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영토 확장을 두 축으로 삼아 ‘AI 네이티브 뱅크(AI Native Bank)’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히 기능을 나열하는 ‘슈퍼 앱’의 한계를 넘어, AI가 고객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 해결하는 ‘금융 비서’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윤호영 대표이사는 8일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2026 카카오뱅크 프레스톡’ 행사에서 “AI 기술로 모두에게 최적화된 금융 비서를 제공하고, 전 세계로 무대를 확장해 새로운 금융 혁신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로 해결하는 ‘확장의 역설’, 금융 비서의 탄생
윤 대표는 8일 열린 ‘2026 프레스톡’(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서비스의 ‘확장의 역설’을 강조했다. 금융 앱에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객은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직접 기능을 찾아 쓰는 ‘도구’에서 벗어나, AI가 먼저 다가오는 ‘비서’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그 핵심 무기는 자체 금융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인 ‘카반(Kaban)’이다. 망 분리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외부 AI 모델(GPT 등)을 쓰기 어려운 국내 금융 환경에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수년간 자체 개발한 모델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여기에 2700만 고객의 독점적인 ‘앱 온리(App-only)’ 데이터를 학습시켜 타사가 흉내 낼 수 없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한다.
실제로 올 3분기 신설될 ‘결제홈’에는 AI가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이 탑재된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AI 상담 챗봇(전체 상담의 70% 소화)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한 카카오뱅크는, 홈 화면에 ‘AI 탭’을 배치해 고객이 언제든 필요한 기능을 호출할 수 있게 한다. 3분기 출시될 ‘결제홈’에서는 AI가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 가이드를 제공하며, 투자 탭에는 전용 ‘AI 투자 에이전트’를 도입해 복잡한 시장 상황을 대화형으로 풀어 설명해 줄 예정이다.
결제와 투자로 이어지는 평생 자산 관리
카카오뱅크는 이제 ‘돈을 보내고 모으는’ 수신 영역을 넘어 ‘쓰고 불리는’ 영역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 2700만 명의 고객과 70조 원에 달하는 수신 규모는 강력한 기초 자산이다.
먼저 결제 영역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청소년·외국인 전용 카드와 두 번째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등 신규 상품을 대거 출시한다. 흩어진 결제 정보를 모아주는 ‘결제홈’은 고객의 소비 패턴을 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2분기 중 신설되는 ‘투자 탭’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투자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 진출은 2030세대부터 시니어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평생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표는 여신 성장의 제한 속에서도 수신 성장을 통한 자산운용 수익(2025년 기준 6,500억 원 이상)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스마트 마이너리티→직접 진출’…카카오뱅크 글로벌 3단계 전략
글로벌 전략은 ‘현지 파트너십’과 ‘기술 수출’이라는 실리적 모델을 택했다.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의 성공적인 상장과 태국 ‘뱅크X’의 설립에 이어,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진출지로 몽골을 낙점했다.
몽골 진출은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CSS)인 ‘카카오뱅크 스코어’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지 못하던 이들을 포용했던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세계 시장에 파는 셈이다. 태국에서는 현지 지주사인 SCBX와 협력해 모바일 앱 개발 전반을 카카오뱅크가 주도하며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행보는 ‘기술 수출’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직접 진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 대표는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사례와 같이 현지 파트너와의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며 신뢰를 구축하고 지분 10% 내외의 소수 지분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마트 마이너리티(Smart Minority, 소수 지분 투자)’를 초기 모델로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뱅크X’ 처럼 전략적 동반자로서 지분율을 높이고(2대 주주 등), 앱 설계(UI/UX) 등 핵심 프론트엔드 기술력을 직접 투입해 운영에 관여하는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형 모델, 나아가 직접 경영권을 갖는 최대 주주가 되어 자사 브랜드를 내걸고 직접 시장을 주도하는 ‘직접 진출(Majority, 최대 주주)’로 이어지는 3단계 확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익 모델 또한 다각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를 통해 올 상반기 대규모 지분법 이익 반영을 앞두고 있으며, 몽골에는 독보적인 신용평가모델(CSS)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 수익을 거둘 계획이다. 단순한 이자 장사를 넘어 ‘K-금융 기술’을 상품화해 돈을 버는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뱅크는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 명을 넘어 방한 외국인과 재외국민까지 포함한 약 2000만 명의 외국인을 잠재 고객으로 낙점했다. 낯선 환경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AI 기술을 전면 배치한다.
핵심은 실시간 AI 전문 번역 솔루션이다. 단순히 문자를 옮기는 수준을 넘어 금융 전문 용어와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AI 번역을 앱 전반에 이식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 고객도 언어와 제도의 장벽 없이 요구불 통장 개설부터 해외 송금까지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직관적인 UX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하반기 중 외국인 전용 카드를 출시해 외국인 금융 서비스의 확장성을 실험할 계획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은 물리적인 진출을 넘어 미래 금융 인프라 선점으로 이어진다. 카카오뱅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RW-Stablecoin)’의 발행과 유통을 주도해 전 세계 자산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글로벌 커넥터(Global Connector)’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기존 스위프트(SWIFT)망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 없이 실시간으로 저렴하게 국경 간 자금 이동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 결합해 전 세계 어디서든 메시지를 보내듯 저렴하고 실시간으로 돈이 오가는 ‘글로벌 커넥터’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법안 제정에 맞춰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파트너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서 통장처럼 쓰이는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 자산 100조, ROE 15% 달성 목표
카카오뱅크는 2027년까지 자산 100조 원, ROE 1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단순한 이자 수익에 기대지 않고 결제, 투자, 자금운용 비즈니스를 다각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윤호영 대표는 “금융의 미래는 플레이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삶 속에 어떻게 스며드느냐(Embedded)에 달려 있다”며,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카카오뱅크의 도전이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임을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