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남산 야외숲박물관 조성사업’ 사업이 투자심사를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쪼개져 추진되면서 예산은 불어나고 행정 효율성은 추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용균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북구3)은 6일(목) 2025년도 정원도시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초 단일사업으로 기획된 ‘남산 야외숲박물관 조성사업(65억원)’이 ‘한국숲정원(31억)’, ‘남산하늘숲길(39억)’, ‘생태보전사업(10억)’ 3개 사업으로 분리 추진되면서 총 81억원으로 예산이 25% 증액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동일 업체가 ‘남산 야외숲박물관’ 기본계획 용역을 맡은 뒤, 분리된 ‘한국숲정원’과 ‘남산하늘숲길’의 기본·실시설계까지 연이어 수주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최종 준공된 기본계획 보고서에 이미 추진 중이던 두 사업의 설계 내용이 그대로 포함돼 있었다”며 “같은 내용을 두 번 설계한 셈으로, 이는 세 사업이 사실상 하나의 통합사업이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증액의 타당성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남산도서관부터 남산야외식물원까지 스카이워크로 계획됐던 하늘숲길은 구간이 절반 가까이 축소됐지만, 공사비는 오히려 31억에서 39억으로 26% 증가했다. 이 의원은 “길이는 짧아지고 예산은 늘어난 모순”이라며 “예산 산정 근거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기본계획에서 500×500mm로 설계됐던 하늘숲길 구조물의 기초 콘크리트가 실제 시공에서는 300×300mm로 40%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안전성 검토 절차 없이 이뤄진 설계변경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현장 점검 결과도 문제투성이였다. ‘무장애 숲길’이라는 명목과 달리 급경사 구간이 많아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고, 데크 설치 과정에서 주변 수목이 대거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남산 순환로와 인접한 구간에 또 다른 데크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며 “생태보전을 명분으로 한 개발이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산은 이미 둘레길, 자락길, 성곽길 등 충분한 탐방로를 갖추고 있다”면서 “시민이 남산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길이 아니라 훼손된 숲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의원은 마지막으로 “남산의 참모습을 찾는다면서 오히려 참모습을 훼손한 남산하늘숲길은 복원이 아니라 개발이며, 사업의 투자심사 회피, 용역 중복, 설계변경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