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갤러리는 4월 15일부터 5월 23일까지 명상적인 사진 작업으로 세계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아 온 사진작가 이정진b. 1961의 «Unseen/Thing»을 갤러리 전관에 걸쳐 개최한다. 2020년 «VOICE» 이후 동 갤러리에서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이정진 개인전은 아이슬란드의 장대한 풍광에서 출발한 최신 시리즈 ‹Unseen›2024과 일상의 사물을 친밀한 시선으로 담아 낸 ‹Thing›2003-2007 시리즈를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이정진은 대상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묵시의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 왔다. 그에게 사진 매체는 대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수단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작가의 내면이 맞닿는 찰나를 비추는 창窓에 가깝다. 한지의 스며드는 질감과 종이 위에 감광 유제를 바르면서 생긴 붓질의 자연스러운 흔적, 흑백의 톤에서 오는 밀도는 이정진 작업에 심연과도 같은 깊이를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 연작의 형태로 한국 최초 공개되는 ‹Unseen›은 아이슬란드의 경외로운 자연을 담은 작업이다. 작가에게 있어 아이슬란드는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한 미대륙 사막과는 달리, 매 순간 변화하는 날씨와 역동적인 공기, 거친 파도를 가진 생동하는 장소였다. 이정진은 이 낯선 시공간에 몸과 정신을 맡긴 채, 풍경이 온전히 자신을 통과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러므로 ‹Unseen› 속 검은 화산암과 흰 눈, 거품이 이는 파도와 거친 바위의 모습은 눈 앞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기보다, 작가가 자연과 마주하며 투영한 내면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 시리즈는 작년 『더 가디언』The Guardian, 『FT 매거진』FT Weekend Magazine 등 주요 외신으로부터 “우리 내면의 모든 울림을 담아낸 풍경”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Unseen›이 먼 곳의 자연을 향한다면, ‹Thing›은 작가 곁의 익숙하고 소박한 사물을 줌 인zoom in하여 들여다본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작가의 유일한 스튜디오 사진 작업으로, 자신의 공간에 놓여 있던 일상의 기물들을 촬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정진은 사물과 긴 시간을 공유하며 관계를 맺고, 사물이 표면의 아름다움을 걷어내어 그 본질을 겸허히 내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때가 되었다고 직감하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작품에서 여백 위 섬세하게 배치된 정물들은 본래의 용도나 관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어 고유한 영혼과 생명력을 얻은 존재가 된다. 이 시리즈는 한지 인화를 포함하여 전 과정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라스트 에디션 등 희소성 높은 ‹Thing› 작업들이 전시된다.
‹Thing›과 ‹Unseen› 사이에는 20여 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두 작업은 옷의 안과 밖처럼 하나의 본질을 향하고 있다. ‹Thing›이 형상 이면에 내재된 삶을 통찰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면, ‹Unseen›은 미지의 풍경에 감추어진 기운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시대를 거쳐 사진을 사유의 매체로 확장해 온 이정진의 이번 전시는 가시적인 것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우리 곁에 생생히 당도하게 할 것이다. 본 전시를 위해 작가가 한국을 방문하며, 4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국립현대미술관 송수정 학예사의 진행으로 개최된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정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사진예술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다. 1988년 도미해 ‹미국의 사막›1990-1995 시리즈를 기점으로 전통 한지에 붓으로 감광유제를 도포하여 인화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고안하고 발전시켰다. 2010-2011년에는 토마스 스트루트Thomas Struth,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 , 조셉 쿠델카Josef Koudelka, 제프 월Jeff Wall 등의 저명 사진작가 12명과 함께 'This Place'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제 사진계의 이목을 받았다. 이후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으며, 그 순회전이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기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