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부터 민주주의까지…AI 윤리, 국회 공론장에 오르다

기술 경쟁 넘어 책임·불평등·시민성 중심 정책 방향 모색

박소현 기자 2025.12.31 17:12:46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전반의 구조와 일상을 빠르게 재편하는 가운데, 윤리와 책임, 시민성의 기준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논의하는 ‘인공지능 윤리 정책 세미나’가 지난 12월 2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 박수현 국회의원, 김문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인공지능윤리문화연구협회와 신경윤리·가치AI융합교육연구소가 주관했다. 국회의원과 학계·법조계·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 참여해 기술 중심 논의를 넘어 사람을 중심에 둔 AI 윤리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박소현 인공지능윤리문화연구협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 이후 본 행사로 이어졌고, 공동 주최자인 이개호 국회의원이 현장에 참석했다. 박수현 국회의원과 김문수 국회의원은 국회 일정을 마친 뒤 세미나에 합류했다.

 

기술 경쟁을 넘어 편향·불평등·책임을 묻다

 

축사에 나선 이개호 국회의원은 AI 시대 윤리를 주제로 국회에서 세미나가 열리는 의미를 강조하며, 빠른 AI 전환 속에서 제도와 법, 사회적 관행이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회의원 역시 AI가 판단과 통제의 범위를 넘어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며, 인간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박형빈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는 AI를 단순한 기술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뇌 발달과 시민성, 관계 구조를 재편하는 ‘존재론적 환경’으로 규정했다.

 

그는 윤리 논의가 선언적 원칙에 머물러서는 현실의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아동·청소년의 인지적 의존과 비판적 사고 약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어 발달권과 관계윤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AI 윤리 각론’과 세부 정책 매뉴얼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사법·민주주의·저작권·시민교육 주제발표 이어져

 

첫 발제자로 나선 신혜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AI와 형사법: 사이버범죄·딥페이크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딥페이크와 AI 기반 사이버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으며, 단순 제작·유포를 넘어 협박과 2차 성착취로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검사는 현행 형사법 체계가 AI 범죄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 기준의 재정립과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성일 철학박사는 AI 시대 민주주의가 속도와 효율 중심의 기술 논리로 인해 시민의 숙의 과정과 자율적 판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짜 정보 확산과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기술 도입과 활용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공론장 재활성화의 필요성을 짚었다.

 

황은경 경기대학교 교수는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 윤리와 저작권 쟁점을 다루며, 논의의 초점이 “AI가 만들었는가”에서 “누가 사용했고 누가 책임지는가”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사용 투명 보고서’를 제안하며, AI 활용 과정과 인간의 개입을 기록하는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박미경 인공지능윤리문화연구협회장은 AI 윤리를 시민교육과 윤리문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언이나 기술 통제만으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고, 시민의 판단 역량과 책임 의식을 키우는 교육이 윤리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짚으며, 비판적 사고 없이 기술에 의존할 경우 시민성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토론 “윤리는 현장에서 작동해야”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에서는 생성형 AI 편향 문제를 비롯해 AI 발전이 공교육에 던진 충격과 평가 혁신, 생성형 AI 결과물의 법적 책임 교육, AI 활용의 편의성과 윤리 실천의 공존, 딥페이크와 가짜정보 시대 공론장 복원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참가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데이터 편향의 원인과 책임, 교육 방향 전환, 실무적 법 책임 교육의 필요성,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윤리 가이드의 형태, 민주주의 위기 속 숙의 과정의 중요성이 논의됐다.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세미나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로 자리 잡은 만큼,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윤리 기준과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국립순천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한류국제대학, 국립순천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역대회장단협의회, 국립순천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 23·24대 총동창회, 한국소비자협회, 시사일보, 한국 AI 교육협회, (사)숲속의전남, 유심천레저그룹, EK 디지털콘텐츠랩, 남도교통, 순천시 재향군인회, 더불어민주당 순천 지역구 연합회, 국제라이온스협회 355-B3 전남동부지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광주전남치매예방지도사협회 등의 협찬으로 진행됐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