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농심’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색 만남에 소비자 호응”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 “넷플릭스 속 K-푸드에 감명…발빠른 협업으로 대처”

김금영 기자 2026.01.07 14:42:02

전 세계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 열광할 때 또 주목받은 것이 있다. 바로 극 중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헌트릭스’ 멤버들이 맛있게 먹던 라면과 과자. 국내 대표 브랜드 제품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가운데 농심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라면’, ‘새우깡’에 케데헌 캐릭터 디자인을 입혀 영화 속 제품을 현실화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당 제품들은 ‘2025 대한민국 패키지 디자인대전’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제품 매출도 상승세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를 농심 본사 농심관에서 만나 ‘케데헌 신라면&새우깡 패키지’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및 농심 제품 디자인 철학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들어봤다.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 사진=김금영 기자

- 현재 소속된 디자인실에서 어떤 업무를 소화해 왔는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2023년 11월 농심에 입사했으니 어느덧 2년이 넘었네요. 저는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전공하고, 미국, 일본 등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가 처음 나왔던 시기로, 웹디자이너가 매우 각광받을 때였어요. 현재의 챗GPT 같은 느낌이었죠. 그때부터 꾸준히 국내외 회사에서 브랜딩, 패키지·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업무 경력을 쌓았어요. 월트디즈니에서도 일하며 라이선싱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도 키웠고요.

현재는 농심에서 디자인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디자인실은 저를 포함해 17명의 구성원이 회사의 ‘면’ 제품을 담당하는 1팀, 그 외 ‘스낵’이나 ‘음료’ 등 제품들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2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디자인실은 농심에서 출시되는 모든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최근엔 범위가 점점 넓어져 팝업 스토어 등을 열면 아트워크 콘셉트 등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 농심이 지난 12월 ‘2025 대한민국 패키지 디자인대전’에서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과의 협업 패키지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소감 및 수상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간 농심은 디자인으로 많은 상을 받아왔는데, 이번엔 최고상인 대상 수상이라 더 각별했어요. 한국적 매운맛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신라면의 고유한 정체성과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여기에 케데헌의 세계관을 결합해, 한국의 감성과 매력을 과감한 디자인으로 구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신라면이기에 이는 농심에도 도전적인 시도였는데요. 그 과감함이 좋은 성과로 이어져 매우 뜻 깊고 뿌듯합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를 입힌 농심 제품들 이미지. 사진=농심

- 애초 넷플릭스와의 이번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지난해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케데헌을 저도 봤는데요. 영화 내용도 한국 문화가 한껏 들어가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라면과 과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거 우리 제품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하며 눈이 번쩍 뜨였어요. 잘 살펴보니 영화 속 제품엔 ‘동심 신라면’이라 적혀 있었는데, 여기서 신라면의 ‘매울 신(辛)’ 대신 영화의 스토리를 살려 ‘귀신 신(神)’을 썼더라고요.

비주얼적으로나 어감상으로나 농심과의 연결고리가 느껴지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마치 하늘이 주신 기회처럼 짜릿했죠(웃음). 관련 제품 출시를 원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도 높아졌고요. 그래서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넷플릭스 측에 빠르게 협업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까지 협업 제품의 결과가 좋아, 2차 협업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 협업 과정에서 농심과 넷플릭스 각각이 추구한 바가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조율했나요?

“협업이 결정되고 나서 디자인 작업을 빨리 진행하는 게 중요했어요. 요즘 트렌드는 하루도 길다 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기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울 때 제품이 나와야 했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목표는 확실했습니다.

농심은 이번 협업에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및 가치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보다 강하게 어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고민했어요. 넷플릭스 역시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팬덤을 보다 확장하고, 라이선싱 소비재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팬덤 확대’라는 양사의 목표가 같았기에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위)과 극 중 등장하는 신라면 3종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농심

- 케데헌 패키지를 구성할 때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케데헌 캐릭터들의 스토리텔링과 세계관과 농심 제품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 오리지널’엔 역시 케데헌의 주인공인 헌트릭스 멤버들이 등장하고요. 프리미엄 이미지의 ‘신라면 블랙’과 해외에서 인기인 ‘신라면 툼바’엔 헌트릭스의 라이벌인 ‘사자보이즈’의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 그리고 발랄한 소다팝 이미지를 각각 매칭했어요. 특히 하나의 제품에 세 가지의 다른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단순 제품을 사먹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수집 욕구까지 자극해 ‘구매하는 즐거움’과 ‘먹는 경험’ 모두를 느끼길 바랐습니다.”

