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슈] ⑧ “이거 스캠 아냐?”…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웨카 ‘러그풀’ 의혹

유저 반발에도 경매장 강행…손실은 마지막 웨카 보유자 몫?

박소현 기자 2025.12.10 09:24:29

 

최근 마비노기 모바일이 유저 반발이 폭증함에도 ‘우회적 현금 거래 구조’를 갖춘 웨카 경매장을 예정대로 강행하면서, 유저와 게임사 사이의 신뢰는 사실상 파국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경매장 종료와 함께 웨카의 가치가 사실상 ‘0’으로 수렴하는 구조가 드러나자,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사가 유저 상대로 스캠 프로젝트를 실험하는 것이냐”는 비판까지 확산되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신규 재화 ‘웨카’의 정체는?


지난 11월 17일 진행된 유튜브 방송 ‘캠파 LIVE’에서 이진훈 디렉터는 “12월 4일 ‘웨카 경매장(Beta)’을 열어 판매 중단된 전설 패션장비를 다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세 이용가 게임인 ‘마비노기 모바일’에 유료 재화 ‘웨카’를 기반으로 한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게임등급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즉각 제기됐다. 그럼에도 넥슨은 12월 4일 예정대로 ‘웨카 경매장’ 오픈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유료 재화를 이용해 이용자 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세부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유료 재화를 매개로 한 아이템 거래는 원칙적으로 12세 이용가 게임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의미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경매에 사용되는 재화의 획득 방식이 유·무료로 혼재되어 있는 경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유료 획득 방식과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넥슨의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모니터링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웨카’ 획득 구조가 무료 수급 중심인지, 아니면 유료 충전 중심인지에 달려 있다.

 

경매장 전용 재화인 웨카는 ▲캐시샵에서 ‘미가공 웨카 원석’을 유료 구매해 변환하거나 ▲경매장에서 거래 실적을 쌓아 골드 등급을 달성한 이용자가 데카 거래소에 올린 웨카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골드 등급 이용자로부터 선물받는 방식으로만 확보할 수 있다.

 

즉, 모든 웨카의 최초 발행처는 100% 캐시샵이며, 누군가의 현금 결제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공급된다. 경매장·데카 거래소·상품권 선물은 이미 유료로 발행된 웨카가 단순 유통되는 과정일 뿐, 웨카를 무료로 ‘신규 공급’하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비노기 모바일 내 '웨카 페이백' 거래 실태.

 

또한 ‘웨카 상품권 선물하기’는 무료 수급 경로가 아니라, 웨카를 현금과 직접 맞교환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매장 오픈 직후부터 급속히 확산된 이른바 ‘웨카 페이백’ 구조가 대표적이다.

 

‘웨카 페이백’은 판매자가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해 구매자에게 웨카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먼저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전에 거래 조건을 합의한 뒤, 판매자가 해당 아이템을 경매장에 2만 웨카로 등록하면 구매자가 이를 입찰한다.

 

이후 판매자는 경매를 통해 확보한 웨카를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해 다시 구매자에게 반환한다. 구매자는 되돌려받은 웨카를 또 다른 경매 입찰에 사용하거나, 상품권 형태로 제3자에게 판매해 현금을 회수한다.

 

실제로 외부 거래 사이트에서는 웨카 상품권의 현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게임 내 재화인 웨카가 사실상 외부 현금 가치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웨카 상품권의 현금 거래 실태.

 

넥슨이 “무료 재화”로 분류하는 데카 역시 구조적으로는 현금성 재화나 다름 없다. 캐시샵에서 판매되는 데카는 1000원(100 M캐시)당 10데카라는 명확한 현금 가치가 부여돼 있다.

 

매주 확정적으로 획득 가능한 무료 데카는 주간 미션 보상 93개 수준에 불과하며, 이벤트·퀘스트·업적·아이템 거래 등을 통한 추가 획득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겉으로는 유·무료 혼용 재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유저 입장에서는 유료 충전 없이 데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그런데 웨카 경매장의 최초 입찰가는 2만 웨카(20만원 상당)로 고정돼 있고, 5000 웨카 상품권은 데카 거래소에서 최소 1만3000데카에 거래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무료 획득 데카만으로 2만 웨카(약 5만2000데카)를 마련하는 데 560주(약 10년)가 걸린다.

