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튀어나온 괴인들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지키기 위해 히어로들이 나섰다. 그런데 괴인들과 히어로들 각각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치 내 이야기같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와 장을 보러가다 갑자기 괴인을 대적하게 된 ‘워킹맘’ 히어로는 심신이 고달프다. 사회 초년생인 ‘자취생’ 히어로는 밥을 제대로 먹기 전 선배의 호출에 매번 달려 나가야 한다. ‘기러기 아빠’ 히어로는 생일날 혼자 쓸쓸히 밥을 먹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괴인과 서로 공감대를 쌓는다. 그리고 이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엔 ‘밥심’이 있다. 괴인과 히어로 모두 치열한 일상 속 간편하게 차려먹으면서도 맛있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요리가 존재하는 것. 이것이 바로 CJ제일제당의 ‘전자레인저’ 세계관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선보인 전자레인저는 초간편 요리소스 제품인 ‘백설 10분쿡’을 소개하는 디지털 콘텐츠다. 백설 10분쿡은 냉동 제품의 소스팩에 적용하는 ‘스팀홀 공법’을 이용한 전자레인지용 소스다. 소스가 담긴 지퍼백에 생선, 고기 등 재료를 넣은 후 지퍼백을 닫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요리가 바로 완성되는 구조다.
전자레인저는 백설 10분쿡의 제품 정보를 단순 나열하지 않고,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요리 히어로의 활약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다. 우리네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전자레인저 히어로와 괴인 모두 백설 10분쿡으로 요리해 먹는다. 출연 배우 또한 박희순, 한선화 등으로 화제가 됐다.
반응은 뜨겁다. 전자레인저 영상은 11월 1일 업로드 1주일 만에 SNS 채널 합계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콘텐츠 공개 이후 온라인 검색 플랫폼에서 백설 10분쿡을 검색하는 건수가 10배 정도 늘었으며, 실제 제품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라제인저는 CJ제일제당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일상적 소재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에 맞춘 형식으로 선보여 이를 통해 공감대를 높이고, 보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제품을 알리는 방식이다. 앞서 선보인 ‘애(愛)습파’ 콘텐츠 또한 가수 노라조의 대표곡 ‘슈퍼맨’을 유쾌하게 편곡해 ‘습김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본 바 있다.
관련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백설 10분쿡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신동준 CJ제일제당 브랜디드 콘텐츠팀 팀장에게 서면으로 들어봤다. 그가 속한 브랜디드 콘텐츠팀은 CJ제일제당 디지털 마케팅 담당 산하 조직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이끌고 있다.
- 최근 화제가 된 전자레인저의 기획 배경은?
“백설 10분쿡은 초간편 요리 소스 제품으로, 어떻게 하면 해당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히어로물 콘셉트의 전자레인저라는 재미있고 공감 가능한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소비자의 높은 주목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단편 영화와 같은 스토리형 콘텐츠를 기획했죠.”
- 전자레인저의 주요 타깃층이 따로 설정돼 있었나요?
“백설 10분쿡의 타깃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요리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행동에 적극적이고 초간편 전자레인지 요리에 부합하는 1~2인가구와 유자녀 가구입니다. 현재 백설 10분쿡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에게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제품에 다양한 원물을 넣어 레시피를 무한 확장할 수 있어 재밌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 콘텐츠 각각의 주인공으로 배우 박희순과 한선화 씨를 캐스팅한 배경은?
“저희가 기획했던 콘텐츠의 기러기 아빠, 워킹맘의 페르소나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연기자를 찾았습니다. 소비자에게 전자레인저 콘텐츠 스토리가 가진 공감을 잘 전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가진 박희순, 한선화 씨가 여러 후보군 중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캐스팅했습니다.”
- 전자레인저는 유머 코드가 눈길을 끄는데요. 영상 기획 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요즘 같이 콘텐츠와 메시지들이 넘쳐나고 스킵이 만연해진 시대에 아주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과 주목을 받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마케터로서 정말 쉽지 않는 시대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소비자가 정말 재밌게 즐기고 경험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놀이거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은 히어로를 동경하고 히어로가 되는 걸 따라 해본 경험이 있었을 텐데요. 이런 점에서 착안해 CJ제일제당은 가장 공감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 전자레인저는 여타 광고들이 평균 15초, 길어도 약 30초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약 12분 정도로 긴 분량인데요. 소비자의 관심을 잡아두기 위해 취한 전략은?
