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올해 5만여 명 찾은 화랑미술제…대외 환경 불확실성 속 견고한 성과

솔로부스 확대 및 신진 작가 조명 눈길

김금영 기자 2026.04.13 10:36:13

‘2026 화랑미술제’가 12일 막을 내렸다. 코엑스 3층 C, D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화랑협회와 코엑스가 공동 주최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등도 현장 찾아

'2026 화랑미술제'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화랑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다. 한국화랑협회는 1976년 5월, ‘건전한 미술시장 형성’을 목표로 국내 5개 화랑(동산방, 명동, 양지, 조선, 현대)의 대표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으며, 현재는 전국 185개 회원 화랑으로 구성됐다.

한국화랑협회 회원이 되기 위해선 심사를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화랑미술제 간담회에서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단순히 그림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작가를 발굴, 육성해 미술문화에 족적을 남기는 게 화랑의 본질”이라며 “전국에 1000여 개 화랑이 영업 중인데, 비싼 작품을 잘 팔고 큰 건물을 보유하고 직원 수가 많아도 대관이 위주라면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기획전, 작가와의 연고 등을 살펴 이사회가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해 신규, 정회원을 받는다”고 기준을 밝혔다.

화랑미술제는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한 키아프과 비교해서는 다소 화제성이 아쉽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어왔다. 이 가운데 올해 화랑미술제는 국내 주요 갤러리 169곳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고, 지난해 호평 받았던 ‘솔로부스’ 섹션을 강화했으며,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도 꾸리며 구성에 힘썼다.

동산방화랑에서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진=김금영 기자

그 결과, 8일 개막식과 더불어 진행된 VIP 프리뷰엔 약 4500여 명이 방문했고, 전체 행사 기간 약 5만 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고한 관람 성과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들뜬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화랑미술제의 시작을 알린 8일 현장, 처음엔 한산한 분위기였으나, 개막식이 다가올수록 점차 현장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현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이자, ‘아트 경영’으로 유명한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도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평소 관련 전시를 꾸준히 열고, 전문 도서도 발간할 정도로 조각 장르에 깊은 애정을 보여 온 윤 회장은 동산방화랑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 관심 있게 살폈다.


중저가·신진 작가 작품 고르게 선보여…“합리적인 부스비 영향”

8일 '2026 화랑미술제' 개막식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 사진=김금영 기자

방문객 층이 다양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는 미술 전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고가, 중저가 작품을 고르게 선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노화랑은 모든 출품작을 완판했고, 리서울갤러리는 박엘 작가의 100호 작품 3점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을 판매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역시 강목, 이창남, 변웅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판매했다.

제이슨함에서는 2023년 아트바젤에서 매년 가장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 25인에 선정된 이목하 작가의 작품 1점이 약 2억 원에 판매됐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줄리안 오피의 9000만 원대 작품과, 김윤신의 4000만 원대 작품 그리고 이희준의 2000만 원대 작품 등이 거래됐다.

 

콘크리트갤러리는 국경오의 조각 작품 3점을 총 8000만 원대에 판매했으며, 리안갤러리에서는 김근태, 이진우, 신경철 작가의 100호 대작 3점이 거래됐다. 갤러리그림손은 채성필 작가의 약 100호 1점과 30호 1점, 이화익갤러리는 허달재 작가의 약 4000만 원대 작품 1점을 포함해 주요 작품 판매를 이어갔다. 갤러리스클로에서는 이상민, 신상호 작가 작품를 포함한 다양한 작가군의 작품이 고르게 판매됐고, 더컬럼스갤러리의 김강용, 갤러리소헌의 김성호, 아뜰리에 아키의 임현정도 개막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갤러리박영에서 김시현의 캔버스 작품과 신진 작가 이아영 작품이 모두 솔드아웃됐으며, 선화랑은 젊은 작가 우병윤과 이채영의 작품을 다수 판매했다. 갤러리위에서는 홍승태 작가의 50호, 30호 작품 6점이 솔드아웃됐고, 키다리 갤러리는 임일민 작가 작품 12점을 완판한 데 이어 양종용 작가의 50호 작품과 신진 작가 양준의 100호 작품 등 고른 판매를 기록했다.

