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정부 경제 전망②] 이재명 정부 ‘에너지 고속도로’에 올라탄 LS전선

세계 최대 송전 용량 HVDC 케이블 상용화 성공

김응구 기자 2025.06.23 15:15:17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연설에서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습니다.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하여,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식에서 밝힌 ‘에너지 고속도로’는 새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지방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 지방 에너지 과잉 문제와 수도권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각 부처 정책 수립의 가이드라인 역할이다. 이에 따르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와 에너지 흐름, 그리고 지방 경제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6월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제2분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大選) 기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2036년까지 잡아놓은 일정을 6년 앞당긴 계획이다. 취임 연설을 통해서도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환영했다. 협회는 지난 4일 “장거리 송전망의 적기 구축 없이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 첨단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서해안 HVDC 구축을 통해 서해·호남권 잉여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수도권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는 LS전선·대한전선·두산에너빌리티·효성중공업·DS건설 등 주요 해상풍력 및 송·변전 기자재 제조사와 해양 공사 전문기업을 회원사로 둔 단체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이다. 공약에 따르면 우선 2030년 서해안에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이를 남해안과 동해안으로 넓혀 2040년에는 전 국토에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전력이 건설하는 서해안 HVDC는 신해남∼태안∼서인천을 거치는 구간이 430㎞,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이 190㎞에 이른다. 총비용은 7조9000억원, 수송 능력은 8GW(기가와트)에 이른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내 전선업계가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HVDC의 설계부터 생산·시공까지 일괄수주(턴키) 능력을 갖춘 LS전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S전선 직원들이 구미공장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 세계 최대 용량 HVDC 케이블 상용화

LS전선은 최근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에 국내 최대 HVDC 사업인 한국전력의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1단계에 HVDC 케이블을 단독 공급한다.

이 제품은 525㎸(킬로볼트)급 고온형 HVDC 케이블로, 도체의 허용 온도를 기존 70℃에서 90℃로 높여 송전 용량을 최대 50%까지 향상한 게 특징이다. 오는 9월 ‘동해안~수도권’ HVDC 1단계 지중 구간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기술을 개발한 사례는 있었지만, 양산 제품이 실제 송전망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프로젝트는 동해권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송하기 위한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이다. 1단계는 동해안~신가평 변환소 구간이며, 수도권까지 연결하는 2단계도 추진 중이다.

HVDC는 기존 교류(HVAC)보다 송전 손실이 적고, 최대 세 배 많은 전력을 장거리로 전달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은 2018년 1조8000억원에서 2030년 4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S전선은 유럽(1950년대)과 일본(1990년대)보다 늦은 2008년 HVDC 케이블 개발에 착수했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선도 기업으로 도약했다. 현재 이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은 전 세계에 여섯 곳뿐이며, 국내에선 LS전선이 유일하다.

LS전선 이인호 기술개발본부장(CTO)은 “HVDC 시장의 경쟁력은 상용화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며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동해안~수도권 2단계 △독일 테네트 프로젝트 2단계 등 국내외 주요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중·해저 케이블 상태판정기술 활용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오른쪽)과 문일주 한국전력 기술혁신본부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한국전력과 손잡고 케이블 자산관리 사업화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은 고장 시 막대한 복구 비용과 장기 서비스 중단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실시간 진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초기 상용화 단계다.

이에 LS전선과 한국전력은 해저 HVDC에 특화된 케이블 자산관리시스템 공동 사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5일에는 양사가 ‘지중·해저 케이블 상태 진단 기술 활용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S전선은 기존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케이블 자산관리 플랫폼에 한전의 실시간 진단 기술(SFL-R)을 적용해, 고객 요구에 따라 일반 진단 서비스와 실시간 진단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LS전선의 자산관리 플랫폼은 육상·해상·해저 GIS를 기반으로 케이블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 케이블 상태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실시간 재현·분석하며, 고장 예측과 운영 최적화에 활용한다.

선박 실시간 감시 기능과 결합해 위해(危害) 예방 기능도 제공한다. 최근 해저 케이블에 대한 의도적 훼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선박 동향 감시와 실시간 진단 기능의 결합은 국가 해저 케이블 보호 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양사는 HVDC 해저 및 고위험·고부가가치 케이블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주력할 계획이다. LS전선은 특히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등 국가 전력망 사업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본부장(부사장)은 “이번 협력은 ‘팀 코리아’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전력망 분야에서 공동 사업 제안과 기술 협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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