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AI·탈탄소·북극항로가 부산항의 미래”

세계 7위 항만 넘어 ‘체인포털’ 기반 디지털 전환 가속

임재희 기자 2026.03.19 11:09:56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CNB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원석 기자
 

세계 항만 경쟁의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느냐가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자동화·디지털화, 친환경 에너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항만은 더 이상 단순한 화물 처리 공간이 아니라 물류와 기술, 관광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종합항만’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에 부산항이 있다.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동북아 환적 허브인 부산항은 대형선 시대와 물류 환경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아시아-미주 노선의 ‘라스트 포트’라는 지정학적 이점과 촘촘한 피더 네트워크, 그리고 적기에 공급된 항만 인프라는 부산항을 세계 주요 선사들이 찾는 핵심 거점 항만으로 만들었다.

부산항은 지금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항만 구축, 2050 탄소중립 항만 전환, 북극항로 시대 대비라는 세 가지 변화의 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공급될 진해신항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스마트 메가포트로 조성될 예정이다.

항만의 역할도 물류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해양관광과 도시 문화가 결합된 해양복합 공간을 조성하고, 해외 물류 거점 구축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도 지원하고 있다. 항만이 도시와 산업, 관광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부산항만공사(BPA, Busan Port Authority)를 이끄는 송상근 사장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고부가가치 종합항만’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물류 효율을 넘어 환경과 기술, 관광과 도시 발전을 함께 끌어올리는 항만이 앞으로 부산항이 나아갈 길이라는 것이다.

AI와 탈탄소, 북극항로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부산항은 새로운 항로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해운물류 시장의 판도가 재편되는 지금, 부산항이 그리는 다음 청사진을 송 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사진=BPA
 

- 부산항만공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이며,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BPA는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처리 관문이자 동북아 환적 거점항인 부산항을 관리·운영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정부 공기업이다. 부산항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항만 운영과 개발, 재개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은 기능별로 특화된 세 개의 항만구역으로 운영된다. 신항은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70% 이상을 처리하는 세계적인 환적 허브 항만이다. 북항은 아시아 역내(Intra-Asia) 거점 항만이자 항만재개발을 통해 부산을 국제 해양관광 중심지로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감천항은 냉동 수산물과 시멘트 등 일반 화물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한다.

항만 건설과 개발 사업도 중요한 축이다. BPA는 첨단 스마트 항만 구축과 배후단지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30년부터 공급 예정인 진해신항은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스마트 항만으로 조성된다. 신항 서측과 남측 배후단지에는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와 물동량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업인 북항 재개발과 해외 물류센터 운영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해외 물류 거점 구축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수출 물류 경쟁력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BPA
 

BPA는 현재 글로벌 해운물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전략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AI 기반 항만 혁신이다. 신항 7부두에 이어 2030년 완공될 진해신항에는 하역장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피지컬 AI 기반 하역장비 통합제어시스템(ECS)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항만물류통합플랫폼 ‘체인포털’에 AI 기능을 접목해 물류 최적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컨테이너 고정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하고 크레인 와이어 로프의 결함을 AI로 진단하는 등 안전한 항만 구축을 위한 기술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둘째는 탈탄소 항만 구축이다. 부산항을 저탄소·에너지 자립 항만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2050년까지 넷제로와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부산항 2050 탄소중립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셋째는 북극항로 대응 전략이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항은 미주 노선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항로에서도 ‘라스트 포트’ 역할을 수행하는 글로벌 물류 거점이 된다. 이를 대비해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진해신항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극지연구소 등과 협력해 기상과 항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 부산항이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의 경쟁력을 유지해온 원동력은 무엇이며, 향후 이를 지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부산항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정학적 우위다. 부산항은 아시아-미주 노선의 라스트 포트이자 중국·일본·동남아 지역을 연결하는 촘촘한 피더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해상 네트워크 덕분에 주변 국가의 미주향 수출 화물을 집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북미 노선에서 라스트 포트로 활용되는 항만 수는 부산항이 26개로 가장 많다. 상하이항 13개, 선전항 9개보다 크게 앞선 수치다.

두 번째는 적기의 시설 공급이다. 2006년 신항 개장을 통해 대형선 시대에 대응했듯이 현재는 진해신항 건설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공사를 시작한 진해신항은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 메가포트로 조성되며, 2030년 완공되는 1-1단계 사업만으로도 부산항의 처리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는 운영 경쟁력이다. 부산항은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항만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2024년 4월 개장한 신항 7부두는 국내 최초로 안벽·이송·장치 전 영역에 자동화를 적용한 부두다. 또한 항만물류통합플랫폼 ‘체인포털’을 통해 화물과 선박, 부두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물류 최적화를 구현하고 있다.”

