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3차 오일쇼크,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정의식 기자 2026.03.25 10:29:24

미국,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선 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IRNA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이번 전쟁이 어느덧 4주차에 접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고, 이란에서만 최소 15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쿠웨이트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으로 휘청이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일일 원유 공급량이 약 400만~600만 배럴 가량 줄었는데,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이다. 그 여파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전쟁 직전 70~8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치솟았고, LNG 현물 가격도 30~50% 폭등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파티흐 브롤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번 위기는 “1973년 1차, 1979년 2차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 가스 위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공급 충격”이다. 사실상 ‘제3차 오일쇼크’라는 얘기다.

1973년 발생한 1차 오일쇼크는 OPEC(아랍 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 생산량을 5% 줄이면서 유가를 4배가량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2차 대전 이후 지속된 서구의 경제 호황이 종료됐고,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한국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나라로 지목됐으나, 중동 건설 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1979년 이란 혁명과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두 나라의 석유 생산이 마비되며 발생한 2차 오일쇼크도 유가를 2배 이상 급등시키며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 경기 침체를 야기했다. 한국도 1980년 실질 GNP 5% 하락, 인플레이션 35% 증가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적어도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조금 나아 보인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수출국이 됐고, 다른 나라들도 전략비축유 규모가 만만치 않다. IEA는 이미 3월 초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결국 이번에도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84%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섬’이기 때문이다.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가 중동에서 들어오며, 이들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한다. 하루 170만 배럴 원유 수송이 차단되면서 LNG 재고는 50일분으로 급감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0달러로 상승할 경우 성장률 0.3%p 하락, 제조업 생산비 0.71% 상승, 경상수지 260억 달러 악화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고, 코스피 지수도 영향을 받아 고전 중이다.

한국이 이렇게 취약한 것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고도 중동 의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차 오일쇼크 당시 정부는 중동 건설 붐으로 ‘중동 특수’를 누리며 위기를 넘겼고, 그 과정에서 중동과의 협력이 더 강화됐다. 중동산 원유 비중을 2016년 85.2%에서 지난해 68.8%로 낮췄고, LNG 의존도는 49%에서 20%로 줄였지만, 2025년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여전히 70.7% 수준이다.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은 정유 산업의 ‘기술적 락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기업들의 설비는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에 최적화된 상태라, 미국 셰일유나 북미 경질유로 바꾸면 효율이 급락하고 공정 균형이 깨진다고 한다. 설비 개조에는 천문학적 비용과 장기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중동산 원유와 가스가 운송 거리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도 의존도를 높인 한 원인이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를 넘길 해법은 무엇일까? 이재명 정부는 전략비축유 2250만 배럴 방출, UAE·미국·호주로부터 추가 물량 확보, 유가 상한제 도입,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5부제 시행, 출퇴근 시간 분산, 탄소중립 포인트 활용 등 다양한 에너지 절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건 중장기적 구조 개혁 처방이다. 정유 설비의 유종 유연화 및 공급원 다변화를 통해 미국·캐나다·아프리카·중남미와의 장기 계약을 늘리고 ‘지역 생산·지역 소비’ 모델을 구축한다든가, 신규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건설, 재생에너지 2030년 100GW 목표 조기 달성, 그리드 혁신 등 에너지 자립 정책을 추진하는 것 등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제3차 오일쇼크를 ‘마지막 오일쇼크’로 만들 수 있다면, 이번 위기는 대한민국이 ‘에너지 자립 국가’로 도약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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