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6년 4월 9일(목)부터 6월 14일(일)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을 개최한다.
한정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관장은 “서울사진축제는 서울의 대표 사진 행사이자 축제입니다. 올해부터 저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주관으로 진행을 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시도로 동시대 사진의 흐름을 조망하고 사진을 매개로 작가들과 또 대중이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담론을 나누는 다채로운 사진 중심의 축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서울사진축제는 서울 곳곳에서 열렸었습니다. 비로소 사진의 집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 들어왔다 라는 개념을 가져가면서 축제가 이제 집에 정착하는 첫 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돌아온 서울사진축제를 소개했다.
4개의 섹션으로 이뤄진 이번 사진축제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House)’을 넘어, 기억과 시간, 정체성이 축적된 삶의 자리로서 ‘집(Home)’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섹션 1:집을 이루는 것 전시 공간의 첫 주인공은 오석근 작가이다. 한국 사회의 도시 풍경과 시각문화를 오랫동안 기록해 온 작가는 전통과 근대, 믿음과 기능이 공존하는 동시대 주거 공간을 다룬다. ‘기복’ 시리즈와 일제강점기 일식 가옥이 해방 이후 다양한 생활방식과 결합해 유지되어 온 모습을 기록한 ‘적산가옥’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예전에 있던 집의 모습과 현재의 집의 모습들이 켜켜이 쌓여 역사적인 레이어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서 확인한다.
이어 박형렬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람 그리고 자연의 어떤 경계와 관계성에 대해서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이는 돌은 간척지에서 채굴한 것으로 실로 엮어서 늘어뜨린 레이어 너머로 보도록 해, 산으로 존재하게 했다. 박형렬 작가는 그동안 인간의 개입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을 기록하며, 도시 개발 과정에서 형성되는 경계를 사진과 퍼포먼스를 통해 다뤄왔다.
정경자 작가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물과 공간을 포착,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Story within a story’ 연작을 108점으로 구성해 ‘기억의 집’ 형태로 선보인다. 작가는 결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는 의도로 이 작업을 완성했다. ‘So ,Suite’ 시리즈는 호텔의 스위트룸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호텔에서 머물고 다시 나가고 방이 치워지고 다시 호텔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또 다른 이야기로 전환되는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한영수 작가는 서울의 풍경, 골목 시장, 이웃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집을 물리적인 틀 안에서만 집으로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이웃들 그리고 서로 의사소통하고 또 공동체를 이루는 의식에서 우리의 집이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한영수 문화재단에서 제공한 출판물 아카이브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섹션 2:이동하는 집에서는 함혜경, 기슬기, 최원준, 신희수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함혜경 작가는 여러 장소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재구성해 개인의 기억을 탐색하는 영상 작업을 이어왔다.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한 신작 ‘회색 양복의 사나이’ 속 인물은 1950년 월북 이후 미술사에서 지워졌던 화가 임군홍이다. 영상은 남겨진 사진과 기록, 가족의 기억을 단서로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사라진 예술가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는다. 기슬기 작가는 사진을 근간으로 작업 활동을 하지만 사실은 사진의 어떤 한계성을 좀 극복하고자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과 시인을 일본에 소개한 이바라키 노리코를 다룬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과 시, 낭독, 오브제를 함께 구성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놓인 두 인물을 한 공간 안에 병치한다.
경기도 동두천과 파주 등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한 서아프리카 공동체의 삶을 오랫동안 기록해온 최원준 지역에 축적된 시각문화의 흔적으로, 역사적 배경 위에 오늘의 공동체 서사를 함께 보여주며 타국에서 집과 가족,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가족사진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직접 건설형장에서 노동하며 사진을 찍는 신희수 작가는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노동의 환경을 기록해왔다. ‘노가다 워커’ 연작은 직접 본인이 겪고 함께 땀 흘리면서 굳은 손과 땀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블루존’ 연작 5점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장소를 포착해 사진으로 남겼다.
섹션 3:길 위에서는 집을 고정된 거주 공간이나 안식처를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선 삶의 경계로 확장해 조망한다. 먼저 김민 작가는 사회적 목소리가 분출되는 현장을 기록해 온 사진가이자 활동가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지극히 내밀한 삶의 경계를 다룬다. 대체복무라는 제도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36개월간 생활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작가와, 그 사이 홀로 투병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연인의 모습이 전시실 벽면에 나열되어 서로를 마주한다.
