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은 오는 7월 3일(목) 오후 9시 리사이틀홀에서 2025 현대음악 시리즈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를 선보인다.
2023년 시작된 본 시리즈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매 회차 새로운 감각의 현대음악을 제시해 온 예술의전당의 대표 기획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국내외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며 그 매력을 알리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면, 2025년은 젊은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해 현대음악의 ‘지금’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다가오는 7월 공연에서는 세계 초연과 한국 초연을 포함한 세 편의 작품이 연주된다. 지휘자 최수열, 타악기 연주자 김은혜와 TIMF앙상블이 함께 무대를 꾸미며, 밤 9시라는 특별한 시간대에 맞춰 일상의 리듬을 벗어난 깊은 청취 경험을 제안할 예정이다.
공연을 이끄는 지휘자 최수열은 깊이 있는 해석과 대담한 프로그래밍으로 한국 현대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낯선 음악이 낯설지 않게 들리기까지의 다리”를 자처하며, 동시대 작곡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또 한 명의 주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악기 연주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은혜는 남다른 관심과 사명감으로 국내에 덜 알려진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섬세한 타건과 공간을 채우는 음향 구성 능력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의 중심축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TIMF앙상블이 정교한 앙상블과 섬세한 작품 해석으로 무대의 완성도를 더한다.
이번 무대는 세계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존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세 명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작곡가 이하느리(2006生)다.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그는, 또렷한 미학과 섬세한 음향 언어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공연과 타악기 연주자 김은혜를 위한 위촉 신작 ‘As if.......I’의 세계 초연을 통해 감정의 흐름과 시간의 결을 정교하게 직조한 음악을 선보인다. 협연자 김은혜의 풍성한 해석과 앙상블의 상호작용은 긴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비언어적 사유의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첫 곡은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조들로프스키(1971生)의 'Time & Money Part 1'이다. 김은혜의 솔로로 연주되는 이 곡은 전자음향과 연주자의 움직임이 결합한 총체적 퍼포먼스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시간의 감각을 비판적이고 실험적인 시선으로 드러낸다.
마지막 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비토 주라이(1979生)의 'Runaround'로, 이번 공연에서 한국 초연된다. 볼프강 림의 제자이자 지금 유럽 현대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인 그는, 최근에는 신작 'Anemoi'를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초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Runaround'는 ‘바쁘게 움직이다’라는 제목처럼, 금관 솔리스트와 앙상블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타악기의 반복과 분산이라는 물리적 속성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주라이만의 극적인 사운드가 살아있는 역동적인 작품이다.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인터미션 없이 60분간 진행되며, 각 작품 사이 경계를 흐리는 구성으로 청중의 몰입을 이끈다. 세계 초연과 한국 초연, 그리고 작곡가 간의 예술적 연대가 공존하는 이번 무대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