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18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등 4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을 포함해 총 219명 규모의 2025년 연말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이 승진했다. 그룹 측은 “미래 지향적 인사를 통해 체질 개선과 재도약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장 승진 대상자는 현대차 만프레드 하러·정준철 부사장, 기아 윤승규 부사장, 현대제철 이보룡 부사장이다. 아울러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이동했다. 서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보룡 신임 사장이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가속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하러 신임 사장은 지난해 그룹 합류 이후 R&D본부 차량개발담당으로 제품 개발 전반을 이끌며 차량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해 왔다. 앞으로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장으로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 부문 협업을 통해 SDV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준철 신임 사장은 제조솔루션본부와 구매본부를 총괄해 온 생산·공급망 전문가다. 이번 승진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과 로보틱스 기반 차세대 생산체계 도입에 집중해 미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달 초 사임한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사장의 후임은 이번 인사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후임을 선임하고, 기존 SDV 개발 전략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기술 내재화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다.
기아에서는 북미권역본부장을 맡아온 윤승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신임 사장은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판매 성장을 이끌며 기아의 북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실제로 어려운 경쟁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8%가 넘는 소매 판매 증가를 달성했다.
현대제철에서는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 신임 사장은 30년 이상 철강업계에서 쌓은 현장과 R&D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운영 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이동해 그룹사 간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전략 조율을 맡는다. 2023년 11월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약 2년 만에 그룹 핵심 전략 부문으로 복귀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위기가 아닌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인적 쇄신과 리더십 변화를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혁신 인사와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