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이건희컬렉션 16점 포함, 해외 명작 44점 편하게 비교 감상

시간이 멈춘 곳, 호기심의 방, 헤테로토피아, 무질서 속의 질서… 4개의 키워드로 기획… 보다 쉽게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전시 환경 마련

안용호 기자 2025.10.01 20:26:42

전시전경(왼쪽 바바라 크루거 ‘모욕하라, 비난하라’, 가운데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1만 2천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 국제 미술 소장품은 9% 정도이다. 회화 작품이 가장 수가 많고. 판화와 공예 그리고 조각, 뉴미디어 순으로 이어진다. 국제 미술 소장품은 다른 소장품 부문에 비해서 기증의 비율이 구입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제적 작품을 구입하기에는 예산이나 상황에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시전경(모네 ‘수련과 샹들리에').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는 2021년 이건희컬렉션 수증을 통해 미술관에 소장된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등 19~20세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의 작품과 함께 바바라 크루거, 안젤름 키퍼, 아이 웨이웨이 등 동시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건희컬렉션 16점과 국내 최초 미술품 물납제를 통해 소장된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쩡판즈의 <초상>(2007) 2점을 포함하여 소장 이후 최초 공개작 4점 등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해외 거장 33명의 국제미술 소장품 44점을 엄선하여 국제미술을 폭넓게 조망한다.

전시 제목인 ‘수련과 샹들리에'는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동시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1957- )의 작품 <검은 샹들리에>(2017-2021)에서 이름을 따왔다. 관람객들은 약 100년의 차이가 있는 두 작품 사이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페르난도 보테로, 안젤름 키퍼, 바바라 크루거, 키키 스미스, 프랭크 스텔라, 마르셀 뒤샹, 도널드 저드, 니키 드 생팔, 존 발데사리,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게오르크 바젤리츠, 신디 셔먼, 요제프 보이스, 앤디 워홀 등 미술사의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호기심과 상상의 폭을 넓히고 시대와 경계를 넘어 작품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주로 평면 입체 위주의 작품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그리고 작품을 전시 하면서 어떤 특별한 주제나 연대기적 분류 대신, 작품 한 점 한 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소개했다. .

이번 전시회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작품들을 상호 대비하거나 혹은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는 것이다. 시간 순으로 작품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표면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작품의 외형이나 이런 것들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도록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의 기획 키워드는 시간이 멈춘 곳, 호기심의 방, 헤테로토피아, 무질서 속의 질서이다.

이번 전시는 어떤 연대기적 분류나 주제 대신에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들을 선정해서 작품 한 점 한 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몄기 때문에 질서가 없다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은 전시실에 들어가시면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이 같이 모여 있는 것을 눈으로 바로 확인을 하실 수 있다.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개념은 그렇게 나온 것이다.

전시실 초입에서 관람객은 바바라 크루거의 ‘모욕하라, 비난하라’를 만난다. 작품 사이즈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대중 매체 혹은 매스 미디어가 개인에게 가하는 시각적 폭력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가느다란 바늘 같은 것이 눈을 거의 찌르기 직전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을 맨 앞에 설치함으로써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생각들에 대해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는 작가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의따뜻한 색채와 필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키키 스미스(1954- ), 〈코르사주〉, 2011, 동합금, 금, 172×97×3cm, 유일본.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키키스미스의 코르사주와 샤갈의 ‘결혼 꽃다발’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꽃이라는 외형적 공통점이 있다. 우선 샤갈의 결혼 꽃다발은 꽃이 거의 화면 전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품이고 색채의 마술사답게 파란색과 붉은색 계통의 컬러들이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다. 특히 정면에 과일 같은 풍요로움의 상징들이 함께 배치가 되어 있어서 행복함이나 기쁨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키키스미스의 코르사주에서 코르사주는 프랑스어로 여성의 상반신을 의미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아는 여성의 몸을 옥죄는 코르셋이라는 의상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작품에서 양손에 화사한 꽃을 들고 있는 나이 든 노년의 여성의 모습을 표현을 하고 있다. 주름진 얼굴과 처진 가슴, 튀어나온 배 이런 것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표정은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굉장히 편안해 보이고 자유롭고 당당해 보인다.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와 페르난도 보테로의 ‘춤추는 사람들’은 외형적 특징이 굉장히 명확하며, 모두 풍만한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니키 드 생팔은 임신한 여성의 육체에서 영감을 얻어 풍만한 여성,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보테로의 경우에도 일명 보테리즘이라고 부를 만큼 인물을 풍만한 형태로 그려내 육체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앨런 맥컬럼의 ‘240개의 대용물’과 도널드 저드의 ‘무제’는 미니멀리즘의 특징이 강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앨런 맥컬럼 같은 경우에는 주로 액자 틀을 작품 소재로 많이 활용해왔다. 액자 틀을 활용하면서 그 안에 있는 작품은 없고 액자 틀만 이렇게 석고로 틀을 떠 다양한 색깔로 채색해 전시하고 있다.

