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제11조 1항에 새겨진 이 문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기둥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제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국민은 다른 국민들보다 더 평등하다”.
우리 헌법은 특권층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은 7일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재차 실패했다. 이로써 헌법에 명시된 평등 원칙이 일부 권력자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 드러났다.
법원은 8월 7일까지 윤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구인해 재판정에 세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법원이 수사기관인 특검에 부과한 법적 강제명령이었다.
그러나 특검은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이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구인장을 손에 쥐고도 신병 확보를 포기했다. 구치소 안에 있는 피의자에 대해, 유효한 구인장이 있음에도 ‘불출석 의사’를 이유로 강제집행을 하지 않은 전례는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쯤 되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인장’이란 무엇인가? 법원의 명령은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거부 가능한가?
형사소송법은 구인장을 받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법정에 출석시킬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은 이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다. 강제 집행은 오히려 쉬웠다.
그럼에도 특검은 정치적 논란, 여론 반발, ‘전직 대통령 예우’라는 이름의 형해화된 관행을 핑계삼아 스스로 법 집행을 유예했다. 이런 상황을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착오나 오해로 치부할 수 없다. 그것은 공권력이 권력 앞에서 작동을 멈춘 사건, 일부 사람에게만 법이 유예되는 구조가 실체로 드러난 증거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경찰이 구인장을 발부하면 당연히 연행되고, 불출석 사유가 모호하면 구속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구치소에 갇혀 있는 인물이 “나가기 싫다” 말하면 수사기관이 순순히 돌아가는 상황을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법 위에 군림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심지어 윤석열은 탄핵과 함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든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일 뿐이다.
윤석열이 과거 검찰총장일 때 타인의 불출석 사유를 어떻게 다뤘는지, 영장 집행의 정당성을 얼마나 강하게 주장했는지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 인물이 이제 자신의 차례가 되자 법 절차를 우롱했고, 특검은 그 앞에서 눈치만 보며 물러났다.
이번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구인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정당성과 평등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며, 공권력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작동해야 한다. 특정 지위, 정치적 배경, 사회적 영향력이 그 기준을 바꾸어 놓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법치가 아닌 특권의 사회일 뿐이다.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