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독일 ZF ADAS 사업 2조6000억원에 인수…삼성전자 전장 승부수

ADAS 1위 기술 품고 SDV 시대 정조준…글로벌 종합 전장기업 도약 가속

김한준 기자 2025.12.23 17:12:45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전장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고성장 중인 ADAS 시장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시대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3일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ADAS 사업을 15억 유로, 한화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대규모 전장 분야 인수합병이다.

이번 거래로 하만은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시장 1위 사업을 품게 됐다. ZF는 1915년 설립된 독일 전통의 글로벌 전장 기업으로, ADAS를 비롯해 변속기, 섀시, 전기차 구동 부품 등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이 인수하는 ADAS 사업부문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방 카메라와 ADAS 컨트롤러를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며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로 재편되는 가운데, 하만은 디지털 콕핏 경쟁력에 ADAS 기술을 결합해 SDV 전환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만은 다양한 SoC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ADAS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자사 디지털 콕핏과 통합해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중앙집중형 구조는 OTA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확장이 용이하고, 개발 기간 단축과 유지보수 효율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ADAS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은 2025년 62조 6000억 원에서 2035년 189조 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DAS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사업부문 사장은 “ADAS 사업을 하만의 포트폴리오에 추가함으로써 디지털 콕핏과 ADAS가 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했다”며 “삼성의 IT 기술 리더십과 하만의 전장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SDV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ZF의 마티아스 미드라이히 CEO도 “하만은 ADAS 사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ZF의 ADAS 사업은 하만과 함께 새로운 성장과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조, 전장, 오디오, 디지털 헬스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독일 플랙트그룹,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 젤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데 이어 ADAS 1위 사업을 확보하면서 종합 전장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카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AI 기반 고객 경험을 강화해 모빌리티 영역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하만은 삼성전자 인수 이후 매출이 2017년 7조1000억원에서 2024년 14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안정적인 수익성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과의 시너지를 통해 2030년 매출 200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전장·오디오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ADAS 사업 인수 절차는 2026년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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