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시 '의문의 AI' 개최

AI 시대가 제기하는 다양한 의문들을 예술의 언어로 사유하고 탐구

안용호 기자 2025.11.10 19:21:54

의문의 AI 포스터. 이미지=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이 인공지능(AI)에 대한 예술적 질문을 주제로 한 기획전 《의문의 AI (Interrogative AI)》를 오는 11월 20일(목)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전시장 1(B)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Institut Français)의 후원을 받은 국제미디어 전시로, 한국·프랑스·대만·싱가포르 4개국 9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후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식과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AI가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흔들며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인류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예술계에서도 AI는 저자성(authorship)과 창작 주체, 저작권, 원본과 복사본의 경계 등 다양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전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술의 발전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예술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

《의문의 AI》는 단순히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보여주거나, AI 생성 이미지의 시각적 현란함이나 기괴함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AI 시대가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기후위기와 식민의 역사, 창작 주체와 범위, 기술의 발전이 예술과 맺는 복잡한 관계 등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욤 포르, <에코(ECHO)> 2022, AI 시스템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설치, HD 영상과 사운드, 1.1×2.2×2.2m. 사진=인천아트플랫폼

프랑스 작가 기욤 포르(Guillaume Faure)의 〈에코〉는 관람객이 AI가 만들어 낸 ‘또 다른 나’와 대화하는 참여형 작업이다. 필름 메이커인 김민정 작가의 〈모든 삶을 위한 라이브 비디오〉는 불꽃놀이인 줄 알았던 아름다운 유튜브 쇼츠 영상이 사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백린탄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제작하게 된 작품이다.

 

김은설, 〈청각장애 인공지능 학습 #2〉 2024-25, 다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사진=인천아트플랫폼
다비드 파티, <기계는 유령을 필요로한다: 화이트 큐브 콜라주(The Machine Seems to Need a Ghost: White Cube Collage)> 2023-25, 시트지 가벽, 가변설치. 사진=인천아트플랫폼

김은설 작가의 〈청각장애 인공지능 학습 #2〉는 인공지능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과 청각장애를 지닌 작가 자신이 언어를 배워온 과정을 겹쳐 본 작업이다. 프랑스 작가 다비드 파티(David Fathi)의 〈기계는 유령을 필요로 한다: 화이트 큐브 콜라주〉는 AI의 잠재공간이 실제로는 서구 중심의 시각적 규범과 편향으로 채워져 있음을 비판한다.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실리콘 섬과 전쟁(Silicon Islands and War)> 2025,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37분. 사진=인천아트플랫폼

다프네 난 르 세르장(Daphné Nan Le Sergent)의 〈실리콘 섬과 전쟁〉은 AI 생성 이미지까지 도달한 디지털 이미지의 역사를 반도체 산업의 궤적과 연결한 영상 에세이다. 대만의 심플 누들 아트(Simple Noodle Art)와 샨보이 첸(Shanboy Chen)이 협업한 〈프롬프트: 듀프 아트〉는 최근 부상하는 듀프(Dupe) 문화를 언급하면서, AI 시대의 ‘독창성’ 개념과 예술 작품의 ‘원본의 가치’를 재치 있게 되묻는다.

 

염인화 작가의 〈솔라소닉 밴드〉는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다. 작품 속에는 AI로 생성된 밴드 멤버들이 등장해 기후 위기의 다섯 영역(대기권, 수권, 암석권, 빙하권, 생물권)을 순회하며 공연한다.

프랑수와 벨라바스, <합성된 뿌리 – 프로토마톤(Synthetic Roots - Protomaton)> 2024, 설치, 해체한 컴퓨터, 스크린, 혼합재료, 가변설치. 사진=인천아트플랫폼
심플 누들 아트 & 샨보이 첸, <프롬프트: 듀프 아트(Prompt: Dupe Arts)> 2024, 혼합 매체, 영상 2점(각 6분 39초, 3분 6초), 회화 2점(각 148.7×151.4cm, 118×78cm). 사진=인천아트플랫폼

프랑스 작가 프랑수와 벨라바스(François Bellabas)의 〈프로토마톤〉은 분해된 컴퓨터와 카메라, 버튼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싱가포르 작가 호 루이 안(Ho Rui An)의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는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식민주의적 통치 구조와 연결한 영상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AI가 과거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그 기원과 맥락을 망각한 채, 진정한 이해 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내는 과정을 ‘노이즈의 재편성’으로 표현한다.

 

이번 《의문의 AI》 전시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은 사회적, 윤리적, 역사적 문제를 예술로 사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령어에 따라 반응할 뿐 스스로 질문하지도, 창조하지 못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호기심을 갖고, 의문을 품고, 상상할 줄 안다. 또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면하여 변화의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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