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스며드는 늦여름, 갤러리작(대표 권정화)이 한아름 작가의 기획 초대전 ‘초록빛 판타지: Botanical Sanctuary’을 오는 9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대표 시리즈인 하이드 앤 시크(Hide & Seek)를 비롯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이며,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위한 따스한 안식처를 마련한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Hide & Seek 시리즈는 보호종인 흰머리 오목눈이가 열대 식물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는 장면을 담았다. 현실에서는 겨울 철새지만, 작가의 화면 속에서는 계절과 경계를 넘어 상상의 식물들과 어우러지며 자유롭게 존재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테라’는 아래 잎이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스스로 찢어내는 특성을 지닌 식물로, 작가는 이를 배려와 공존의 상징으로 삼아 작품에 녹여냈다.
Hide & Seek(Assemble)에서는 오목눈이뿐 아니라 다른 작은 동물들이 함께 등장해, 상처받은 존재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유토피아적 풍경을 보여준다. 케이지 앤 버드(Cage and Bird)에서는 새장을 벗어난 오목눈이를 통해 해방과 자유의 서사를 담아내며, 오목이 시리즈에서는 단색 배경 위에 단출하게 놓인 작은 생명의 존재감을 강조한다. 불필요한 맥락을 덜어낸 화면은 생명 자체의 순수성과 고유성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담담한 울림을 전한다.
한아름 작가는 학부 시절 보육원 봉사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교감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와 멸종위기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의 작업은 현실에서 쉽게 소외되거나 버려지는 존재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내어, 모두가 평등하게 보듬어지는 판타지적 세계를 그려낸다. 작가는 “내가 주목하는 작은 존재들은 나 자신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며, “그들의 이야기가 관람객에게도 따뜻한 안식처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갤러리작 권정화 대표는 “한아름 작가의 작품에는 작은 생명들을 향한 애정과 배려가 깊이 배어 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아름 작가는 국민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개인전 29회와 단체전 158회를 가졌다. 2024 부산국제아트페어 신진우수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작품은 서울동부지방법원, 루치아노 베네통 컬렉션 및 기타 국내외 기관에 소장돼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