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유진 아트체크인 시즌3'를 진행한다.
‘유진 아트체크인’은 관람객의 풍요로운 전시 관람을 지원하고 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양 기관이 매년 협력해 추진하는 문화예술 지원 프로젝트다.
이번 시즌3는 국제 미디어 미술 축제인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연계해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2년마다 주관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올해 《강령: 영혼의 기술》을 주제로 오는 11월 23일까지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낙원상가, 청년예술청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개최되는 올해 비엔날에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파격적인 기획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추상성이 닿는 인간의 심연과 영혼의 세계'라는 주제 아래, 서구 근대성의 이성 중심 사고방식이 주류에서 배제했던 신비주의와 영적인 믿음을 예술적 언어로 소환한다. 비엔날레는 오늘날의 사회적, 정신적 위기에 맞서, 논리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와의 공존을 위한 대안적 '기술'로서 예술의 역할을 탐색하는 시도를 미술관 곳곳에 풀어냈다.
과학 시대, 근원적인 '영혼'의 의미를 묻다
이번 비엔날레는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주된 방식, 즉 계몽주의 이후의 '이성 중심' 사고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큐레이터들은 "근현대 미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영적 경험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반적인 미술사가 외면했던 '신비롭고,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비밀스러운 예술 활동'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한다.
전시가 다루는 '영혼'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세속적인 복을 비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즉 죽음, 헌신, 고귀한 정신, 그리고 인간이 만든 가치관을 재조명한다. 일반적인 미술사의 흐름에서 벗어나, 19세기 신비주의자들의 생각의 세계는 오늘날의 눈앞의 현실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로 제시된다.
'강령'은 현실 너머로 접속하는 매개
전시의 핵심 은유인 '강령'은 영적인 소통가가 영혼을 부르는 행위를 넘어, '일상 너머의 세계와 연결되는 모든 매개적 경험' 전체를 상징한다. 이는 곧 미술관 공간을 '인식의 범위가 확장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헬레나 블라바츠키, 힐마 아프 클린트 같은 신비주의자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과 소통하려는 예술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서양 중심의 이성적 지배 방식에 저항하며,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와 같은 동시대 문화적 실천들과 함께 공감한다. 특히 예술가들은 과학이나 근대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논리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힘', '모든 존재', '지식'이 함께할 수 있는 현실 인식의 틀을 확장한다. 이것이 바로 '영혼의 기술'이 추구하는 목적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추상적인 형태, 색채, 사운드, 미디어를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와 우주적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이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넘어, 관람객을 심연으로 이끄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대표적으로 루돌프 슈타이너의 칠판 드로잉 작품들은 처음부터 일반적인 예술 작품으로 의도되지 않았으나, '생각을 그린 그림'이라는 개념으로 지적인 사유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강연 중 즉석에서 그린 이 추상적인 그림들은 마음속의 아이디어와 영적 개념이 물질적인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생각의 기록'이다.
엠마 쿤츠의 기하학적 드로잉 작품도 기하학을 통한 영적 소통의 시각화 시도를 담고 있다. 치유사였던 쿤츠에게 예술은 전체적인 영적 훈련이었다. 모눈종이 위에 그린 원, 삼각형 같은 기하학적 추상화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에너지 공간'을 묘사한 진단 도구이자 치유 수단이었다. 이는 단순히 기하학이 아니라, 우주적 에너지와 인간의 회복 의지를 담은 '이상적인 영적인 세계'의 청사진이며, 21세기를 위한 예언적인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 밖에도 조지아나 하우튼의 영적인 수채화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실체화하려는 시도다. 영혼의 인도로 밑그림 없이 완성된 이 작품들은 개인의 의지나 기술을 초월한, '모든 것을 아는 신의 힘'을 재현하고자 한 19세기 초기 추상미술의 종교적 뿌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조던 벨슨의 실험영화 <매혹>, <명상> 은 '육체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변하는 듯한' 최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폭발하는 색채와 소용돌이치는 패턴은 우주의 진화와 명상에 잠긴 내면의 상태를 시각화하며 이를 관람하는 관이이 자신을 잊은 몰입 상태으로 이끌어낸다. 이는 인간 의식의 심연과 우주의 경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지점을 탐구하는 시도를 담고있다.
사회 속, 다양하게 변하는 자아와 감정
마누엘 마티유의 다양한 형태의 회화 속 소용돌이치는 물감과 자수로 수놓은 검은색 조각들은 사회 속에서 다양하게 변하는 자아를 표현한다. 캔버스에 새겨진 꿰맨 듯한 자국은 사회적 조건에서 개인화될 수 없는 자아의 '상처와 치유'를 동시에 암시하며, 단절과 이어짐의 느낌을 통해 복잡한 현대인의 심리를 그려낸다.
한편, 안민정의 기술 도면 드로잉은 청사진이나 기술 도면처럼 보이는 엄정한 미학 속에 개인의 내밀한 순간, 감정, 사랑의 힘을 담고 있다. 이는 현대의 종교처럼 여겨지는 '기술의 언어'를 빌려, 물질주의(눈에 보이는 물질만 중요하다고 믿는 것)로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아우라'를 재현함으로써, 사실과 개인 경험의 조화를 시도한다.
모하메드 가베르의 아랍 문자 형태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아랍 문자가 가진 숨겨진 신비한 힘을 탐구한다. 마방진 형태의 배열은 보호, 치유, 영적 연결의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의미를 담은 부적처럼 기능한다. 이는 문자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우주의 질서와 신비로운 지식을 담아내는 영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령>의 순환 인쇄 장치에서는 고인의 이미지가 물에 녹아 사라지고 정화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기계적으로 시각화한 이 작품은 죽음 이후 기억이 서서히 소멸하는 덧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미지가 그림을 받치는 재료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죽음 속에서 영혼이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새로운 탄생의 순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권병준의 로봇을 이용한 '기계적 연극'은 샤머니즘 의식과 동시대 미디어의 결합을 통해 전통적인 우주관을 새롭게 구성한다. 문자 체계를 만든 13인의 로봇 무당이 벌이는 의식은 고대 도교 기록의 깨달음을 현대 기술로 소환하며, 불확실하고 신비한 믿음을 우리 세상에 퍼뜨린다. 이는 기술 발전이 영적인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적을 새롭게 만들어서 새로운 형태의 '영혼의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 이해의 틀을 확장하는 비엔날레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은 자본주의적 근대성이 억압했던 '영혼의 차원'을 다시 강조하고, 추상 예술이 가진 본질적인 힘을 재발견한다. 이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영적 만남, 인식의 확장, 꿈 같은 교감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다. 논리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심연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이라는 역동적인 도시에서 특별한 예술품이 말을 걸고, 우리를 불러내며, 변화시키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의 아트체크인 프로그램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전시와 연계해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현장 이벤트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서소문본관에 마련된 부스에서 'AI 체험형 포토 이벤트'를 운영한다. 관람객이 포토 키오스크를 통해 전시 주제와 연관된 5가지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영혼 이미지를 생성, 출력해 주는 이벤트다. 해당 프로그램은 10월 19일까지 운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ESG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미술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2022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과 협력해 왔다. 매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와 연계한 ‘유진 아트체크인’을 이어오고 있으며, 연말에는 우수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해당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반영한 예술기념품을 제작하는 '신진 작가 예술기념품 제작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