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李대통령의 ‘보은 인사’라고? … ‘私보다 公 인물' 쓰는 게 뭔 잘못?

'이재명 변호인들' 기용에 대한 비판은 '지금 아니라 지켜본 뒤'가 언론의 정도

최영태 기자 2025.08.14 15:02:14

금감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찬진 변호사가 '이재명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사임을 알리는 채널A 방송 화면. 

최근 이뤄진 이재명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선에 대해 “과거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을 대거 방탄-보은 차원에서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제히 이른바 보수 언론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은 “이재명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중 벌써 13명이 등용됐다”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 변호를 맡았던 누구는 어느 부처에, 대장동 사건에서 변호를 맡았던 누구는 대통령실에 들어가 있다며 공격한다.

헌데, 이런 비난 기사들의 설득력은 참으로 미약한 것 같다. 특정 사건에 대해 변호를 맡은 법조인을 공격하려면 우선 그 사건이 흉측하고 사악한 것이라야 그나마 약간의 설득력이라도 갖는다. 흉측하고 사악한 죄를 저지른 인물을 변호하고 나선 변호사라야 사람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가 전교조 또는 민변 출신임을 알리는 TV조선의 보도 화면. 

그런데 이미 일부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과 관련됐던 수없는 소송들의 성격은 대체로 ‘정치적 탄압용’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대표적인 것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사건 초기인 2022년 말~2023년 초에는 “이재명을 모른다. 이재명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가, 2023년 중반~2024년, 즉 검찰 수사 및 1심 재판 때는 “대북 송금을 이재명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고 진술을 바꿨고, 이어 이 대통령 취임 뒤 최근에는 “이재명으로부터 지시받은 적 없다”며 초기 진술로 돌아간 상태다. 윤석열 직전 대통령의 취임과 파면 등 정치적 판도 변화에 따라 진술이 180도로 달라지는 양상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 번복을 다룬 오마이TV의 보도 화면. 

만약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거의 다 ‘정치 탄압성 수사와 소송’이었다면, 그리고 현직 대통령 등 최고 권력이 이를 밀고나가는 배후-추진 세력이었다면, 그에 맞서 변호를 맡은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오히려 용감했기에, 사적 이익(私益)보다는 공익(公益)을 앞세우는 변호사였기에 이재명 변호에 겁도 없이 나섰던 인물들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즉 이들 변호사들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인물들이라면, 이런 사람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것은 정말로 잘한 인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공직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공익적 인물인가, 아니면 사익적 인물인가’이기 때문이다.

공직에 적합한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기업이나 스포츠에서는 유능한 인물이 최고일 수 있다. 돈을 잘 벌어오고, 득점을 잘 올리는 사람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 유능한 인물의 인성이 조금 떨어져도, 즉 공익과 사익의 갈림길에 섰을 때 사익을 조금 더 취하는 사람일지라도 돈과 점수가 더 큰 목적이라면 단점을 감수하면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은 다르다. 공직은 그야말로 ‘나랏돈으로 5200만 국민의 생사를 가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유능성보다는 공익성이 첫째 기준이 돼야 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나랏돈을 만지면서 ‘내 주머니로’ 손이 먼저 가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조그만 자리라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 한 여러 소송 사건에서 그의 변호를 맡아줬던 변호사들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들, 용감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공직에 적합한 사람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소-영 인사를 다룬 '시사IN'의 2011년 4월 11일자 표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인선에 대해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이 따라붙은 적이 있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모두 MB 개인의 ‘사적(개인적) 특징’일 뿐, 공적 요소와는 상관없는 항목들이다.

만약 현재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MB처럼 ‘사적 특성’에 기반한 것이라면, 즉 이 대통령의 출신 대학인 중앙대 출신 일색이라든지, 사법연수원 동기 일색이라든지, 아니면 고향인 경북 안동 중심이라든지 그렇다면 “왜 사적 인연의 인사를 하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헌데, 그 수많은 사법연수원 동기 중에서도 ‘정치적 탄압을 무릅쓰고, 개인 이익에 침해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 즉 공(公)을 위해’ 변론에 나선 인물들 중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골라 인선하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이 대통령에 대해 "거의 완전히 공익적인, 참으로 보기 힘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공익적 인물이 공익을 기준으로 각료를 선발했다면 잘한 것이지, 잘못했다고 하기 힘들다. 

발언 분석을 통해 이재명을 '아주 공적인 인물'로 평가한 책 '이재명의 스피치'.

"전교조 또는 민변 출신"이라며 비난부터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든 민변이든 어려운 시절에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인물들이 주로 관여했던 단체요, 활동들이었다. 


물론, 과거 정의로웠던 인물이었다고 해서 미래에도 계속 정의로울 것이라는 가정은 섣부르다. ‘믿었던 도끼에 발 찍히는’ 일이 인간사에선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의로웠다는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 중에서도 변절자 또는 실망을 안겨준 인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따라서 ‘이재명 변호사 중 13명이 요직이 등용됐다’는 데 대해선 지금은 그냥 적어두기만 하고(아니면 기사를 써도 그냥 팩트만 전하는 식으로만 쓰고), 이들의 향후 요직에서의 행적을 지속 관찰하는 게 언론의 정도(正道)다.

 

잘못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적해야 약이 된다. 아직 반칙을 저지르지도 않은 선수에게 “너의 과거 행적을 보아하니 너는 파울을 저지를 게 분명해”라면서 미리 엘로우 카드를 들어올리는 심판이 있다면 그저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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