 

작품과 액자 틀의 관계를 마치 접목시키는 듯한 이 작품은 작품 액자들이 얼핏 비슷한 크기의 부품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조금 미세한 차이가 보이고 그 안에서 대량 소비, 대량 생산의 문화 안에서도 각자가 가진 고유성이나 개별성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이 이 작품을 보면서 어떤 하나에 집중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널드 저드 또한 앨런 메컬럼과 마찬가지로 오브제의 개념을 작품에 활용했다. 작품을 보는 상황, 관람객이 이 작품을 맞닥뜨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시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찬가지로 헤수스 라파엘 소토와 빅토르 바사렐리도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했던 작가들이다.
두 작가는 시각적인 어떤 착시의 효과를 작품에 활용한 작품들로 유명한 데 관람객들이 이 앞에서 그림자라든지 빛에 의해서 달라지는 모습들을 보는 상황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라파엘 소토의 ‘회색의 가치’ 같은 경우에는 회색이라는 약간은 중립적이고 애매모호한 색채, 검은색과 하얀색의 중간에 있는 애매모호한 색채를 통해서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한 그런 중립적인 의미들을 담고자 했다. 관람객은 빛에 의해 오브제들이 더 많이 튀어나와 보이기도 하고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전경(왼쪽 척 클로즈 ‘알렉스-리덕션 판화’, 오른쪽 아이 웨이웨이 ‘검은 샹들리에’).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의 제목으로 활용된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는 빛을 내지 않는다. 오히려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으로 제작되어 있고 자세히 보면 사람의 두 개의 골이라든지 장기들, 척추 뼈들이 하나로 이루어져 샹들리에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검열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하는 꽃게의 이미지도 작품에 포함되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불안한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 안드레아스 그루스키의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은 넓게 펼쳐진 화면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는 사진 작업을 많이 해왔다. 사진을 하나로 제작하기보다는 포토샵이나 콜라주 등의 기법을 통해서 편집하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이 제작된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로 그 시대의 모습을 거대한 화면으로 포착해 소개한다.

파블로 피카소는 회화뿐만이 아니라 도자기도 상당히 많은 작업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특히 얼굴 형상을 한 작품들만 10점 추려서 소개한다. 굉장히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표정과 감정들이 담 긴 도자기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회 제목으로 사용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백내장을 앓고 있던 시기에 작품을 그렸기 때문에 빛과 색이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수련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포착했다. 아마도 관람객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작품일 것이다.

 

안드레스 세라노의 ‘생각하는 사람’은 소변 같은 액체에 예수의 십자가상을 담아 큰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액체 안에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조형을 담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포착한 작품이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뿌옇고 불투명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 바로 옆에는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동양여자’ 설치가 되었다. 작가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거친 붓 처치와 표면의 거친 화면이 그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인물을 거꾸로 그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일반적 생각을 뒤집는다. 작가는 동양 여자를 거꾸로 그려 차별적인 시선을 전복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안젤름 키퍼의 ‘멜랑콜리아’는 재난 이후의 황폐화된 풍경을 보여준다. 거칠고 녹슨 듯한 표면이 인상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작가가 주로 재료로 사용하는 납을 표면에 부어 더 거칠고 더 황폐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독일의 전후 시대의 우울함 그리고 작가 개인의 예술가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울해 하는 모습을 반영한 작품이다.

척 클로즈 작가의 ‘알렉스-리덕션 판화’는 극도로 세밀하게 모공 같은 것까지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표현한는 작품이다. 피카소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리덕션 판화는 판을 깎아서 찍고 또 판을 깎아서 색을 없애 또 찍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이 세밀한 화면을 완성해내는 기법이다. 작가가 마비를 겪었던 순간에 완성한 작품에서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전시 전경(쩡판즈 ‘초상화’).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쩡판즈의 ‘초상화’ 2점은 미술품 물납제로 기증된 것으로 11억~15억 대에 거래되는 작품이다. 쩡판즈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작가로 가면 시리즈가 많이 알려졌지만 이후 가면을 벗어 던진 초상 시리즈들을 제작해왔다. 인물의 커다란 눈이라든지 과장되게 표현된 손, 그리고 점점 소멸되어 가는 인체 표현 같은 것들이 인물의 불안한 내면과 심리를 보여준다.

이어 A.R. 펭크의 ‘체계화 Ⅲ’와 호안 미로의 ‘회화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선적인 표현들, 기호의 사용을 공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펭크는 독일 분단 전에 동독에서 활동을 하다가 이후에 서독으로 이주한 작가로 원시적인 느낌의 기호가 사용이 되고 있지만 총을 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전쟁이나 분단의 상황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시 전경(왼쪽 장 팅겔리 ‘열대의 재단’, 오른쪽 외르크 임멘도르프 ‘독일을 바로잡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외르크 임멘도르프 ‘독일을 바로잡다’는 가로가 거의 7m에 이르는 대작으로 많은 상징이 들어 있다. 독일 나치의 상징이라든지, 브란덴부르크의 문 위에 있는 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작품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 가운데 보이는 기둥은 동독과 서독의 분단을 암시한다. 위에 써있는 큰 글자체들은 독일어로 ‘독일을 바로잡다’ 라는 의미를 반영을 하고 있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가로서 외치고 다녔던 말이라고 한다.

맞은편에는 장 팅겔리 ‘열대의 재단’이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움직이는 예술을 많이 제작을 했고, 이 작품 또한 시간에 따라서 가동되며 삐그덕 움직이는 쇳소리를 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인간 문명이 파괴한 자연이라든지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1933- ), 〈에트루리아인〉, 1976, 청동, 거울, 동 200×120×80cm, 거울 250×300cm.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마지막에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에트루리아인’ 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거울의 사용을 통해 현실과 허상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작품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엄선하여 마련한 전시”라며,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통해 약 100년의 시간 사이에 놓인 서양미술의 장면, 장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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