“처음 백설 10분쿡 전자레인저 내부 시사를 마쳤을 때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콘텐츠 내용은 너무 재미있는데 요즘 같이 숏폼에 익숙한 소비자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12분가량의 본편 영상에서 반응이 높은 장면을 중심으로 숏폼으로 재편집하고, 유행하는 신조어를 카피로 활용했습니다. 이 숏폼 영상을 본 소비자가 12분짜리 풀버전을 찾아서 보고, 재미와 공감을 느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전자레인저 콘텐츠를 공유해 2차 콘텐츠로 재확산될 수 있는 바이럴 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전자레인저는 크게 워킹맘, 자취생, 기러기 아빠까지 세 가지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는데요. 이 구성을 취한 이유 및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전자레인저는 초간편 요리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증가, 시간과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하려는 타깃층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워킹맘, 자취생, 기러기 아빠까지 3개의 대표 페르소나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별로 사회적 애환과 공감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했죠.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같은 또래에서 겪는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하는’ 기러기 아빠 편이 가장 공감이 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 전자레인저에 대한 현재까지의 반응은?
“전자레인저 콘텐츠에 대해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과연 좋아할지 고민했었는데, 콘텐츠 공개 1주 만에 1000만 뷰에 이어 2주 만에 2000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전자레인저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번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키 아이디어는 히어로물 테마에 뉴트로(New+Retro 합성어) 코드를 활용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워레인저’, ‘울트라맨’과 같은 히어로물을 어릴 때 접하지 않는 세대는 없으니까요.
백설 10분쿡은 전자레인저라는 뉴트로 히어로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로 감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롭고 펀(FUN)하게 다가가 백설 10분쿡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요즘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형태를 비롯해 모두 경험해봤던,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의외성을 통한 유머 코드도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콘텐츠 시청을 넘어 스스로가 소비하고 가지고 놀 수 있는 히어로 에피소드, 전자레인저 뮤직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포인트들이 소비자의 높은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전자레인저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추후 또 이어질 가능성은?
“아쉽게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마지막화가 맞습니다. 다만 전자레인저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진다면, 백설 10분쿡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통한 사회적 애환과 공감을 담아 내는 스핀오프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CJ제일제당은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 전략의 강점은?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은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푸시(push)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재미를 느끼고 공감되는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재확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까지 체감하고 있는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는?
“‘소비자 유입-바이럴 확산-인게이지먼트’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쇼츠를 트리거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쇼츠를 본 소비자가 풀버전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또 주요 워킹맘/팬덤 등과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 SNS 등에 소개되죠. 여기에 재미있는 프로모션으로 참여한 이들이 다시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자발적 확산이 가능한 쌍방향 순환 구조를 통해 바이럴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 화제가 된 전자레인저 외 또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 전략 사례를 소개하자면?
“백설 브랜드의 또 다른 캠페인이었던 ‘백설 1분링 육수커플’ 콘텐츠가 있습니다. 백설은 1953년 탄생한 브랜드이지만, ‘오늘의 심플쿠킹’ 아래 초간편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올해를 필두로 브랜드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요즘 요리 편의성에 관심도가 높은 타깃에 부합한 1분링(코인육수)과 초간편 전자레인지 소스제품을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캠페인으로 준비한 것이 백설 1분링 육수 커플 콘텐츠였습니다.
1분링 육수 커플 콘텐츠는 부부/커플이면 누구나 겪어봤을 ‘오빠 나 달라진거 없어?’, ‘자기야 뭐 잘못한 거 없어?’처럼 커플의 일상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공감되고 재미있는 상황을 웹드라마 형식으로 담은 콘텐츠입니다. SNS에서 1억 뷰를 달성할 만큼 소비자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이와 연계해 제1회 1분링배 ‘럭셔링 커풀 챌린지’까지 진행하면서 소비자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받았습니다.”
- 앞으로 또 시도해보고 싶은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 형태는?
“요즘 AI(인공지능)가 화두인데 AI플랫폼을 활용한 소비자 공감형 마케팅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소비자-AI 간의 관계에 대한 누구나 겪어 보았을 공감 포인트를 찾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