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 아트바젤 홍콩서 故 이정지 대표작 선보인다

추상회화에 평생 바친 작가의 예술 세계 집중 조명

김금영 기자 2026.03.20 15:32:17

이정지, ‘무제 94-2’. 캔버스에 오일, 290x436.4cm. 1993-1994. 사진=선화랑

선화랑이 이번 아트바젤 홍콩 ‘인사이츠(Insights)’ 섹터에서 추상화가 이정지(1941~2021)의 1980~9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한 개인전을 선보인다.

49년 역사를 지닌 선화랑은 추상 회화에 평생을 바쳐온 이정지 작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정지는 한국 단색화 흐름 속 유일한 여성 작가로, 신체성과 반복 행위를 통한 회화적 수행성을 기반으로 한 모노크롬 작업을 지속해왔다.

1980년대 그녀의 작업은 롤러로 색을 덧입히고 나이프로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물감의 층위와 시간의 흔적을 화면 위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시기의 대표 연작인 ‘무제’와 ‘○’ 시리즈는 화면 전체를 회갈색 또는 어두운 톤으로 구성하며, 회화의 평면성과 신체성을 극대화한다.

1990년대에는 한자 서체를 도입하며 회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는 어린 시절 인왕산에서 본 암각화 서체에서 받은 인상과 붓글씨 경험을 바탕으로, 서화일치(書畵一致)의 회화적 탐구로 이어졌다. ‘정신일도 하사불성’과 같은 문구들이 자유롭고 유동적인 호흡 아래 화면에 쓰이며, 이는 단순한 텍스트 전달이 아닌 조형적 표현으로 기능한다. 이 시기 작품은 붓질을 직조하듯 쌓아 올리는 밑작업을 거친 후, 나이프로 서체를 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녀의 작업은 물성, 행위, 정신, 신체, 표면과 내면의 통합을 지향하며,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 원형, ‘○’ 시리즈로 상징화된다. 1990년대 작품은 단색조 추상화의 수행성을 넘어, 조화와 균형의 철학을 구현하는 ‘올 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으로 평가받는다.

선화랑 측은 “이번 전시는 이정지의 회화가 도달한 절정기를 조망하고, 뮤지엄, 기관 컬렉션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들로 동시대 관람자에게 깊은 울림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트바젤 홍콩은 25일부터 29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HKCEC)에서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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