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마무리를 앞둔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변화를 “도시의 방향이 다시 잡힌 시간”으로 규정했다. 투자 유치와 고용 지표, 외국인 관광객 증가 같은 성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부산이 침체의 관성을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는 이 시기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단계라고 했다.
박 시장의 평가는 성과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지금을 부산과 대한민국이 함께 도약할 ‘골든타임’으로 보면서도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본사 이전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축적된 국제적 신뢰와 도시 역량이 관광·디자인·마이스(MICE)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결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약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은 분명했다. 박 시장은 계엄에 대한 사과 문제를 “국민 상식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를 보수 재건과 재집권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봤다. 그는 부산을 더 이상 고정된 정치 지형으로 볼 수 없다며 “이제 부산은 스윙 지역”이라고 진단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가를 기준 역시 정치 세력이 시민의 상식과 변화 요구에 얼마나 응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 8기 가장 큰 성과와 동시에 가장 아쉬운 대목은 무엇인가.
“민선 8기 동안 부산은 전략산업 투자 유치와 기업 지원 체계 구축 등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행정력과 에너지를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역대 최고 규모인 19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2025년 12월 기준 누적)에 성공했고,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상용근로자 100만 명 돌파, 역대 최고 고용률 68.8%를 달성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로 평가받게 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돌파는 단순한 관광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부산의 매력과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도쿄·상하이보다 높은 여행 만족도, 외국인 관광객의 84.4%가 재방문 의사를 밝힌 결과는 세계인이 부산을 머물며 즐기고 싶은 도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골든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과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본사 이전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고 있다. 도시 경쟁력 제고와 국가 전략 과제 완수를 위해 여야 지도부,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민선 8기 내 반드시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세계디자인수도 선정 등 도시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핵심 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부산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미래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글로벌 도시임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높아진 국제적 위상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졌고, 세계디자인수도 선정과 같은 성과로 연결됐다.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은 도시의 겉모습이 아니라 삶의 질을 중심에 둔 정책과 공공공간, 문화·환경 전반의 변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계기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관광·디자인·삶의 질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 부산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라고 본다.
2025년은 부산 관광사가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시대(10월 기준 302만 명)’를 공식적으로 연 역사적인 해였다. 외국인 관광 지출액 역시 사상 최고치인 8592억 원을 기록하며 양적 성장과 질적 성과를 동시에 이뤘다.
부산 관광 성장의 첫 번째 동력은 부산만의 차별화된 매력 콘텐츠다. 단순히 많이 오는 것을 넘어 ‘부산에만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야간관광 콘텐츠인 ‘별바다부산 나이트 페스타’와 ‘광안리 M드론 라이트쇼’는 부산을 명실상부한 야간관광 1위 도시로 만들었다. 미식을 중심으로 한 관광 육성 성과로 부산은 미쉐린 가이드 등재 도시로 선정됐다.
해양관광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에서도 성과가 뚜렷했다. 2025년 해수욕장 피서객은 코로나 이후 최다인 2198만 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해양 관광 도시로의 도약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륙양용투어버스 시험 운행 성공, 해상택시 도입 추진 등 새로운 해상관광 교통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두 번째 동력은 미래 성장동력인 마이스(MICE) 산업 허브 구축이다. 초대형 국제행사를 잇달아 유치하며 글로벌 마이스 허브 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을 위한 행정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며, 해운대 국제회의 복합지구(HAEVENUE)를 중심으로 비즈니스와 휴가를 동시에 충족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큰 특수목적 관광 분야에서도 의료관광객 3만 165명 유치로 역대 최다 실적을 달성해 비수도권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글로벌 도시 브랜드 가치는 외부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트립어드바이저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은 도쿄, 상하이를 제치고 동북아 2위를 기록했다. 광안리와 해운대는 야놀자리서치 ‘한국 관광지 500’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관광객의 높은 만족도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관광 콘텐츠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고 글로벌 인프라를 빈틈없이 구축해 2028년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점이 조정되고, 부산형 급행철도(BuTX) 등 광역 인프라도 추진 중이다. 향후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11월 정부 입찰방안이 확정되면서 부지 조성 공사를 턴키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10조 7000억 원, 공기 106개월 규모로 조달청이 입찰 공고를 마쳤다.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 착수를 신속히 진행해 하반기에는 우선 시공분 착공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목표 개항·준공 시점은 2035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사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공사가 본격화되면 최신 기술과 혁신 공법을 적극 도입해 개항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
최근 개정된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2025~2029년)에도 가덕도신공항이 여객과 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관문 기능 공항으로 포함됐다. 이는 국가 균형발전과 부울경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프라로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이유를 다시 확인해준다.
