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건희 집사’에게 ‘보험’ 들었나? ②

‘보험금 35억’ IMS모빌리티 쪼개기 투자 내막

정의식 기자 2025.08.20 14:49:53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집사 게이트’ 등 김건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설립한 IMS모빌리티가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등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총 184억 원을 투자받은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은 2023년 조 부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35억 원이 단순한 벤처 투자가 아니라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를 피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보험용’ 거래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분리 1년째를 맞은 HS효성이 ‘오너 사법 리스크’ 극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 내부고발로 촉발된 공정위 조사
2. ‘보험금 35억’ IMS 쪼개기 투자 내막
3. 김건희 특검 수사와 향후 전망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가 20일 조사를 받기 위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집사 게이트’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를 재소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조 대표를 상대로 IMS모빌리티가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 등을 캐물었다. 조 대표는 김예성과 10년 넘게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법인의 대표나 이사직을 맡는 등 평범한 동업자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표와 김 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부회장이 거느린 4개 기업이 IMS모빌리티에 총액 35억 원을 쪼개기 투자하는 등 집사 게이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이 투자금 대부분이 김예성에게 전달된 정황 때문이다.

 

자본잠식 기업에 ‘35억 베팅’한 이유

앞선 기사에서 소개했듯 집사 게이트의 발단은 2022년 연말부터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최측근이었던 A씨가 <뉴스타파>에 연속 폭로를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차명 법인 소유(마이스터모터스, 중앙모터스), 탈세, 효성캐피탈 자금 사적 전용(10년간 11명 임원에 4300억 원 대출) 등 충격적 내용이 담긴 이 폭로는 2023년 2~5월 <뉴스타파>에 잇달아 보도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발했다.

공정위는 HS효성의 계열사 미신고와 부당지원 의혹을 파헤쳤다. 과징금 수백억 원 위험이 현실화된 시점인 2023년 4~5월경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오아시스)로부터 IMS모빌리티에 대한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

IMS모빌리티는 2017년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전기차 충전·렌터카 플랫폼을 운영했다. 조영탁이 대표를 맡았고, 김예성은 20%의 지분을 보유한 창업멤버였다. 그러나 2023년 당시 IMS모빌리티는 순자산 566억 원 대비 부채 1414억 원으로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였다. 매출은 미미하고 적자는 누적돼 성장 전망이 크지 않은, 투자대상으로 보기엔 쉽지 않은 기업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투자조합의 조합원 규약. HS효성 계열사 4곳이 합계 35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나와있다. 사진=뉴스타파
 

하지만 오아시스는 IMS모빌리티에 총 184억 원 투자를 주도하며, 카카오모빌리티(30억 원), 한국증권금융(50억 원), 신한은행 등 수많은 대기업들과 금융사를 끌어들였다. 이 투자가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이른바 ‘김건희 집사 게이트’의 핵심이다.

HS효성도 이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통합된 정황이 명확했다. 모든 계열사의 투자 담당자 연락처가 동일(더 클래스 효성 투자 담당자)했고, 출자납입증명서 취합·전달이 한 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계열사 간 장벽을 뛰어넘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 존재를 시사한다. 특검이 조 부회장을 투자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하는 이유다.

쪼개기 방식 투자…후순위 채권의 미스터리

투자 집행은 2023년 6월 말 전환사채 방식으로 이뤄졌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를 통해 35억 원을 쪼개기 방식으로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HS효성더클래스(옛 더 클래스 효성)가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조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에스씨’를 통해 지배하는 벤츠 딜러사다. HS효성더프리미엄(옛 더 프리미엄 효성)은 5억 원을 투자했다. 조 부회장이 80% 지분을 보유한 (주)신동진이 100% 보유한 기업이다. 신성자동차도 10억 원을 투자했다. 에이에스씨가 42.80%의 지분을 보유한 폭스바겐 딜러사다. 또, HS효성토요타(옛 효성 토요타)가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주)효성 자회사로, 2024년 HS효성에 편입됐다.

이같은 쪼개기 방식은 그룹적 차원에서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조 부회장이 소유한여러 계열사가 위험을 분산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HS효성이 ‘후순위 조합원’으로 투자해 청산 시 가장 늦게 회수되는 구조였다는 점도 특이한 포인트다. 사실상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 방식이다. 이는 다른 투자자들을 위한 ‘보증’ 역할로, 위험 감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주목할 부분은 김예성 씨의 역할이다. 김 씨는 IMS 지분 20%를 보유한 인사로, 이 회사의 전신인 ‘비마이카’의 설립에 관여했으며,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김건희와 동기였다. 김 씨는 이후 지속적으로 김건희와 여타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유치 후 김 씨는 46억 원을 챙겨 엑시트(exit)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이노베스트코리아(김예성 씨 배우자 정모 씨 명의)로 흘러갔는데, 특검은 이 회사를 김 씨의 차명 법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씨는 특검 조사에서 “실소유주는 김예성”이라고 인정했는데, 특검은 이 46억 원이 김건희 측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15일 김 씨를 총 33억 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했다.

보험성 투자 or 정치적 거래

특검이 이 투자를 주목하는 이유는 ‘보험성’ 의혹 때문이다. 투자 시기(2023년 6월)는 조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절정기와 겹친다. 그리고, 공정위 조사는 2024년 2월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정상적이라면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 불가피했으나, 가장 가벼운 제재였다. 특검은 이를 “투자와 선처 간 거래”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압수수색 영장에는 “투자 필요성·수익 가능성 없음에도 김건희를 통해 경영상 위험 모면 및 청탁 활용”이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더욱이 HS효성 분리 과정(2024년)에서 국민연금(6.2% 지분)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투자 후 공정위·국민연금의 태도가 유화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가 부실 벤처에 35억을 쏟는 건 이례적. 정치적 보험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회사 손해 유발)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알선수재와 맞물린다. 만약 이 혐의가 유죄로 판명될 경우, 조 부회장은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피의자 소환에서 조 부회장은 해당 투자가 “정상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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