 

- 패키지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더 시간이 충분했다면 영화의 내용을 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많은 준비를 거쳤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긴 했어요. 케데헌 공개 이후 계약이 빠르게 진행되고, 그에 따라 디자인 작업도 서둘러야 해서 모든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담아내기엔 시간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마치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기분이기도 했어요(웃음).

또 하나의 어려움은 캐릭터 활용 가이드였습니다. 예를 들어 작중 헌트릭스의 ‘루미’가 사자보이즈의 ‘진우’, 귀여운 호랑이 ‘더피’와 각각 등장하는 장면도 디자인적으로 매우 매력적이었는데요. 넷플릭스의 가이드에 따라 각 제품별로 캐릭터의 세계관이 섞이지 않도록 구성해야 해 이들의 만남이 패키지에선 이뤄지지 못했어요. 그래도 구성원 모두가 케데헌 콘텐츠와 자사 제품에 애정과 자부심이 있어서 눈에 불을 밝히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은 "영화 속 컵라면의 비주얼과 맛 모두 살리기 위해 신경썼다"며 협업의 주안점을 밝혔다. 사진=김금영 기자

- 개인적으로 해당 패키지 결과물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모든 결과물이 흡족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속 컵라면을 그대로 구현한 신라면 컵 3종 디자인이 기억에 남아요. 비주얼적 연결성뿐 아니라 맛 또한 영화 속에서 헌트릭스 멤버인 루미(Super Star), 조이(Hamburger), 미라(Spicy Queen)가 먹던 맛을 그대로 구현했어요. 단순히 ‘보고 끝나는 협업’이 아닌 ‘경험하는 패키지’로 확장하고자 했죠. 이 제품들이 처음 농심몰에 판매 오픈됐을 때 1분 40초 만에 완판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예상보다 더 호응을 얻어 인상적인 제품도 있었어요. 신라면 블랙은 기존 블랙 색상을 내세운 고급스러운 패키지 이미지와의 연결성을 살리고자 사자보이즈의 빌런 이미지를 적용했는데요.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너무 이미지가 어두운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사자보이즈가 저승사자 콘셉트이다보니, 갓을 쓰고 시커먼 옷에 눈에선 빛이 나는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거였어요. 그런데 설문조사 과정에서 특히 젊은층이 ‘멋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출시 이후에도 이 제품에 관심이 쏠리며 판매도 활발히 이어졌고, 신라면 블랙의 인지도를 더 높이는 성과를 냈죠.”

 

- 케데헌 패키지와 관련해 특히 기억나는 피드백이 있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라면을 산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구매한 느낌이었다’, ‘먹기 아까워서 아직 못 뜯었다’, ‘이건 라면이 아니라 굿즈다’, ‘패키지 때문에 샀다’, ‘식품 브랜드가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 등 놀라운 반응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비자 반응도 있었습니다. ‘와사비 새우깡’엔 사자보이즈의 소다팝 이미지를 적용했는데요. 어린이 소비자가 사자보이즈 캐릭터를 갖고 싶은데, 매운맛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었어요. 또 ‘오리지널 새우깡에 사자보이즈가 적용된 디자인은 없느냐’는 문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입맛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고려해 구매가 이뤄지는 현상이 이번 패키지에서 유독 활발하다고 느꼈습니다.”

 

'2025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5미터 높이의 대형 '신라면' 패키지 조형물이 설치된 모습. 사진=농심

- 케데헌 패키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고객층은?

“기존 라면 소비층을 넘어 K-팝과 K-콘텐츠에 익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의 호응이 가장 컸어요. 이들에게 케데헌 제품은 식품이면서 동시에 문화 콘텐츠로 작동했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까지 접점도 넓혔고요. 특히 이들 세대에선 요새 ‘키링’ 아이템이 인기인데 케데헌 패키지를 손수 잘라 거기에 솜을 넣고 꿰매서 키링을 만들어서 가방에 달고 다니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뿐 아니라 기존 농심의 충성 고객층인 중장년층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과 부모 세대가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세계관을 이해하며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부분입니다.

이번 협업에선 억지스럽지 않게 케데헌의 세계관을 존중하며 우리 제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요. K-콘텐츠와 K-푸드가 결합돼 소비자가 소장하고 싶은 제품이자,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진 부분이 뿌듯합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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