신공항과 연계된 교통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접근철도 2개 공구는 모두 적격자가 선정돼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며, 2026년 착공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접근도로는 개항 시기에 맞춰 최적의 입찰 방안을 결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형 급행철도(BuTX) 사업도 행정 절차에 따라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완료했고(2022년 12월), KDI 민자 적격성 조사(2025년 10월)를 통과했다.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며, 실시협약 체결 이후 2028년 상반기 착공, 2033년 개통이 예상된다. 주요 구간인 명지~오시리아가 우선 개통될 예정이다. BuTX는 부산과 동남권의 미래를 바꾸는 도전이자 기회로, 철저한 사전 검토와 수요 예측, 기술 검증, 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그간 ‘계엄에 대한 사과’가 보수 통합의 최소한의 명분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를 둘러싼 당내 반발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며, 지금 보수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 보는가.
“사과에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계엄 문제의 원인으로 민주당의 과도한 국정 마비 시도가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계엄령 자체는 대통령 권력의 남용이자 명백한 위헌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라는 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여러 치명적 문제를 노정하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현실은,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국민 여론을 진지하게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현재와 같은 순혈주의적 사고로는 집권 자체가 어렵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부정선거론과 다를 바 없는 인식이다.
보수는 헌법정신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공화를 지키는 정치다. 권력의 공유와 공적 사용이라는 공화의 가치를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계엄령은 자유·민주·공화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를 진심으로 인정할 때 보수는 민주적 보수로 거듭나 미래 권력을 얻을 자격을 갖출 수 있다.”
– 계엄 이후 보수 진영의 분열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재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권정당이 되려면 협소한 강경 지지층에만 호소하는 정치를 벗어나 보수층 전체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보수층 전체에도 호소력을 갖지 못하는 강경 노선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사과를 통해 야권 전체에 손을 내밀고 범야권 빅텐트를 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야권 분열로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보수의 재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2030 세대를 보수의 새로운 기반으로 삼는 일이다. 현재 청년 세대는 극단적 반공주의와 운동권 이념에서 자유로운 세대다.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은 보수 철학과 선택적으로 친화성을 갖고 있다. 이들을 새로운 기반으로 삼을 때 보수 재건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 올해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대한 판단과 승부를 가를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석권한 적도 있고 보수가 승리한 적도 있다. 시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거나 국민 상식을 따르지 않는 정치 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일부 정책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불안, 사법부 공격, 위헌적 사법 개악 등은 부산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정치 환경이 국민의힘에 불리하다고만 보지 않는다.
계엄 사과 문제는 정치적 시금석이 됐다. 좋든 싫든 이 문제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됐다. 당이 개혁 의지가 있는지, 야권 연대 의지가 있는지,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결국 계엄 사과로 판명날 것이다. 국민정당이 될지, 한계적 집단에 머물지는 이 선택에 달려 있다.
저 역시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현직 부산시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시정 성과를 통해 시민에게 3선 시장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겠다.”
–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법원장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 위헌적인 사법 개악은 정치적 폭거에 가깝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면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진다.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법제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바꾸는 것은 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법치 없는 민주주의는 폭민 정치로 흐를 수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임명은 전형적인 정치적 술수로 본다. 여야 협치 분위기 속 합의로 이뤄졌다면 협치의 선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내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
정책적으로도 방향성과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규모 소비 쿠폰 정책 등 무분별한 재정 지출은 환율과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줬고,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은 기업 부담을 키워 청년 고용난을 심화시켰다. 15~29세 고용률이 19개월 연속 하락한 사실은 정책 실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울경CNB뉴스 임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