 

따라서 “무료로도 웨카를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실제 웨카·데카의 획득 과정을 추적해 보면, 웨카는 현금 충전 없이 확보할 수 없는 사실상 유료 재화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12세 게임에서 스캠 프로젝트 실험하나” 유저 분노 폭발

 

이처럼 웨카 경매장을 둘러싼 사행성 논란이 커지자, 넥슨은 9일 저녁 뒤늦게 사과문을 게시했다. 넥슨은 “웨카 경매장과 관련해 우려와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웨카 경매장은 Beta 종료 이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열린 웨카 경매장은 12월 11일 오전 6시에 종료되며, 보유한 웨카는 경매장 종료 후에도 아이템샵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됐다. 다만 등급 특별 패키지, 신비한 직물, 웨카 상품권은 12월 18일 오전 5시 59분까지만 구매 가능하다.

 

문제는 경매장을 제외하면 웨카 활용처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웨카는 ‘웨카 경매장’과 ‘웨카샵’에서만 사용 가능한데, 웨카샵에서 상시 구매 가능한 상품은 환생석·패션티켓(프리미엄)·염색약 단 3종뿐이다. 

 

그 외 웨카로 구매 가능한 등급 특별 패키지, 신비한 직물, 웨카 상품권 등 주요 상품은 구매 제한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구매 가능 기간까지 설정돼 있다. 처음부터 웨카는 경매장 입찰 외에는 쓸 곳이 많지 않은 재화로 설계된 셈이다.

 

웨카로 살 수 있는 아이템.

 

더이상 경매 참여를 원치 않는 웨카 보유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웨카를 ‘상품권 선물하기’를 통해 현금화하는 것. 제한된 웨카 사용처 설계는 유저들을 그 방향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경매장이 닫히는 순간 웨카는 단숨에 ‘악성 재고’로 전락한다. 마지막까지 웨카를 보유한 유저는 이를 현금화할 수도 없고, 마땅한 사용처도 없어, 계정에 묵혀둔 채 다음 경매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웨카의 현금 가치는 경매장 종료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급격히 추락하게 된다. 초기에는 2만 웨카를 얻기 위해 캐시샵에서 20만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경매장 종료 이후에는 웨카가 ‘공짜로 줘도 받지 않을 재화’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이번 사과문에서 넥슨이 웨카 경매장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경매장이 다시 열리지 않을 가능성까지 생겼다. 이는 사실상 마지막 보유자에게 “가치를 잃은 유료 재화를 그대로 떠안고 모든 손실을 감수하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이에 웨카 경매장은 전형적인 스캠(사기) 프로젝트와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 발행사(넥슨)가 유틸리티 토큰(웨카)을 유료로 판매하면서, 단 7일만 운영되는 플랫폼(경매장)을 일시적으로 활성화해 단기간에 초기 유입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사용처가 극도로 제한된 유틸리티 토큰은 플랫폼(경매장)이 문을 닫는 순간 사실상 가치가 사라진다. 플랫폼 운영이 중단되면 거래 유동성이 막히고, 마지막까지 토큰(웨카)를 보유한 이용자만 폭락한 재화를 떠안은 채 모든 피해를 감당한다. 

 

현재 웨카 경매장도 발행사와 초기 투자자만 이익을 보고, 최종 보유자에게 손실이 집중되는 ‘단기 부스팅→현금 유입→마지막 투자자 손실’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크립토 업계에서 흔히 ‘러그풀(rug pull)’이라 불리는 투자 사기 메커니즘과 동일한 흐름이다.

 

이에 유저들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 집단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안을 갖춘 행동에 나서고 있다. 12월 9일 공개된 온라인 성명문에는 이미 4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넥슨이 반드시 응답해야 할 ‘정식 요구’로 규정했다.

 

성명문에서 유저들은 ▲실제 소통이 가능한 간담회 개최 ▲웨카 경매장 BM의 전면 삭제 및 12세 이용가에 부합하는 BM 재설계 ▲이중·삼중 유료 재화 도입 중단 ▲지켜지지 않은 로드맵에 대한 공식 사과와 향후 명확한 운영 방향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넥슨은 어떤 선택을 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가불기’ 상황에 직면했다. 경매장을 재개하면 사행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반대로 재개하지 않으면 마지막 웨카 보유자에게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태는 유저들이 사전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넥슨이 경매장 운영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12세 이용가 게임에 이러한 고위험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넥슨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와 무게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게임 이슈] ① 마비노기 모바일, 8년 개발·1000억 투입 결과는 콘텐츠 ‘무한 재탕’

[게임 이슈] ② “예고 없는 시즌제”…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땜질식 운영 논란

[게임 이슈] ③ “무기만 바꾸면 직업 전환?”…‘마비노기 모바일’ 유저 기만 논란

[게임 이슈] ④ “소통 대신 쇼통”..마비노기 모바일, 유저 개·돼지 취급 논란 ‘재점화’

[게임 이슈] ⑤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웨카 경매장’ 도입에 공정위 민원 쇄도

[게임 이슈] ⑥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12세 게임에 '사행성' 논란 웬 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