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를 뒤흔든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은 겉으로는 가맹점주의 ‘확실한 승리’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 속 숫자와 실제 손에 쥐게 될 현금 사이에는 예상보다 훨씬 큰 간극이 존재한다.
법원의 승소 판단이 곧 경제적 회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가맹본부의 현금흐름과 재무 구조, 추가 소송 리스크에 따라 실질적인 수령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피자헛 사례가 보여준 ‘판결 이후의 문제’
대법원이 ‘합의 없이 수취한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는 법리를 확립하면서, 가맹점주와의 합의가 입증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이 반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차액가맹금 반환 판결이 곧 가맹점주의 경제적 승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금은 약 215억 원에 달하지만, 이를 지급해야 할 한국피자헛의 재무 상황은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승소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맹점주들은 ‘기업회생’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현재 한국피자헛은 사모펀드 PH코리아에 영업권과 사업 자산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채무까지 승계하는 지분 인수가 아니라 사업 자산만 이전하는 ‘영업양수도’ 방식이다.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매각 시 브랜드와 영업권 등 핵심 사업 자산은 새 회사로 넘어가지만, 기존 법인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는 그대로 남는다. 이후 기존 법인은 채무 정리를 거쳐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영업을 통해 추가로 채권을 변제할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현재 알려진 한국피자헛의 총 채무는 약 615억 원 수준이고, 반면 매각 대금을 통해 확보 가능한 자금은 약 11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세금과 공익채권 등 최우선 변제 대상 약 40억 원을 제외하면 일반 회생채권자 몫은 약 7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일반 회생채권 규모(차액가맹금 반환 채권 포함)는 약 575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배분 가능한 재원은 약 70억원만 남게 돼, 예상 변제율은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피자헛 점주들의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은 약 28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이번 매각 자체가 무산돼 한국피자헛이 파산 절차로 이어질 경우, 가맹점주들이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가맹점주의 경제적 승패를 가르는 핵심은 가맹본부의 현금 동원력과 재무 구조에 있다.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르는 판결금을 자력 변제할 수 있는 가맹본부는 많지 않다. 각 브랜드의 재무 상태에 따라 변제 가능성과 지급 속도 역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본 규모가 작은 중견 가맹본부는 현금 창출력과 담보 여력이 제한적이다. 연간 영업이익이 수십억 원 수준인 상황에서 판결금 규모가 이를 상회할 경우, 실질적인 변제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예를 들어 연간 영업이익이 30억 원인 본사가 120억 원의 판결금을 부담하게 될 경우, 단순 계산 상으로는 “4년 치 이익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 수익성과 실제 동원 가능한 현금 유동성을 혼동한 계산이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경영 성적표일 뿐, 즉시 인출해 판결금을 지급할 수 있는 현금 잔고와는 별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 수중에 남는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과 법인세 등을 차감하고 나면 그 규모가 더욱 축소된다.
설령 수십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장기간 현금 형태로 쌓아두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 기업은 이익금을 주주 배당이나 차입금 상환, 또는 브랜드 리뉴얼과 물류센터 확장 등 성장 재원으로 즉시 재투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백억원 규모의 판결금을 단기간에 변제하기에는 내부 유보금만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상당수 가맹본부는 외부 차입이나 자산 매각에 의존해야 하는 극심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규모 패소 판결 자체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형 브랜드의 경우, 금융기관이 신규 차입 심사를 강화하거나,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조건을 보다 보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 매각마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으면, 가맹본부는 장부상 흑자를 기록하고도 단기 현금 부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른바 ‘흑자 도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후 기업회생을 통한 채무조정이 이뤄질 경우, 판결액과 실제 수령액 사이의 법적·경제적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소형 브랜드의 가맹점주가 승소하더라도 실제 현금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차와 자금 조달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브랜드 규모 커질수록 추가 소송 리스크도 눈덩이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브랜드의 경우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1년 치 영업이익만 내놓으면 충분하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기업 재무의 관점에서 보면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치킨업계 대표 기업인 교촌에프앤비의 2025년(제27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860억원 수준이다. 숫자만 보면 수백억 원대 판결금도 즉시 변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재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교촌에프앤비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영업활동으로 약 392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투자활동에서는 약 313억원이 순유출됐다. 여기에 차입과 상환, 배당 지급 등이 반영된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약 201억원이 순유입되면서 기말 현금 보유액을 유지한 구조다.
즉, 장부상 현금은 충분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영업과 투자, 차입 상환을 동시에 감당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현금을 상시 유지해야 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여기에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위한 운전자본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가맹본부는 매일 발생하는 식자재 및 물류 결제 대금과 수천 명 규모의 인건비, 임차료 등을 감당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현금을 즉시 인출 가능한 형태로 상시 보유해야 한다.
이 자금은 단순한 여유자금이 아니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운영 재원이다. 이로 인해 상당 부분의 현금은 운전자본과 차입 상환 및 만기 대응 재원으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유 현금 전액을 판결금 변제에 즉시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대형 가맹본부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비핵심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재무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대형 가맹본부는 단기적으로 유보금이나 외부 차입을 통해 초기 청구금액 정도는 감당할 여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1심 패소 판결 이후 발생하는 연쇄 효과에 있다.
가맹점주들의 1심 승소가 확정되는 순간, 그동안 관망하던 다른 가맹점주들이 추가 소송에 나설 유인은 급격히 커진다. 이는 최초 청구금액 수준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반환채무 총액이 추가 소송을 통해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 브랜드일수록 반환 대상이 되는 가맹점주 수 자체가 많다. 이 때문에 최초 청구금액은 감당하더라도 향후 누적될 최종 판결금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시점부터 핵심 쟁점은 “최초 청구금액을 갚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향후 추가로 발생할 반환채무와 소송 비용을 포함한 총 부담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추가 소송 리스크를 반영해 신규 차입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금리 조건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가맹본부의 현금흐름 악화와 자본잠식 위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견 브랜드와 대형 브랜드는 위기의 양상이 다를 뿐, 본질적인 위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견 브랜드는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작아 즉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대형 브랜드는 보유 현금 규모가 더 크더라도 이를 모두 판결금 변제 재원으로 투입하기 어렵다.
여기에 소송 여파로 프랜차이즈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경우 인수 가격 역시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기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넘기거나,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회생 또는 파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차액가맹금 소송에서의 경제적 승리는 단순히 “판결금이 얼마 나오느냐”로 판단할 수 없다.
가맹본부의 현금흐름, 신용도, 매각 가능 자산, 그리고 브랜드 규모에 비례해 확대될 수 있는 총 반환채무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은 채 소송 승패만으로 판단할 경우, 법적 승리와 경제적 결과 사이에는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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