김소라 작가는 잊혀져 가는 여성 노동자들에 주목해 온 작가이다. 구작 시리즈는 1970년대 독일로 파견 갔던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작은 ‘워킹 걸즈’라는 작품으로 구로공단에 있던 여성 노동자들의 거처 ‘보람채아파트’를 다루며,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에 바느질을 더해 디지털 데치터를 물리적 흔적으로 전환해 보이며 산업화 과정에서 가려져 온 기억과 여성 노동자의 삶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이선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을지로에서 유동적인 삶을 이어가는 청년들의 방과 초상을 함께 보여준다. 작가는 인물들이 사용하던 사물을 수집해 배치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작업을 통해 개인의 생활 흔적을 함께 드러내고, 도시의 변화 속에서 형성된 청년들의 삶의 조건과 일상의 장면을 함께 보여준다.
아티스트 듀오 나나와 펠릭스는 2013년부터 함께 작업을 해왔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액자들을 450점 넘게 모아 그 중 350점 정도를 선보인다. 20% 정도는 내용물이 있는 상태에서 버려진 것들이고 나머지 80%는 작가들이 밤마다 나가서 도시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나나와 펠릭스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굉장히 개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풀고자 밤마다 나가면서 카메라와 담배, 그리고 위스키를 들고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사진을 찍었어요.”라고 말했다.
하다원 작가는 진주의 시골집에 머물려 촬영한 작업을 선보이는데, 할머니의 손길이 남아 있는 집 안과 주변 풍경을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과 이후 변화한 공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정정호 작가는 무당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를 탐색한다. 작가는 풍경과 신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보이지 않는 믿음이 공간에 남아 있는 양상을 드러낸다.
사진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를 마주하는 매개로 생각하는 이한구 작가는 ‘군용’ 연작을 통해 1989년 군 복무 당시 작가가 기록한 병영 생활읜 장면을 담고 있다. 흑백 사진으로 구성된 이 작업은 조직의 규율과 개인의 실존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복도와 계단 등 2층과 3층을 잇는 공용공간에는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김준 작가의 사진과 설치작업이 배치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재개발 지역과 호주의 생태계에서 채집한 요소를 결합해, 사진과 사운드가 함께 구성된 작업을 선보인다.
마지막 섹션 4:우리의 집은 이상적인 가치와 내일의 희망이 머무는 밝은 ‘우리의 집’을 바라본다. 마지막 섹션을 통해 내일을 꿈꾸는 희망을 모습을 보고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양동규 작가는 4.3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의 생활 공간을 촬영하고, 현장에 남겨진 사물과 풍경을 통해 이들의 삶의 흔적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주도가 우리 모두를 감싸고 품어주는 진정한 보금자리라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신체의 감각이 어떻게 인식되고 변환되는 지를 탐구해온 윤태준 작가는 사진을 감각 이미지로 전환하고 사물을 디지털 데이터로 옮기는 변환 장치로 바라본다. 손은영 작가는 가족이 함께 살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보금자리에 대한 감각을 사진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집을 공동체적 공간이자 개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소로 바라본다.
이예은 작가는 경기도 이천에서의 노동 경험과 가족으로부터 이어진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실내온도 높이기’에서는 차가운 건물 외벽을 온몸으로 껴안거나 하면서 사진의 주체가 되어, 신체를 활용한 행위를 기록한다.
뮌 작가는 전시실 중앙에 붉은 커튼이 배치된 대형 사진이 놓이며, 샹들리에 아래 무대 막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커튼 뒤로 비치는 사물의 그림자와 함께 실재와 가상이 겹쳐진 장면을 구성한다.
큰 구조물 4개가 서 있는 신수와 작가의 전시 공간은 25년 동안 계속 살았던 아파트 단지를 하나하나 돌면서 초인종을 누르고 샤워를 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독특한 퍼포먼스의 결과물을 드러낸다. 사진과 글,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통통 튀는 새로운 인간 관계를 보여주면서 삭막한 사회 구조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한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연호 작가는 40대 한국 여성이 마주하는 삶의 조건과 변화의 과정을 다룬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시간이 흘러 40대에 이른 여성들이 함께 이제까지 살아온 과정을 반추하고 자신들이 꿈꿨던 것과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고 이야기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사진의 집’에서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기억과 시선이 모이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