다. 기가팩토리 텍사스 한 곳에서만 모델Y와 사이버트럭 2종을 연간 50만대 생산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HMGMA’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은 공장’으로 통한다. 총 운영 인원은 880여 명인데 비해 로봇은 무려 950대나 되기 때문이다. 올해 생산 목표는 8개 차종, 연간 30만대다.
로봇 수·다양성, HMGMA가 우위
HMGMA는 약 950대의 로봇을 투입해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약 200여 대의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이 부품과 차체를 공정 간 이동시키며, 자율이동 로봇(AMR) 161대가 H-ACS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물류 흐름을 관리한다. 48대의 주차 로봇이 완성차를 품질 검사장으로 이송하고, 정밀한 전·후면 리프팅을 수행한다. 조립 로봇은 700여 대로, 용접, 도장, 도어 장착 등 고중량 공정을 담당한다. 여기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카메라로 외관 품질을 검사하고, 기준점 비교를 통해 불량을 감지한다.
테슬라 기가팩토리(텍사스)의 경우 배치된 로봇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2022년 기준 KUKA가 제조한 로봇 66대가 사이버트럭 생산 라인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UKA와 FANUC의 로봇들이 모델Y 생산 라인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백대의 로봇들이 용접, 조립, 도장 공정에 투입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역시 AGV 로봇들을 활용해 부품과 차체를 이동시키며, 비전 시스템 로봇이 배터리 모듈과 전자 부품의 정밀 조립, 품질 검사를 수행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물건 운반과 간단한 조립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2025년 제한적 투입이 예상된다.
이상의 상황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HMGMA가 기가팩토리에 비해 보다 다양한 작업 영역에서 다수의 로봇을 투입해 생산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가팩토리의 경우 대량 생산에 보다 최적화됐고, 기가프레스의 부품 단순화 효과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HMGMA “진정한 무인공장 구현”
자동화 수준에서도 HMGMA가 한 발 앞서고 있다. 차체 공정에서 100% 자동화를 달성했고, 특히 도어 장착 공정은 세계 최초로 완전 자동화에 성공했다. 로봇이 무거운 도어를 탈부착하고, 비전 시스템으로 단차를 보정해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도장 공정의 경우 5만 장의 이미지를 분석해 미세 불량을 탐지하며, 의장 공정은 40% 이상 자동화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가팩토리는 차체 용접과 배터리 조립에서 95% 이상의 자동화율을 달성했으나, 최종 조립 공정은 복잡한 전자 부품과 내장재 작업 등으로 인해 수작업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HMGMA의 인간 작업자가 880여 명에 불과한 반면, 기가텍사스는 2023년 기준 2만 3000여명으로 훨씬 많다. ‘자동화된 무인로봇공장’이라는 측면에서 HMGMA가 한 발 앞서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유해 공정 최소화 vs 인건비 절감
‘인간 중심 설계’ 측면에서도 HMGMA가 명백히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HMGMA는 로봇을 통해 작업자 안전과 편의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프라이머 사용 공정을 로봇이 대체하고, 고중량 부품 운반과 용접 등의 위험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저소음 기술(모터식 공구, 6800t 프레스 속도 조절)과 아치형 유리창 설계로 작업 환경을 개선했으며, 로봇과 인간의 협업은 H-ACS 시스템으로 조율되고, 작업자 감지 센서로 안전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테슬라의 자동화는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인간 중심 설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가팩토리 텍사스의 경우 생산 속도 우선으로 설계됐으며, 수작업 의존도가 높아 작업 강도와 안전사고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옵티머스’가 반복 작업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실질적 기여가 부재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로봇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통해 미래형 공장의 프로토타입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지만, HMGMA와 비교하면 로봇 다양성, 자동화 수준, 인간 중심 설계 등 여러 영역에서 취약함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업계 전문가는 “HMGMA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기가팩토리는 혁신적 비용 절감과 속도에 초점을 맞춘 미래형 공장”이라며 “향후 HMGMA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투입 등을 통해 기술 우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고, 기가팩토리 역시 ‘옵티머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동화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