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피딕, 올해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한국 대표로 신미경 선정

비누로 시간의 흐름 빚어내는 조각가… 6월부터 3개월간 스코틀랜드서 신작 활동

김응구 기자 2026.03.21 15:59:17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올해 한국 대표 작가로 조각가 신미경이 선정됐다. 사진=신미경스튜디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가 글로벌 문화예술 후원 프로그램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올해 한국 대표 작가로 조각가 신미경을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139년 전통의 ‘글렌피딕’이 추구하는 장인 정신과 예술적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자 2002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예술가들에게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의 체류 기회와 창작 지원을 제공한다.

신미경은 지난 30여 년간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비누를 재료로 유물과 조각을 재현하고, 시간의 흐름과 물질의 변화를 탐구해온 조각가다. 동서고금의 유물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Translation(트랜스레이션)’ 시리즈를 비롯해 사용과 마모의 과정을 작품 세계로 확장한 ‘Toilet Project(토일렛 프로젝트)’, 자연환경 속 풍화의 과정을 담은 ‘Weathering Project(웨더링 프로젝트)’ 등이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글렌피딕은 신미경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시간’ ‘변형’ ‘잔존’의 개념이 변화와 축적을 거쳐 완성되는 위스키 숙성 과정, 브랜드가 추구하는 장인 정신과 맞닿아 있는 점을 이번 선정의 이유로 꼽았다.

신미경은 “꾸준히 다뤄온 ‘시간·변형·잔존’의 주제가 증류소의 숙성 과정과 깊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스코틀랜드의 자연 환경과 장인 정신 속에서 재료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방식을 더욱 깊이 탐구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통 조각에서 시간은 형태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졌지만, 제 작업에선 시간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원리가 된다”며 “위스키가 시간 속에서 증발과 교환을 거치며 깊이를 얻듯 제 조각도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류소의 리듬과 공기, 반복되는 작업의 흐름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시도로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신미경은 6월 초 스코틀랜드로 출국해 스페이사이드 지역 더프타운의 글렌피딕 증류소에서 약 3개월간 창작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에겐 왕복 항공권 등 체류 경비 전액과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비가 지원된다. 프로그램 기간 제작한 신작 가운데 브랜드 철학을 담은 대표작 한 점은 증류소에 기증해 영구 전시한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관계자는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예술가들이 창작에 전념하도록 지원해 온 글로벌 프로그램”이라며 “비누라는 독창적인 재료로 시간을 탐구해온 신미경 작가가 스코틀랜드 현지 경험을 통해 작업 세계를 한층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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