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모바일’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불만 제기를 넘어, 유저들이 기존 소통 창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누적된 가운데, 유저들은 개별 항의가 아닌 공식 질문을 중심으로 한 공론 형성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2월 18일 진행된 유저 인터뷰형 토크쇼 ‘핫픽쇼–마비노기 모바일 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방송에서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유저들이 직접 발제자로 나서, 게임 운영과 소통 구조 전반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짚었다.
이번 핫픽쇼에는 과금 유저, 장기 플레이 유저, 일반 유저를 대표하는 출연진이 참여했다.
고액 과금 유저에게만 부여되는 넥슨 프라임 등급의 마비노기 모바일 유튜버 검방맨 두한, 장기간 플레이 경험에 법률적 관점을 더한 법무법인 이안 소속 정욱진 변호사, 그리고 마비노기 모바일 일반 유저 서별하가 각자 다른 위치에서 논의를 이끌었다.
◆ 검방맨 두한 “무·소과금 친화적으로 보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끝이 없다”
과금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금 유저 대표로 나선 검방맨 두한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무·소과금 친화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과금 이후에는 멈추기 어려운 구조”라며, 끝이 없는 BM 설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사전 고지 없는 구조 변화로 인한 상실감도 함께 언급됐다. 두한은 펫과 패션, 세공 시스템을 예로 들며 “이미 비용을 지불한 이후 세팅값이 갑자기 바뀌면, 과금 유저 입장에서는 기존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과금이 사실상 강제된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전설·에픽 펫 능력치 조정, 패치 이후 염색 색감 변화, 전설 패션 디자인 수정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변화가 유료 콘텐츠의 가치 보존 문제를 넘어 게임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률 논란 역시 과금 구조와 맞닿은 핵심 쟁점으로 이어졌다. 강화와 합성 등 보상 대부분이 확률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실패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이와 관련해 정욱진 변호사는 넥슨이 이용자 조건에 따라 확률을 달리 설정할 수 있는 이른바 ‘변동 확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회사가 실제로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방맨 두한은 “문제가 없다면 강화 시도 횟수나 성공·실패 데이터 같은 내부 지표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확률과 과금 구조 전반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도록 API 공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유저 서별하 “인게임 문의는 막혀 있고, 공식 답변은 돌아오지 않는다”
과금 구조에 대한 논의는 게임성과 직업 밸런스 문제로 이어지며, 마비노기 모바일의 핵심 콘텐츠 설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됐다.
정욱진 변호사는 개발진 Q&A 당시 디렉터가 서큐버스 레이드에 대해 “아직 별도의 스토리는 없다”고 공식 답변한 점을 언급하며, RPG 장르임에도 주요 레이드 콘텐츠가 서사적 맥락 없이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업 밸런스 문제는 보다 날 선 발언으로 이어졌다. 검방맨 두한은 레이드 딜량 순위 시스템을 짚으며 “탱커나 서포터 역할을 기대하고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실제 콘텐츠에서는 딜 경쟁에 내몰리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패치마다 직업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유저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의 가치 역시 함께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소통 부재 역시 모든 출연자가 공통으로 지적한 문제였다. 서별하는 “프라임 여부와 관계없이, 유저가 체감하는 것은 소통 창구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식 홈페이지와 인게임 문의 모두 실질적인 답변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프라임 유저조차 수개월간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유저는 NPC, 프라임도 ATM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어진 전화 인터뷰에 참여한 한 프라임 유저는 “8년간 1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 5개월 만에 콘텐츠가 바닥난 느낌”이라며, “기습적인 시즌제 도입으로 플레이 흐름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마비노기 모바일이 내세워온 ‘생활형 RPG 감성’과도 큰 괴리가 있다”며, “현재의 게임 구조는 확률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실상 도박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정욱진 변호사 “한정판처럼 팔았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욱진 변호사는 웨카 경매장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 관련해, 핵심 쟁점은 “전설 패션 장비 판매 당시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라고 설명했다.
1·2차 전설 패션장비가 출시 당시 ‘추후 획득 불가’를 내세워 한정 판매된 뒤, 이후 웨카 경매장을 통해 거래 가능해진 구조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만약 회사 내부적으로는 추후 거래 가능성이나 경매장 도입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로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한정성을 강조해 판매했다면 형법상 사기에서 말하는 ‘기망’ 요건과 맞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와 관련해서는 전설 패션 장비 한 부위당 기대 비용이 수십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체 거래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이 사안은 곧바로 처벌을 전제로 한 법적 공방으로 가기보다는, 회사가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을 제시할 여지도 남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설 패션을 합성으로 획득한 유저를 대상으로, 회사가 스스로 설정했던 기대값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진다면 분쟁이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웨카 경매장 논란은 단순한 운영 실수라기보다, 정보 비대칭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진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향후 유사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템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사전 고지와 설명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핫픽쇼를 통해 제기된 유저 의견은 본지가 공식 질의 형태로 정리해 넥슨 측에 전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에 대해 넥슨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다. 답변의 내용과 방식에 따라, 마비노기 모바일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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