갤러리그림손 부스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이렇듯 화랑미술제가 고가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저렴한 부스비 영향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지원을 통해 6x6m 규모의 부스를 99만 원에 운영한다.

채성필을 비롯해 전병삼, 정연연, 장수익 작가 등의 고가부터 중저가 작품까지 고르게 선보인 갤러리그림손의 최지환 대표는 “화랑미술제는 키아프와 비교해 부스비가 저렴하고, 부스 공간의 규모도 통일됐다. 그래서 키아프의 경우 많이 들어간 부스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서 더 주목도가 높은 작가, 작품을 위주로 출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화랑미술제는 합리적인 조건 아래 시작되기에 화랑 입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전도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도가 보다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에 키아프에서는 화제성 높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화랑미술제에서는 실험적인 작가의 작품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며 “그래서 국제적인 컬렉터는 키아프 현장을 많이 찾고, 이와 비교해 작품 가격대가 합리적으로 형성된 화랑미술제엔 초보 컬렉터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각각의 특장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랑미술제에서는 신진 작가 작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눈에 띄었다. 금산갤러리의 ‘2025 화랑미술제 줌인 에디션(ZOOM-IN Edition) 6’ 선정작가 신예린, BHAK의 순재와 강수희, 공근혜갤러리의 ‘2023 화랑미술제 줌인(ZOOM-IN)’ 대상 수상 작가 젠박 등의 작품이 판매되며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유엠갤러리는 김현희, 장채린 작가 작품을 완판시키며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MZ세대 컬렉터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 소비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대부분의 작품이 회화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협회 50년 역사 특별전 및 등 눈길…가나아트 솔로부스 눈길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전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구성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아쉬움을 충족시키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화랑협회에 대한 아카이브를 그간 선보일 기회가 없었는데, 특별전을 꾸렸다.

한국화랑협회 역대 전임 회장 7인의 인터뷰 영상과 ‘화랑춘추’, 그간의 주요 활동과 발자취를 담은 아카이빙 자료와 다양한 인쇄물 등을 전시하며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앞서 이성훈 회장이 “아카이브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고, 올해가 첫 시작 단계라 소규모이긴 했지만, 앞으로 더 풍성해질 자료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한 자리였다.

문형태 작가의 솔로부스를 선보인 가나아트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지난해 신설돼 여러 갤러리의 작품이 완판을 기록한 솔로부스는 올해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단일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섹션으로, PKM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 미루나무, 갤러리기와, 갤러리세줄, 김리아갤러리, 나인갤러리, 리앤배, 모인화랑, 박여숙화랑, 아트사이드갤러리, 아트스페이스3, 예원화랑, 예화랑, 이길이구갤러리, 주영갤러리, 진화랑, 필 갤러리, 학고재 등 1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현장에 마련된 가나아트 부스는 특히 많은 관람객들로 붐벼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용 가나아트 대표는 “올해 화랑미술제는 문형태 작가의 솔로부스로 꾸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의 흑백톤 신작들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들에 주목한 '줌인' 섹션.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일반 관람 기간인 9~11일 진행된 ‘아트 앤 아티스트 토크(ART&ARTIST TALK)’ 프로그램은 미술시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담의 장으로, 매 세션마다 토크 라운지가 만석을 기록했다.

지난해 새로 도입한 테마형 도슨트 프로그램은 올해도 진행됐다. ‘일상을 바꾸는 예술’과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진행된 도슨트 프로그램은 모든 세션이 매진됐다.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장으로 자리 잡은 화랑미술제는 6월 25~28일 경기도 수원에서 이어진다.

한국화랑협회 측은 “2026 화랑미술제는 동시대 한국 미술의 흐름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장”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발전과 컬렉터층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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