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지은 지도 7개월여가 지났다. 양사는 2026년 말 완전 통합을 목표로 조직 재편과 브랜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재편 등을 진행 중이다. 통합이 완료되는 2026년 11월이면 대한항공이 223대의 기단을 보유한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2일 대한항공은 총 1조 5000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 약 4년여에 걸친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손자회사가 됐으며, 공정위, EU, 미국 법무부 등 주요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화물부문 매각, 슬롯 양도 등의 시정조치도 진행됐다.
2025년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선임됐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 LCC도 순차적으로 통합을 준비 중이다. 조직·운영시스템 통합과 정보 공유가 본격화되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에 속도가 붙고 있다.
브랜드 개편·LCC 통합은 순항… 화물사업부 매각도 진행
지난 3월에는 대한항공이 1984년 이후 처음으로 CI(Corporate Identity)를 전면 개편하며,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기존의 태극 마크는 선명한 블루 톤으로 정비됐고, 항공기에 새로운 도색이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새 CI는 2027년 1월 통합 항공사 출범과 함께 전 유니폼·기내 서비스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LCC 부문에서는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3사 통합이 추진 중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이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였다. 대한항공은 3사를 통합한 단일 저비용항공사 출범을 목표로 기단 통합과 노선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LCC 통합은 운항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다.
EU가 승인 조건으로 요구한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도 2025년 7월까지 기체 이전을 포함한 절차가 대부분 완료될 예정이다. 보잉 747-400, 767-300 등의 화물기가 에어인천에 인도되고 있으며, 일부 인력은 대한항공으로의 재배치가 검토되고 있다.
실적 회복세… 재무 구조 개선도 가속
재무 측면에서는 이미 통합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수 직후 2024년 기준 연 매출 16조 원, 영업이익 2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 6조49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조 2914억원 대비 51.28%나 급증했다. 여객사업 매출이 전체의 96%를 차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항공우주사업 부문에서도 13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4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줄었지만,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외부 변수의 일시적 영향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통합 초기 발생한 비용과 불확실한 외부 환경에도 중장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도 개선됐다. 인수 직전에 전환사채와 정책자금 총 1조 1000억 원을 상환, 부채비율이 2600%에서 600%대로 개선됐다. 추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은 2025년 1월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26년 글로벌 10위 항공사 도약 노린다
대한항공은 2026년 말까지 총 223대 이상의 기단을 운영하며,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복 노선 재조정, 신규 노선 개발, 인천공항 환승 허브화 등 통합 시너지 극대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규모의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유 구입 비용이 전체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데, 대량 구매를 통한 단가 인하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공항 슬롯 협상, 공급망 관리 등 여러 부문에서 약 2000억원 내외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AI 물류 시스템 구축, 항공권 유통 개선 등과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글로벌 관세 정책, 중국 여객 회복 속도, 글로벌 물류 흐름 등 여러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화 등 긍정적 요인도 적지 않다”며 “독과점 우려 해소, 마일리지 통합 관련 소비자 불만, 노조 반발 등의 문제들을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통합 성공의 열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