 

LNG 벙커링 및 하역작업 상업운영 첫 개시. 사진=BPA
 

- 2050 부산항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립한 종합계획의 핵심 전략과 우선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BP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항만 구축’과 ‘에너지 자립 항만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주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친환경 선박 연료 벙커링 사업이다. 국제 해운 탈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LNG와 메탄올 기반 선박 간 연료 공급(STS) 인프라를 구축해 2025년 말까지 총 8회의 상업 벙커링 운영을 실시했다. 향후 2050년까지 부산항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친환경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신항에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 구축 사업이다. 선박이 항만에 정박해 있는 동안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선박에 육상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다. 현재 북항 신선대와 감만부두 등 4개 선석과 신항 7개 선석에 고압 육상전원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공선을 위한 저압 설비도 부산항 전역 79개소에 구축돼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32년까지 모든 부두에 육상전원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재생에너지 도입 사업이다. 신항 배후단지 등에 태양광 설비를 확대해 총 38.4M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만2157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다. 이는 소나무 약 487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한 규모다. 향후 풍력과 수소연료전지 등 신규 에너지원도 도입해 2050년 RE100 달성을 추진한다.

네 번째는 친환경 하역장비 전환이다. 부산항 내 트랜스퍼 크레인 452대를 모두 전기 등 저탄소 장비로 전환했고, 야드 트랙터 역시 전체의 약 95%가 LNG나 전기 기반 장비로 바뀌었다. 앞으로 전기 야드 트랙터 100대 도입 등 무탄소 하역장비 전환 사업을 지속 추진해 친환경 장비 전환율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의 온실가스 외부감축사업 등록을 통해 연간 약 722톤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는 소나무 약 11만300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같은 수준이다.”

-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부두 개장 이후 부산항 자동화 수준과 향후 계획은.

“항만 자동화는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항만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는 국내 최초로 안벽·이송·장치 전 영역에 자동화를 적용한 완전자동화 컨테이너 부두다.

자동화 도입 이후 부산항은 안전과 운영 효율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자동화 시스템이 산업재해 위험 요인을 줄이고 인구 감소 등 사회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항만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디지털 통합 플랫폼 ‘체인포털’을 통해 화물과 선박, 부두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함으로써 항만 이용자의 물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신항 7부두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자동화 노하우는 향후 진해신항 운영에도 활용된다. 특히 진해신항에는 피지컬 AI 기반 하역장비 통합제어시스템(ECS)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TOS가 장비별 작업 지시 수준이었다면 ECS는 자동화 장비 전체를 통합 제어하고 최적 작업 배분까지 수행하는 항만 운영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송상근 사장이 ‘제2회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시대의 개막과 부산항의 글로벌 거점항 도약 비전을 제시하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BPA
 

- ‘체인포털’은 어떤 시스템이며 부산항 디지털 전환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체인포털은 해상·항만·육상 정보를 연결해 항만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축된 부산항 항만물류통합 플랫폼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화물차 기사용 모바일 시스템인 전자인수도증(E-Slip), 환적 화물 운송 효율을 높이는 환적운송시스템(TSS), 트럭 예약 시스템(VBS) 등이 있다. 또 환적 모니터링 시스템인 Port-i를 통해 부산항 전 부두의 선박과 선석, 화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결 이상을 탐지한다.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약 77%, 환적 화물의 97%를 처리하는 부산항에서 체인포털은 항만 효율성과 안전성, 환경 개선까지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데이터 기반 분석과 예측을 통해 물류 흐름을 관리하는 부산항 디지털 전환 전략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화물차 기사 모바일 앱 ‘올컨e’와 Port-i에 AI 기능을 적용해 음성 대화형 AI와 자동 예약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물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AI가 대체 선박을 추천하는 기능까지 구현하는 등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 대형 크루즈선 입항 확대에 대한 부산항의 준비와 지역경제 기대효과는.

“최근 대외 정세 변화로 일본에 기항 예정이던 중국발 크루즈선들이 부산항을 대체 기항지로 선택하면서 크루즈 수요가 급증했다.

2025년 부산항 크루즈 실적은 203항차, 약 25만6000명 수준이었지만 2026년에는 420항차, 약 80만 명의 관광객이 부산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개항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BPA는 정부와 세관, 출입국외국인청, 검역 당국 등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크루즈 관광객의 출입국 절차를 개선해 현재는 장시간 대기나 혼잡 없이 승하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1박 2일 크루즈를 성공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크루즈 입항 증가는 관광객 소비뿐 아니라 줄잡이, 선용품 공급, 급유 등 항만 연관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크다. BPA는 이번 크루즈 수요 증가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부산항 크루즈 산업의 지속 성장 계기가 되도록 항만 시설 개선과 연관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사진=BPA
 

- 북극항로 시대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맞아 부산항의 중장기 역할은 무엇인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부산항은 부울경 해양수도권의 중심축이자 국가 해양 정책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해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스마트 대형 항만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북극항로 운항 선박을 위한 친환경 연료 벙커링 인프라와 쇄빙선 등 특수선 수리가 가능한 수리 조선 단지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북극항로 특성상 기상과 항로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실시간 항로 상황과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데이터 허브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탈탄소와 AI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해운물류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정부와 유관기관과 협력해 부산항이 세계 해운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종합항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부산항만공사의 목표다.”

<부울경CNB뉴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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